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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재의 지구촌 IN & OUT
일본 홋카이도 깡촌의 인구가 늘어난 이유는
촌장의 반짝 아이디어로 ‘붐비는 마을’ 거듭나
주민이 사진빨 잘 받는 마을을 만들었기 때문
돈 안 줘도 마을의 아름다움이 사람들 끌어와
이혁재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6-21 08:59:58
 
▲이혁재 언론인·칼럼니스트
어느 정도 선진국이 되면 공통적으로 생기는 고민이 ‘지방 소멸’ 이다. 우리나라 228개 시·군·구 가운데 소멸위험 지역은 2017년 85곳에서 지난해 106곳으로 늘었다. 46.5%다. 정부는 지방으로 가는 사람과 기업을 경제적으로 지원하며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그런데 성공할 지는 의문이다. 돈 준다고 다 시골 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얼마 전 들은 일본 시골 얘기는 신선했다. 히가시카와초(東川町) 얘기다.
 
인구 늘어나는 일본 깡촌
 
히가시카와초는 우리 관광객이 많이 가는 홋카이도(北海道)의 가운데쯤에 있는 인구 1만명이 채 안되는 작은 마을이다. 그럴듯한 호텔은커녕 철도·국도도 없다. 상수도조차 없다. 그런데 27년간 인구가 늘고 있다. 인구증가 비결을 알고 보면 헛웃음이 나온다. ‘사진 잘 받는 마을’, 오로지 그것이다. 다른 지자체와 달리 두툼한 이주장려금을 주지 않는다. 그래도 일본 대부분 지방의 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이 깡촌 마을은 20% 정도 늘었다.
 
‘사진빨’ 잘 받는 마을
 
히가시카와초 역시 약 40년 전에는 인구가 줄고 있었고 위기를 느낀 주민들은 한 기획사와 상담한다. 주민들은 “인구가 줄고 마을 온천을 찾는 관광객도 줄고 있으니 온천을 주제로 홍보 이벤트를 하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단발성 이벤트보다 마을 전체의 매력을 높여 보라”는 것이었다. 특히 ‘사진'에 초점을 맞춰 마을 발전 방안을 찾아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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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카와초에는 일본 최대의 산악공원이 있고 홋카이도 최고봉인 아사히다케(旭岳)라는 산이 있어서 사진 잘 받는 마을이긴 했다. 하지만 이 독특한, 더불어 실망스러운 기획사 아이디어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이 많았다. 다만 촌장은 단칼에 기획사 아이디어를 걷어차지 않았다. 기초의회·관광협회·지역상공회의소 등등 관련단체와 협의하고 회의하고 토론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한 번 해보자’였다. 마침내 1985년 6월1일 ‘사진 잘 받는 마을’을 선언한다.
 
촌장의 결단과 노력
 
그 후론 철저히 했다. 당장 ‘히가시카와초 국제사진전’을 개최한다. 사진전 대상의 이름은 ‘사진 잘 받는 마을 히가시카와상’. 다음해엔 ‘사진 잘 받는 마을 조례’를 제정한다. 촌장이 바뀌어도 ‘사진 시책’이 안 바뀌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홋카이도의 다른 마을에서는 리조트 개발 등 눈에 바로바로 띄는 투자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니 “다른 동네는 저렇게 하는데”라는 말이 안 나올 수 없었다. 
 
또 국제사진전에 들어가는 적지 않은 돈 때문에 수근거림도 나왔다. 그런데… 몇 년 해 보니 인구가 조금 늘어 있었다. 국제사진전 덕분에 국내외 저명한 사진가들이 뉴스에 등장하면서 히가시카와초 라는 마을 이름도 덩달아 알려지기 시작했다. 유명 사진 마을이 된 것을 계기로 1994년에는 전국 고등학교 사진동아리를 대상으로 하는 전국고교사진선수권대회가 생긴다. 그렇게 마을은 전국적 존재가 되며 마을의 매력을 알게 된 사람들이 매년 수십명씩 이사 와서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돈 주고 사람 모으지 않았다
 
이 마을의 문화갤러리·도서관을 갖춘 복합교류시설, 초등학교 지역교류센터 등등에는 ‘미(美) 의식’이 넘친다. 간판 하나에서도 ‘사진빨’이 나온다. 마을의 ‘센스’에 감동한 사람들이 이사 오면서 마을은 해마다 더욱더 ‘사진 잘 받는’ 풍경을 갖추게 됐다. 그 아름다움은 또 다시 이사 올 사람을 불렀다.
 
이 마을은 ‘땅끝’까지 이사왔다고 돈을 주진 않는다. 대신 마을 지침에 맞는 아름다운 집을 짓거나 마을 경관과 어울리는 카페를 내면 보조금은 준다. 예를 들어 마을에는 집 하나 짓는 데도 지켜야 할 꼼꼼한 규칙이 있다. △지붕은 삼각형으로 △벽은 옅은 색으로 △벽은 일정 면적 이상 나무를 쓸 것 등. 이 규칙을 지키면서 집을 지은 사람이 차고·선반 등을 추가로 설치할 때 보조금을 주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마을을 사진빨 나게 만든다. 돈이 아니라 아름다워진 마을이 사람들을 그러모으는 것이다.
 
아름다운 경치 뒤에는 문화가
 
1993년 마을 인구는 7063명에 불과했었다. 하지만 일본 북쪽 끝의 이 마을에 사람들이 사진 찍으며 살려고 이사 오면서 매년 조금씩 인구가 늘었고, 2020년 8437명이 됐다. 주민의 절반이 사진 찍으면서 살려고 이사 온 사람들이다. 30%가 이웃마을에서 나머지는 도쿄·오사카 등 대도시에서 왔다.
 
호텔 하나 없는 이 마을에서 사진대회가 열리면 참가자들은 홈스테이를 한다. 외지인을 재워 주고 함께 부대낀 덕분에 깡촌의 특징 중 하나인 ‘텃세’가 줄었다. 이곳 지방공무원들은 전화가 걸려 오면 “사진 잘 받는 마을입니다”라고 응답한다. 공무원들은 “아름다운 경치 뒤엔 눈에 안 보이는 문화가 숨어 있다”며 이사 온 사람에게 닭살 돋는 홍보를 한다. 동화 같은 얘기지만 어려울 땐 동화 보면 힘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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