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위에서 열위(劣位)로 전락하는 중국의 체제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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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 확대에 따른 민심 폭동…시진핑 3기 체제 앞날에 먹구름 잔뜩
무늬만 대국인 후진적 시스템… 대안 없어 경제 경착륙 우려 커져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2-12-05 09:30:18

계급이 없다는 중국식 사회주의에도 엄격하게 들여다보면 공산당 간부로 총칭되는 ‘링다오(領導·지도자)’와 일반 서민(인민)인 ‘라오바이싱(老百姓)’이라는 2개의 계급이 존재한다. ‘라오바이싱’은 오랜 세월에 걸쳐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포함하는 중국 역사의 상징이기도 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중국의 지도자나 조직의 간부들은 인민을 위해 일을 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내뱉는다. 그러나 오늘 현대를 살아가는 중국인들 삶의 내면을 보면 ‘링다오’와 ‘라오바이싱’ 간의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수면 아래 잠겨 있다.

광활한 국토에 비교적 풍족한 자원, 많은 인구로 인해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한 편이다. 이웃 한국인 혹은 일본인보다 중국인이 상대적으로 낙천적인 이유가 되기도 한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20여 년간 중국의 체제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체제보다 우월하다는 점을 지속해서 강조해 왔다. 중국 경제의 승승장구와 이에 따라 삶의 질이 높아지고 있으니 중국인들에게 표면적인 불만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중국이 다시 패권 국가, 즉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중국몽(中国夢)’이라는 슬로건이 내부의 크고 작은 불만을 잠재우기에 충분하게 작용했다. 특히 1989년 톈안먼 사건 이후 중국 당국이 청소년들에게 집중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애국주의 세뇌 교육으로 젊은이들이 장년층보다 더 중국 편향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요즘 중국 청년들이 외국산을 기피하고 자국 상품 소비에 열을 올리는 ‘궈차오(國潮·애국 구매)’현상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렇다고 해서 갈수록 확대되는 빈부 격차와 과거 같지 않은 경제 성장 동력의 후퇴에 더해 민간보다는 공적 부문, 즉 공산당의 일방통행과 부정·비리에 대한 내재한 불만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최근 중국 내부에서 상상하기조차 힘든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은 중국 민심의 인내에도 한계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 준다.

이에는 크게 두 가지 요소가 불에 기름을 붓고 있다. 하나는 3년 동안 쉴 틈 없이 진행되고 있는 ‘제로 코로나 정책’이다. 지구촌 대부분의 나라가 ‘위드 코로나’로 바뀌고 있는 시점에 중국인들이 이에 대한 실상을 목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시진핑 주석 3기 공식 출범이 희망을 주기보다는 절망으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감이 복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결과다.

흰 종이를 들고 시위에 나서 ‘백지 혁명’이라고도 불리는 이번 민심 폭동의 여파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중국 당국이 그토록 우월성을 내세웠던 중국 체제가 코로나19 방역 실패로 가장 후진적 시스템을 가진 국가로 드러난 것이 결정적 원인이다. 그동안 봉쇄를 조여 온 중국 정부로서는 진퇴양난의 입장에 처해 있다. 봉쇄를 풀면 확진자 수가 늘어나고, 열악한 의료 시설로 사망자 수가 급증할 수 있는 최악의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

무늬만 대국이고 실상은 형편없는 국가라는 민낯이 확연하게 드러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궁여지책으로 기존의 독재적 봉쇄 정책을 밀어붙이는 외줄 타기를 계속한다.

시진핑 3기 집권 1개월이 겨우 지났다. 정적들을 제거하면서 완벽한 독주 체제를 갖춘 것 같이 보이지만 당 내부의 숨겨진 불협화음으로 인한 정치적 불안이 상존한다. 민심의 이반은 안정적 집권 기반 구축에 치명적인 결함이 될 수도 있다. 단순 봉쇄 해제만이 아닌 시진핑 퇴진 운동으로 확대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정부가 시위에 대한 강경 대응으로 일관한다면 위기감을 더 키울 수도 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코로나19 감염 상황이 더 악화될수록 서민의 삶은 팍팍해지고 민심은 예민해지기 마련이다. 억압만이 아닌 다른 묘책이나 대안이 나와야 하는데 출구 찾기가 쉽지 않다. 향후 수개월간 중국이 어떻게 굴러갈지 모르는 불안한 생활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지켜보고 있는 형국이다.

당연하게 경제도 휘청거린다. 봉쇄 지속으로 소비는 줄고, 수출마저 29개월 만에 감소세로 반전됐다. 공급망 불안으로 산업 생산도 감소 추세다. 더 큰 딜레마는 경제의 뇌관인 부동산 가격의 급락이다. 20년간에 걸친 부동산 잔치가 끝물을 타고 있다. 거품이 붕괴하면서 제2의 일본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다시 나온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또 다른 뇌관인 지방정부 부채까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부동산과 지방 재정이 무너지면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막을 방도가 없어진다. 방역 실패가 경제의 실패로, 시진핑 장기 집권이 민심을 동요시키면서 공산당 창당 이래 문화대혁명 위기에 버금가는 짙은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는 듯하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또 다른 시나리오 플래닝이 필요한 때다.

김상철 필진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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