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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 - 금융권의 고금리 폐해와 대응책
서민 고혈로 배 채우는 금융기관, 이대론 안 된다
김준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2-22 00:02:40
▲김준구 정치사회부장(부국장)
금동이에 좋은 술은 
천 사람의 피요.
    옥쟁반에 맛있는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촛농 떨어질 때 
백성 눈물 떨어지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 소리 드높더라.
 
춘향전에서 이몽룡이 변학도 생일잔칫날 백성들의 고혈로 자신의 배를 채우는 관료들을 힐난하며 지은 어사출두 시다. 춘향전은 조선 영·정조 전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소설이다. 250여 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2023년 대한민국에선 이와 유사한 현실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백성의 피를 영양분으로 삼는 주체가 탐관오리에서 금융기관으로 바뀌었을 뿐 나머진 똑같다.
 
최근 금융기관들의 입이 귀에 걸렸다고 한다. 세계적인 금리 인상 여파로 한국은행에선 금리를 꾸준히 올려 왔다. 이 와중에 금융권에선 예금 금리는 찔끔 올리고 대출금리는 큰 폭으로 따라 올렸다. 예대금리 마진이 커지면서 국내 5대 은행의 지난해 이자수익이 50조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이들이 성과급으로 나눠 가진 돈만 13923억 원에 이른다.
 
금리가 올랐다고는 하지만 최근 시중은행의 1년 정기예금 이자는 보통 3% ·중반이다. 반면 일반 서민들이 대출받으려면 연리 10% 정도는 기본적으로 감수해야 한다. 신용도가 나쁘거나 채무가 많은 경우에는 15% 이상도 각오해야만 돈을 빌릴 수 있다. 경제적 취약계층일수록 더 많은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빈익빈구조다. 출금리에 대한 실효성 있는 규제도 없어 이자율도 금융권 멋대로 정한.
 
금리 폭등 여파는 서민들의 고된 삶에 고스란히 투영됐다. 금융권은 돈 잔치로 시끌벅적했지만 서민들은 빚과 이자 부담으로 허덕였다. 5대 은행 가계대출 연체율 평균은 작년 120.19%3개월 만에 상승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연체율과 신용대출 연체율도 모두 상승곡선을 그렸다. 특히 청년들이나 신혼부부 등 서민들은 수십 년간 매월 소득의 70~80%를 이자를 갚는 데 쏟아부어야 할 판이다.
 
돈 잔치를 놓고 금융권에선 열심히 노력한 대가라며 당연한 권리처럼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도 언급했듯이 금융권은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 외환위기 당시 금융권 구제 비용의 부담을 오롯이 국민이 져야 했던 것만 봐도 은행의 공공재적 성격은 부정할 수 없다. 고수익에 따른 열매를 은행과 주주들만 나눠 갖는 것은 불합리하고 불공정하다. 서민들은 죽어 나가건 말건 자신들 잇속만 챙긴다면 악질 고리대금업자와 다를 바 없다.
 
금융권의 고수익은 기형적인 예대 마진을 이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금리인하요구권이란 게 있다. 개인이나 기업이 금융회사로부터 대출받은 후 신용 상태나 상환능력이 개선되면 금융회사에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소비자에게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상반기 4대 시중은행의 금리인하요구권 이용률은 평균 1.8%에 그쳤다. 금리 인하 요구를 했다면 소비자에게 돌아갔을 돈이 금융권 배만 더 불리는 역할을 했다.
 
정부와 여론의 압력이 거세지자 금융권에선 부랴부랴 10조 원 규모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내놨다. 해당 계획에는 취약차주 긴급 생계비 지원이나 채무 성실 상환 대출자 지원, 서민 금융상품 공급 확대 등이 담겼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보증 재원을 늘려 그 수십 배에 이르는 대출을 더 해 주겠다는 이른바 보증 배수효과로 채워졌다. ‘돈 잔치논란에 대한 반성이나 개선책은 찾아볼 수 없다.
 
정부에선 예대 마진 축소와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미적거리는 금융권에 일침을 가하기 위해선 더욱 강력한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 우선 현재 20%로 돼 있는 법정 최고이자율부터 23% 더 인하해야 한다. 금융권이 민생은 외면한 채 자신들 돈벌이에만 집중한다면 이들의 수익을 줄이고 서민들 고통을 덜어 줄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금리인하요구권 제도도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 채무자가 금리 인하 요건을 충족하면 별도의 신청이 없이도 금융권에서 자동으로 금리를 인하토록 법제화해야 한다. 사실 이 제도는 취지는 좋았지만 금융기관의 홍보 부족으로 많은 사람이 제대로 이용을 못 했다. 금융권이 눈먼 돈으로 여겼던 것을 소비자에게 돌려줘 서민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 줄 필요가 있다.
 
세종대왕은 고금리로 서민들의 피해가 커지자 연간 10%가 넘는 이자를 금지했다. 고리대를 없애기 위해 사창(社倉)을 설치해 1섬에 3(3%)의 저리로 곡물을 빌려주기도 했다. 빌려준 기간이 아무리 길어도 원금을 초과한 이자를 취할 수 없도록 한 일본일리(一本一利)의 원칙또한 서민 고통을 줄이려 했던 정책이다. 2023, 고금리로 서민 고통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가 서둘러 금융비용 부담을 줄일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진정으로 서민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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