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탄 금지안’… 관련업계 피해는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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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Talk] 복지부 번개탄 생산금지 발표

노태하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3-07 00:02:30

보건복지부가 ‘제5차 자살 예방 기본 계획’으로 내놓은 번개탄 생산 금지 발표의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러한 복지부의 발표로 인해 번개탄을 만드는 업체들에서는 시름이 커지고 있다.

번개탄 사용량도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 자살 예방을 위한 복지부의 번개탄 생산 금지 발표는 취재 중 만난 사업자들뿐 아니라 업계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생계까지 걱정되게 만들었다.

복지부에서 번개탄 생산 금지 발표를 하자 곧장 실효성 논란이 이어졌다.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 것인데, 정치권뿐 아니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복지부의 번개탄 생산 금지 발표가 일차원적인 대책이라며 회의적인 반응과 조소가 이어졌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개그콘서트보다 더 웃기는 정책’ ‘다 삭제해서 해결하려는 정부다. 소 가격을 방어하려고 소를 삭제, 자살 방지를 하려고 번개탄·농약을 삭제한다’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정치권에서도 “번개탄 자살이 줄고 투신자살이 늘면 이번엔 고층 아파트 건축을 금지시키겠느냐”는 등 조롱 섞인 비판이 이어졌다. 마찬가지 논리로 한강 대교들도 없애야 하느냐는 비아냥도 나온다.

논란이 커지자 복지부는 2019년에 이미 산림청 산하 산림과학원 고시에서 산화형 착화제가 활용된 번개탄의 사용 금지가 예정돼 있었다면서 번개탄 생산 금지가 자살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전문가 의견을 보태 만든 방안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생산 금지도 모든 번개탄이 아니라 인체 유해성 논란이 있는 산화형 착화제가 들어간 번개탄에 한정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애초에 산림과학원이 이 같은 고시를 내놓은 배경은 산화형 착화제의 인체 유해성 때문이 아니다. 산림과학원 측 관계자도 산화형 착화제의 인체 유해성을 지적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실제로 이에 대해 “질산바륨(산화형 착화제)이 인체에 유해하기 때문에 자살에 이용되는 것이 아니다”며 “번개탄뿐 아니라 어떤 물건이든 밀폐된 공간에서 태우면 일산화탄소 같은 유해가스가 나온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도 복지부의 해명에 반발하고 있다. 한국성형목탄협회는 복지부가 번개탄 속 산화형 착화제가 인체에 유해성 논란이 있다고 설명했지만 그렇다는 증거를 산림청은 못 내놓고 있다고 주장한다.

협회는 한국자원경제연구소에 의뢰한 결과 현재 번개탄 등에 포함된 산화형 착화제의 포함량이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이미 산림청에 제출해 설명한 지 오래라고 밝혔지만 반대로 산림청 쪽에서는 산화형 착화제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증거를 답변으로 받지 못해 기다리고 있는 것이 몇 년 째라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산화형 착화제에 대한 인체 유해성이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복지부의 생산 금지 발표는 업계 입장에서는 이미 번개탄이 자살의 수단으로 언론에서 수차례 언급 돼 이미지가 나빠진 상황에서 그 이미지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복지부의 발표는 업계에 미칠 영향이 지대할 것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산화형 착화제의 인체 유해성에 대해 명확한 인과관계를 밝히지도 않았고 번개탄 생산 금지와 함께 업계에 대한 보상안조차 내놓지 않은 채 성급히 진행됐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의 특정 제품에 대한 규제는 발표만으로도 관련 업계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민생 경제가 어렵다는 아우성이 도처에서 터져 나오는 요즘, 정부는 이 같은 규제 발표에 대해 신중에 신중을 기해 억울한 민생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노태하 기자 thn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