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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빛낸 찬란한 화가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다. 그는 울림이 있는 색과 심플한 형태로 자기만의 화법을 창조했다. “예술가는 본능과 직감에 의해 이끌려야 한다”는 명제로 예술을 새롭게 창조한 마티스.
그는 1869년 프랑스 북부의 작은 마을 카토 캄브레시스의 외할아버지댁에서 태어났다. 거기서 15km 떨어진 보엥 앙 베르망드아에서 부모님과 함께 유년기를 보냈다. 그의 양친은 곡물과 그림을 파는 가게를 운영했다. 마티스가 살았던 곳은 베틀을 짜는 직물공업이 발달했다. 이러한 환경은 어린 마티스에게 색감을 익히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준 듯하다. 하지만 그의 가족 중 예술가의 길을 걸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단지 그의 어머니가 아마추어 화가였을 뿐이다.
마티스는 다른 화가들과는 달리 늦게 미술에 입문했다. 청년기에 고향과 파리에서 법학을 공부한 그는 법률보조인으로 취직했다. 하지만 이 일을 경멸했고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스무 살이 되던 해 그는 급성맹장염 수술을 받고 급속도로 쇠약해져 1년여 간 침대에 누워 세월을 보냈다. 어머니는 그런 아들에게 화구상자 하나를 던져줬다. 이는 신의 계시였을까. 미술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던 20대 젊은이가 갑자기 열정을 찾았다. 붓을 들면서부터 마티스는 인생의 재미를 느꼈다. 결국 직장을 접고 미술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파리로 거처를 옮겼다.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이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소한의 생활비는 지원해줬다.
학창시절 마티스는 턱수염을 기르고 안경을 낀 채 매우 심각한 표정을 짓고 다녔다. 학우들은 그가 예술가보다 과학자를 더 닮았다면서 ‘의사’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이런 마티스의 운명을 바꾼 건 귀스타브 모로 선생이었다. 모로 선생은 학생들에게 자기만의 스타일을 개발하라고 격려했다. 이 조언에 따라 마티스는 자기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았다. 이렇게 한 지 10년 만에 행운이 찾아왔다. 1895년 프랑스 정부는 펠릭스 포르 대통령 관저에 걸기 위해 마티스가 그린 ‘독서하는 여인’을 구매했다.
마티스는 19세기 전통 예술에서 벗어나려고 다양한 기술을 실험했다. 1905년 가을 살롱전에서 관람객들은 마티스와 그의 동료들이 사용한 강렬한 색채와 대담한 자태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한 예술 평론가는 그들을 프랑스어로 ‘야생동물’이라고 불렀다. 이 새로운 화풍은 곧 세간에 야수주의(1905~1908)로 알려졌고, 이 운동의 대장 마티스는 ‘야수의 왕’이 됐다.
마티스는 후기 인상파인 고갱·세잔·반 고흐·피사로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 특히 피사로는 그의 멘토로 “당신이 관찰하고 느끼는 것을 그리세요”라고 마티스에게 말하곤 했다. 미지의 나라로 떠난 여행도 그의 영감의 원천이 됐다. 영국·스페인·이탈리아·모로코·러시아, 그리고 나중에 타히티를 방문했는데 이는 그의 그림풍을 정하는 결정적 힘이 됐다. 큐비즘(입체파)역시 1913년부터 1918년까지 마티스의 작품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마티스에게도 슬럼프의 시간은 있었다. 1차 세계대전으로 그의 가족이 적진 뒤에 갇히게 되자 그만 무력감에 빠져 암울해졌다. 입대해 싸우고 싶었지만 44세의 나이로 전쟁에 뛰어든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이 시기 그가 그린 그림은 더욱 어두워졌다.
하지만 마티스는 유럽과 뉴욕에서 작품전시회를 열면서 정면 돌파했다. 여기서 그는 국제적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프랑스 남부 니스에서 보냈고 작품의 영역도 그림·판화·조각으로 넓혀 나갔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곧 니스를 떠나 방스(Vence)로 가야만 했다. 폭격의 위험에 처한 니스를 떠나라는 친구의 조언 때문이었다. 1943년 6월30일 방스에 정착한 마티스. 이곳은 마티스에게 니스로부터 멀리 떨어진 느낌이 들게 했다. 니스에서 1시간 남짓 떨어져 있지만 타히티에 온 것만 같았다. 아침 산책길에 만나는 소년소녀들, 여인들, 자전거를 타고 시장으로 달리는 남자들은 시장이 개장될 때의 타히티를 연상시켰다.
이런 방스는 마티스의 말년을 살찌웠다. 영혼의 안식처인 이곳에 ‘꿈’이라는 별장을 짓고 로제르(Rosaire) 소성당을 건축했다. 방스의 고도의 예술적 정신적 감각이 뛰어난 경관에 자리 잡고 있고 있는 이 성당은 마티스가 도미니크 수도회를 위해 만든 것이다.
로제르 소성당은 세계에서 유일한 종교예술의 기념물로 마티스 최고의 걸작이다. 1948년에서 1951년까지 3년에 걸쳐 마티스는 건물의 도면과 구체적인 장식을 손질했다. 스테인드글라스·세라믹·벽·성수반·제사용품, 그리고 신성한 장식품 등. 처음으로 한 화가가 그의 전부를 담아 기념물을 완성했다.
일명 마티스성당이라 불리는 로제르 소성당은 방스의 찬란한 햇빛에 의해 둘러싸여 있다. 외양은 검소하지만 하양·파랑 기와와 초승달과 불꽃모양의 13m 높이의 철조 십자가는 굉장히 독특해 보는 이들의 눈길을 멈추게 한다. 마티스는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난 오로지 성실하게 일만 했다. 이 성당은 내 모든 화가생활의 총결산이다. 이 성당은 비록 불완전하지만 내 최고의 걸작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88세까지 장수한 마티스는 수 없이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를 기념하기 위해 그의 고향과 코르시카 등에 기념관이 세워졌다. 하지만 마티스의 정수를 한 눈에 보고자 한다면 단연 방스가 최고다. 로제르 소성당은 마티스의 화가생활을 집대성한 진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스는 누구나 한번쯤 가보고 싶은 프로방스에 위치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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