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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폭염에 이어 이번엔 강력한 태풍이다. 올여름 숨 돌이킬 여유도 주지 않고 우리에게 자연재해가 연이어 들이닥치고 있다. 평소 재난 대비가 절실하다는 걸 말해준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태풍 ‘카눈’은 오늘 새벽 3시 통영 남쪽 120km 부근 해상을 지나 오전 9시에는 통영 북서쪽 약 40km 부근에 상륙한 후 서울 방향으로 일직선으로 전진해 북상한다. 내륙 한가운데를 정면으로 관통하는 것이니 전국이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간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지구온난화와 그로 인한 기후변화의 징후를 그리 많이 실감하지 못했던 운 좋은 편에 속했다. 그런데 올해 폭염·폭우 등 예전에 없던 이상기후를 피부로 느끼다 보니 지구온난화를 현실로 느끼는 시대가 됐다. 더 이상 우리나라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재난 인식이 필요해진 것이다. 그만큼 정부와 민간 그리고 각 가정에서 재난에 대한 상시 대비가 생존의 필수조건이 됐다.
기후변화와 재난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원인과 결과의 관계로 묶여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처도 상호연계해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기후변화의 양상을 연구하고 그 영향력을 살펴야 이로 인한 대비도 가능하다. 물론 기후변화를 촉발하는 우리의 생활방식에서도 탄소중립 실천 등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 차원에서는 재난관리 전문가 그룹을 활용해 기후변화의 영향을 예측하고 적절한 대응을 계획해야 한다. 이와 함께 기후변화 요인을 고려하여 위험을 평가하고 지방자치단체 등 유관 기관과 협력해 지역 특수성을 고려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재난을 수습하고 피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재난 피해자를 위한 제도도 현실에 맞게 정비해야 할 필요도 있다. 이와 관련 재난관리법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예컨대 충북도는 지난달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수재의연금과 기부금을 함께 모금할 수 있는 ‘복합재난’ 신설을 골자로 한 재난관리법 개정을 정부와 국회에 건의하고 나섰다. 재난 발생 요인이 복합적인 경우 현행 재난관리법에서는 성금모금에 제약이 따른다는 이유에서다.
현행 재난관리법은 재난의 유형을 태풍·홍수 등에 의한 자연재난과 화재·폭발 등에 의한 사회재난 등 두 가지로 분류하고 있는데, 각 유형에 따라 지원되는 성금 형태가 다르다. 특히 자연재난 기부금은 사회재난과 달리 특정인이나 지역을 수혜자로 지정해 기탁할 수 없다는 제약이 있다. 따라서 오송 참사의 경우처럼 자연재해와 인재의 복합적인 원인에 의한 복합재난을 신설하라는 요구는 타당해 보인다.
이와 함께 자연재해에 가장 취약한 농촌의 피해 복구와 지원에 관심을 더 기울일 필요가 있다. 농촌은 우리의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국민재난안전포털에 ‘풍수해보험’을 홍보하고 있다. 행안부가 관장하되 운영은 민영보험사가 맡고 있는 이 보험은 태풍·홍수·호우·대설·지진 등으로 인한 주택 및 비닐하우스 파손을 보상해준다. 보험료는 정부가 70~92%를 지원하고 가입자는 8~30%만 부담한다.
행안부의 ‘2020~2023.3 풍수해보험 가입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주택 가입 수는 2020년 29만7822건(20.6%)에서 2023년 54만4528건(27.8%)으로 증가했다. 온실 가입 수는 같은 기간 2674ha(10.3%)에서 4469ha(18.1%)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태풍이나 호우 등 피해에 취약한 농촌 지역의 온실 가입이 아직 10%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아 재난에 대한 인식이나 풍수해보험 관련해 적극적 홍보가 필요해 보인다. 아울러 실질적으로 농촌의 피해 복구에 도움이 되도록 보장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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