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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어의 다리를 건너 세상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언어를 배우면서 우리는 태초의 어둠으로부터 빠져나와 가족·친구·이웃들이 살아가는 세상의 빛 속으로 건너왔습니다.”
서울 용산구 노들섬 일원에서 진행 중인 ‘2023서울국제작가축제’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한국 작가 14명을 포함 10개국 작가 24명이 참여하는 이번 행사의 주제는 ‘언어의 다리를 건너’로, 문학을 통해 문화적 한계를 넘어 새롭게 사유해보자는 의미가 담겼다.
8~13일까지 6일간 강연·대담·낭독·토론·공연·전시 행사가 이어지는 중에 12일에는 카메룬 소설가 자일리 아마두 아말(48)과 한국의 임솔아(36세) 시인·소설가가 대담을 나눈다.
두 작가는 ‘작가, 마주보다– 끝낼 수 없는 질문’이라는 주제로 이 시대, 우리의 최선이란 무엇인지, 그저 인내하는 것인지 노력하는 것인지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다.
버틴다는 것은 지금이 아니라 먼 훗날의 보상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괜찮은 건지, 살아남기만 하면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고찰한다. 그밖에 오늘날의 부조리와 차별·폭력에 대해서도 작가적 견해를 나누게 된다.
한편 개막일인 8일 오후에는 중국 작가 위화와 정지아 작가가 ‘언어의 다리를 건너’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 뒤 각자의 발제에 대한 소감과 작품 집필에 관해 의견을 나누었다.
위화는 모옌·옌롄커와 함께 중국 제3세대 문학의 기수로 꼽히는 세계적인 소설가로 국내에는 ‘허삼관 매혈기’ ‘인생’으로 널리 알려졌다. 정지아는 해방 이후 70년 현대사의 질곡을 생생히 담은 장편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로 어긋난 시대와 이념의 화해를 모색해 호평을 받았다.
9일에는 한국의 진은영(53) 시인과 영국 작가 버나딘 에바리스토(64)가 ‘작가, 마주보다- 붕괴된 삶의 자리에서’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진은영은 고통받는 존재들의 상실에 공명하며 치유의 대화를 모색해온 시인으로, 안온한 일상에 숨겨져 있는 타인의 고통과 관련해 글 쓰는 자의 책무를 진지한 어조로 들려줬다.
2019년 흑인 여성 최초로 영국의 부커상을 받은 에바리스토는 특유의 넘치는 에너지로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고 실패를 자양분 삼아 창조적으로 살아갈 것을 강조했다.
10일에는 은희경·앤드루 포터의 ‘작가, 마주보다–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로 독자를 만났으며 11일 오후 4시에는 김금희·마르타 바탈랴의 ‘작가, 마주보다– 돌봄과 연대의 상상’이 펼쳐진다.
한국문학번역원 곽효환 원장은 “서울국제작가축제는 횟수를 거듭해 나가면서 베를린 문학제나 아일랜드 문학제 못지않은 세계적인 문학 축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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