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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일자리 사업은 이제 해마다 반복되는 지방정부의 필수과제가 됐다. 참여자 수는 늘고 예산도 꾸준히 증가한다. 그러나 정작 어르신의 삶이 얼마나 나아졌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분명하게 답하지 못한다. 숫자는 늘어나지만 체감은 더디고 정책은 확대되지만 구조는 변하지 않는 모습이다.
전국 65세 이상 인구는 이미 1000만 명을 넘어섰고 전체 인구의 20%에 도달했다. 한국은 OECD 최고 수준의 노인빈곤율과 자살률을 동시에 기록하는 나라다. 이런 현실에서 노인일자리 사업은 최소한의 소득 안전망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익활동형 기준 월 보수는 약 30만~32만 원. 주 10시간 남짓한 근로시간을 감안하더라도 생활비로 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여기에 만 65세 이상 기초연금 32만 원 안팎이 더해져도 한 달 생계비로 70만 원 남짓이 전부다. 통계청이 밝힌 1인 가구 기본 생활비 수준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친다. 결국 노인일자리는 빈곤 자체를 극복하는 수단이 아니라 빈곤을 ‘견디는’ 도구에 머무른 셈이다.
지방정부들은 매년 “참여자 수 증가”를 성과로 내세운다. 하지만 참여 인원이 늘었다고 일자리의 질이 높아진 것은 아니다. 사업의 대부분이 길거리 안전지킴이, 공원 정비, 분리수거 지원 같은 단순 공익활동에 머물러 있으며 기술 습득이나 경력 확장으로 이어지는 구조도 부족하다.
이 같은 한계는 노인일자리 사업이 여전히 ‘양적 관리 중심’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사업의 목표가 어르신을 적합한 일자리로 연결하는 것보다 일정 규모의 인원을 안정적으로 배치하는 데 맞춰져 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일자리가 단기·반복 업무에 고정되고, 개인의 능력이나 생활 여건을 반영한 배치 시스템은 뒷순위로 밀린다. 일자리가 사회참여의 출발점이 아니라 단순 수당 제공 체계에 가깝게 운영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필요한 것은 참여 인원을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각 개인이 지속할 수 있는 일자리 구조를 만드는 방향 전환이다.
노인일자리 정책이 지속가능하려면 ‘양적 확대’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르신을 사회적 약자로 고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경험과 기술이 있는 인력’으로 바라보는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 실제로 서울 일부 자치구는 웹툰 채색, 동네 기록화, 공방 운영 등 전문 역량을 활용하는 ‘역량활용형 일자리’를 실험하고 있다. 이런 모델은 참여자 만족도와 성취감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전체 사업 대비 비중은 여전히 5% 안팎에 불과하다.
노인일자리는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고령화 속도를 고려하면 사실상 ‘사회경제 정책’에 가깝다. 질 낮은 단기 일자리를 양적으로 늘리는 방식으론 10년 뒤의 고령사회에 대비할 수 없다. 기초불안 해소, 의료·돌봄 연계, 기술교육, 안정적 근로환경이 함께 설계돼야 한다.
지금의 30만 원짜리 일자리는 고령 빈곤층에게 잠시 숨을 고르게 하는 역할 정도는 해낸다. 그러나 빈곤의 구조를 흔들기엔 너무 가볍다. 지역마다 예산이 달라 기회가 달라지고 단순 업무 위주라 역량은 확장되지 않으며 사회참여의 문은 넓어지지 않는다. 숫자가 아닌 삶을 기준으로 한 정책, 참여율 증가가 아니라 빈곤율 감소로 평가받는 정책이 필요한 때다. ‘노인일자리’라는 이름 아래 반복되는 관성의 행정을 끊고 진짜 변화의 첫 단추를 끼워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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