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정말 1967년 작품이라고?” 한국 최초 장편 애니메이션에 보낸 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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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줄 알았는데… 기적적으로 일본에서 발견
26일 시네마테크, 애니메이션 복원 포럼 개최

임유이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0-22 09:33:34

▲ 만화영화 ‘홍길동’에서 길동이 탐관오리를 혼내주고 있다. ‘홍길동’ 캡처

만화영화 ‘홍길동’을 기억하는가. 국내에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과 인력이 거의 없다시피 했던 1967년의 작품으로 17세기 인물인 허균의 한글 소설을 모티브로 신동헌 감독이 제작했다.

1950~60년대 한국은 만화영화의 볼모지였다. 신 감독이 한국 최초의 컬러 장편 애니메이션 ‘홍길동’을 선보인 게 1967년의 일이다. 앞서 프랑스는 ‘양치기 소녀와 굴뚝 청소부’(1952)를, 영국은 ‘동물농장’(1954)을, 일본은 ‘백사전’(1958)을 내놓았으니 이들 나라에 비하면 10년이나 뒤떨어진 셈이다.

출발도 늦었지만 그것의 가치를 알고 보존하는 데도 미흡했다. 그래서 누군가 만화영화 ‘홍길동’을 기억해냈을 무렵에는 필름 프린트조차 찾을 길이 없어 누구도 그 작품을 볼 수 없었다. ‘그런 게 있었더라’ 하는 전설 속의 이 작품을 찾아낸 것은 정말이지 기적 같은 일이었다.

일본에 수출되어 상영했던 일본어판 16밀리 필름을 발견해 국내로 입수한 게 2009년의 일이다. 다행히 한국영상자료원에 우리말 녹음본이 보관되어 있어 영상과 음향을 일치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화질을 복원하는 데는 기술적인 한계가 있어 영상이 매끄럽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해 4K 화질로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갓 제작한 것 같은 생생한 화질의 ‘홍길동’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체적으로 만화영화 ‘홍길동’은 소설 ‘홍길동’의 내러티브를 충실하게 따라가면서 극영화의 재미 요소를 놓치지 않는다. 서자로 태어난 길동은 자신이 집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집을 나간다. 수련을 통해 신통한 도술을 깨친 그는 탐관오리를 혼내주는 것으로 시작해 날으는 용을 물리치는 괴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마침내 길동은 경쟁자의 모략으로 위기에 처한 아버지를 구해내고 그로부터 진정한 아들로 인정받는다.

권선징악적이면서 성장소설이다. 소년이 집을 떠나 아버지를 찾아간다는 설정은 영웅소설의 단골 스토리텔링이다. 길동 역시 영웅의 신분으로 귀환한 뒤 아버지의 진짜 아들로 기입된다.

돈키호테의 산초 판사처럼 영웅소설에는 주인공을 추종하는 인물이 꼭 등장한다. 이 영화에서는 훤칠한 미남형의 홍길동과 대비하여 작고 귀여운 외모에 실수 투성이 차돌바위가 그 역할을 맡았다. 차돌바위는 이 영화의 감초 캐릭터로 극의 대미를 더하는 동시에 결정적인 부분에서 주인공을 돕는다.

재밌게도 차돌바위는 9년 뒤 개봉하는 ‘로보트 태권V’의 깡통로봇으로 다시 현현한다. 깡통로봇은 외모며 하는 짓이 차돌바위와 판박이다.

댓글을 보면 1960년대 작품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뛰어나다는 평 일색이다. 특히 신나는 음악에 맞춰 해골들이 춤을 추는 장면은 음악이며 춤 동작이 놀랍도록 현대적이다.

우리는 영원히 잃어버릴 뻔했던 것을 어렵게 찾아냈다. 이 작품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기념비적인 작품이지만 서랍 속에 영원히 가둬 두기에는 아까운 작품이다. 복원 전 영상과 복원 후 작품이 나란히 유튜브에 업로드되어 있으니 자주 찾아보고 다른 사람에게도 권할 일이다.

구식이라는 가치판단은 어른의 것이다. 아이들에게 만화영화는 흥미와 경이 그 자체이다. 오래전 우리가 ‘똘이장군’ ‘로보트 태권V’를 보고 열광했듯이 말이다.

한편 한국영상자료원이 26일 서울 마포구 시네마테크 코파(KOFA)에서 만화영화 ‘홍길동’을 중심으로 애니메이션 필름의 디지털 복원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한다. 이번 포럼에는 세계적인 복원 전문가인 이탈리아의 엘레나 타마카로가 초청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