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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문의 영화세상] 부산영화제·대종상 왜 한물 갔을까
조희문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1-23 06:31:00
 
▲ 조희문 영화평론가·前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무난하게 끝났지만 그렇다고 손뼉 칠 수준에 이른 것은 아니었다. 최근 열린 부산국제영화제(부산영화제)와 대종상 영화제 시상식은 제작비는 많이 들였지만 흥행은 관객 200만 명 정도 든 영화처럼 보인다. 축구로 치자면 골을 얻지는 못했으니 승리라고 할 수 없지만 점수를 내주지도 않았으니 졌다고 할 수도 없는 상태로 시합을 마친 셈이다.
 
개최 전까지 과연 행사가 무사히 열릴 수 있을지를 염려하던 부산영화제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무난하게 행사를 마쳤다. 지난달 4일부터 13일까지 영화의전당 등 4개 극장 25개 스크린에서 진행된 부산영화제는 14만2432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70개국에서 209편의 영화가 출품된 것은 지난해 71개국 353편에 비해 규모는 다소 줄었지만 영화제 운영의 책임을 두고 벌어졌던 논란을 생각하면 그 정도의 규모라면 선방한 것이다.
  
관객 수 14만2432명은 역대 최저 수준이고, 정점을 찍었던 2015년의 22만7377명에 비해 40% 이상 줄어든 규모지만 2020년과 2021년 2년 동안 코로나19로 행사가 열리지 못했던 것에 비해서는 괄목할 만한 수준이다. 영화 관객이 스트리밍 쪽으로 옮겨 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예전 같은 성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도 고려해야 한다.
 
부산영화제는 몇몇 사람의 역량으로 움직이는 영화제가 아니라는 것을 이번에 보여 주었다. 그동안 구축해 온 기반과 네트워크가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석상과 이춘연 영화인상은 일반인과 상관없는 특정인을 내세운 영웅화 작업이다. 지석상은 프로그래머로 일하다가 갑자기 타계한 김지석을 기념하기 위해 2017년에 신설됐고 이춘연 영화인상 역시 2021년 갑자기 세상을 떠난 이춘연 대표를 추모하기 위한 것이다. 가장 먼저 신설된 선재상은 고(故)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부인이자 아트선재센터 정희자 관장이 후원하는 부문이다. 선재는 1990년 미국 유학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큰아들 이름이다. 추모 부문 상이 3개나 되는 것은 영화제의 특정 진영 사유화를 드러내는 것이다.
 
대종상은 1962년에 시작된 국내의 대표적인 영화 시상식이다. 1957년에 문교부에서 우수국산영화상이라는 명칭으로 시상하기 시작했고 1961년 주관이 공보부로 바뀌면서 제1회 한국최우수영화상 시상식(영상)이 열렸다. 이후 1962년 대종상으로 이름이 바뀌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규모나 권위 면에서 다른 영화제(상)를 압도하던 대종상은 1970년대로 접어들자 이권 다툼의 장으로 변하면서 영화인과 관객의 신뢰를 잃어버렸다.
 
정부는 대종상 최우수작품상·우수작품상·반공영화상을 수상한 작품들에 대한 보상으로 외국영화 1편을 수입할 수 있는 권리(외국영화 수입쿼터)를 주었다. 취지는 한국영화를 잘 만드는 영화사에 대하여 손실을 보전해 준다는 것이었지만 영화사들은 외국영화 수입쿼터를 노리고 한국영화를 날림으로 만들었다. 당시 유명한 H아파트의 시세가 5000만 원 정도일 때 수입쿼터 1편의 거래 가격은 3억 원이 넘을 정도였다. 당연히 각 영화사는 심사위원들의 기호에 맞을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고 치열한 로비 전쟁을 벌였다. 대종상을 겨냥한 영화들은 서로 비슷비슷한 수준이어서 어느 영화를 고르더라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1980년대부터 반공영화상이 폐지되고 최우수·우수 작품상에 주어지던 수입쿼터 배정이 없어지자 대종상은 영화사들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났다. 더 이상 먹을 떡이 없어진 껍데기뿐인 잔치에 매달릴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공중파나 케이블 방송이 중계를 중단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15일 경기도 아트센터에서 열린 제59회 대종상 시상식은 그 같은 논란에서 벗어나 비교적 무난한 행사로 끝났다. OTT 영화를 시리즈 영화상 부문으로 선정해 시상한 것은 최근 두각을 보이고 있는 OTT 영화를 수용하겠다는 노력으로 보였다.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수상자에 대해서는 영상으로 수상 소감을 전하도록 했고 진행도 대체로 무난했다.
 
올해 한국영화가 부진한 탓인지 수상작이나 후보작들이 관객에게 낯선 경우들이 많아 공감의 열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수상자만 행사에 참석했을 뿐 그 외 스타들이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은 예전과 다름이 없었다. ‘영화인들의 잔치’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봉준호나 박찬욱 감독이 참석해서 후배들을 격려하고 이병헌이나 마동석이 참석했더라면 그들이 더 크게 보이는 효과를 누렸을 것이다. 부산영화제나 대종상 모두 관객이 주인이라는 사실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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