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산의 울림] 북한의 대남 적화통일 전략 한 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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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의 독특한 외화벌이… “대남 혁명은 남조선 돈으로!”
천대받던 월남자 가족 내세워 南에서 성공한 실향민 포섭
생이별당한 가족의 가슴 아픈 고통 역이용해 모략 꾸며

김태산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2-08 06:31:00

1980년대 들어서면서 북한에서는 월남자 가족이라 하여 머리도 못 들고 살아가던 사람들 중 몇 명에게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어느날 밤 외진 산골 월남자 가족 농장원이 사는 초라한 집 앞에 까만 승용차 한 대가 소리 없이 멎어 섰다.

당비서와 함께 차에서 내린 낯선 손님은 집주인의 이름을 확인하더니 무조건 차에 타라고 했다. 집주인은 가족과 인사도 제대로 못 하고 겁에 질려서 차에 탔다. 죽이려고 잡아가는 줄로만 알고 몇 시간 동안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하다가 차에서 내린 곳은 뜻밖에도 경치 좋은 곳에 자리한 어느 중앙당 초대소였다.

그런데 다음 날부터는 영문도 밝히지 않은 채 잘 먹이고, 씻기고 닦고 하며 지난 수십 년간 찌들었던 농촌 때를 싹 벗겨 내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날마다 큰 부자처럼 먹고 마시는 자세와 방법, 높은 간부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방법들을 숙달시켰다.

연습시키는 말은 높은 간부처럼 틀을 차리고 한 손을 내밀며 “자 드십시오” “아! 그렇습니까?” “자 그럼 나중에 또 봅시다.” 이런 정도의 간단한 문장 몇 개가 전부였다. 그 농장원에겐 그런 훈련이 일생 동안 해 온 농촌 일보다 훨씬 더 힘들고 지루했다. 또 도대체 왜 자신을 데려다가 이러는 것인지 궁금했지만 찍소리도 못 하고 오직 시키는 대로 연습만 했다.

그렇게 3~4개월 정도 지나니 몸에 살이 붙고 얼굴도 멀끔해졌다. 이제는 누가 봐도 상당히 높은 간부 티가 주르르 흘렀다. 이렇게 되면 농장원 같은 경우의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일본이나 서방세계로 출장을 떠나게 된다. 현지에서 하는 일은 고급 호텔에 묵으면서 그 나라에서 진행되는 큰 무역박람회나 국제 경제 부문 일꾼들 모임, 특히는 연회나 식사 자리에 북조선경제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참석하고 돌아오는 것이 전부다.

국가경제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그런 국제적인 자리에 참석해서 하는 역할은 찾아와서 악수를 청하는 사람에게 “반갑습니다”하고 답하는 정도. 그리고 연회 석상에서 “자! 듭시다” 정도의 배운대로의 말을 하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들의 좌석이나 식탁 가까이에는 항상 남조선 대표단이 같이 자리해 있었다. 그리고 그 남한 사람들 속에는 대한민국 기업가들과 경제 분야의 간부들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 중에는 해방 직후와 전쟁 시기에 월남했다가 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남한에서 크게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이 바로 북한에서 월남자 가족으로 몰려 농사짓다가 몇 달 동안 간부 훈련을 받고 출장 온 그 북한 대표단 단장의 가족이거나 가까운 친척이었다. 그런 사람들은 어떤 마음에 이끌려서인지 꼭 북한에서 온 대표단을 눈여겨보곤 했다. 그러나 그들은 외국에서 서로 만나 보기는커녕 서로 알아보지도 못한 채 다시 남과 북으로 헤어져 돌아갔다.

▲ 2004년 7월11일 북한 금강산에서 열린 제10차 이산가족 상봉 때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문재인(오른쪽)이 막내이모라고 소개된 북한의 강병옥 씨와 상봉하고 있다. 하지만, 자매라던 남쪽의 법적 어머니 강한옥(왼쪽·2019년 별세) 씨와는 전혀 닮지 않아 온갖 억측이 나돌기 시작했다. ⓒ스카이데일리

그 후의 처리는 각본에 짜여진대로 대남연락소 사람들 몫이다. 어느 날 누군가가 남한이나 일본·미국의 큰 기업 회장을 찾아간다. 그러고는 사진 한 장을 내놓으며 “회장님이 이번에 외국에 가셨을 때 보았던 북한경제대표단 단장을 기억하시죠? 그분이 바로 당신이 북에 두고 온 XX입니다. 당신이 여기에서 큰 자본가라는 것이 북한에 알려지면 북한의 당신 가족은 피해를 볼 것입니다. 그러니까 북녘의 가족을 위해서라도 좋은 일을 좀 하셔야겠습니다.”

이런 식의 대화 한마디면 이미 게임은 끝이 난다. 과연 어느 누가 북한 독재자 밑에서 고생하는 가족의 운명 앞에서 자유로울 수가 있겠는가? 마치 소설 같은 이야기지만 이것은 철저히 북한의 ‘대남 적화통일 전략’ 실행 과정의 한 토막일 뿐이다. 생이별당한 가족의 가슴 아픈 고통을 역이용해서 자신들의 독재체제를 지키려는 김일성 가문의 악랄한 모략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물론 이 글에서는 간단히 월남자 가족 한 사람의 이야기만 썼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김정일의 지시로 한국과 일본·미국·캐나다 등에 널려 있는 한인들을 대상으로 북한의 가족·친척이 적지 않게 저런 일을 당했다.

그렇게 해서 성공한 북한의 친척들에게는 우선 믿는다는 식으로 노동당에 입당을 시켜 주었고, 군 단위의 행정 공무원직을 한 자리씩 선사해 주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때부터 중앙당 11과 보호 대상이 되었다.

김일성 가문은 그런 식으로 벌어들인 외화로 대한민국에 친북 조직을 꾸리고, 김일성 장학생들을 대대적으로 키워서 종북 좌파들이 우글거리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물론 이 글을 보고 “그렇다면 북한에서 내려와 자수성가 한 사람들은 모두 간첩이란 말인가?” 하고 반문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걸고 들기 전에 북한에서 내려온 사람들 중에서 진짜로 나쁜 사람들을 가려내는 일은 한국 정부와 국민의 몫임을 분명히 말해 두며 펜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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