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환의 시사저격] 절묘한 시점에 발생한 이재명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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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수사에 정략 개입으로 억측 만발
민주당 운동권 체질화된 특권의식 드러나
북한 군사도발 총선 프레임 변형 노릴 듯

구월환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1-10 06:31:30

새해가 열리자마자 일어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사건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으나 다행히도 피해가 크지 않아 회복 단계에 접어들었다 한다. 그러나 피습사건 이후의 전개 과정은 볼썽사납게도 한국 정치의 부끄러운 수준을 국내·외에 드러냈다.

상처가 위급하다며 부산대병원을 뿌리치고 ‘더 좋은 데로 가야 한다’면서 서울대병원으로 서둘러 떠나는 바람에 부산과 지방 의료계의 반발 등 거센 역풍을 일으켰다. 지방 의료에 대한 무시와 불신의 의미를 띠면서 부산과 민주당, 전국 지방 의료기관과 민주당의 대립 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다. 여기에 무리한 헬리콥터 사용과 위압적 행태까지 삐져나오면서 특권의식과 이중성이 도마에 오르게 됐다.

특권적 발상은 서울대병원에 들어간 후 이 대표의 치료 경과를 발표하는 데서도 나타났다. 제1야당 대표의 국가 의전 서열이 높으니 병원 헬리콥터를 써도 된다는 주장도 특권적이며 허무맹랑하거니와 치료를 담당한 서울대병원 당국의 태도 역시 부당했다. 전 국민이 주시하는 사건의 성격상 기자들 앞에서 정확한 경과를 설명해야 마땅했는데 주눅이 든 것처럼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민주당이 끼어들어 정략적으로 활용할 기회를 만들어 준 셈이다. 이 모두가 국민을 무시하는 상식 이하의 짓이며 특권적 발상에 기인한 행태다. 국민은 전문가의 객관적 설명 대신 팔이 안으로 굽는 식의 ‘선전’을 들어야 했던 것이다. 이 대표의 상처가 갑자기 커지기도 했고 동정심을 고조시키려는 안간힘도 드러났다.

다친 부위는 다르지만 필자도 피가 철철 나는 부상을 입고 응급치료를 받은 적이 있어 대충은 안다. 칼을 들고 달려들었으니 큰일 날 뻔은 했으나 상처 크기로 보아 중상이니 의식이 있느니 없느니까지 운운할 정도는 아니다. 과거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기습 테러로 큰 상처를 입었을 때 병원 당국이 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 자주 브리핑했으면 아무 일 없을 것인데 끼어든 사람들이 유난을 떠는 바람에 의심이 증폭됐다.

여기에 경찰도 문제가 있다. 이렇게 떠들썩한 사건임에도 국민의 알권리는 아랑곳 없이 몸조심 위주로 깜깜이 수사를 하는 바람에 정보 부족으로 유언비어 발생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극심한 정치 불신까지 겹쳐 배후설·자작설 등이 나왔다. 이 대표만 하더라도 그동안 대장동 사건 등 10여 개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아오면서 의심받을 언동을 많이 했다.

그는 대표 퇴진을 요구하는 당내 압력이 가중되던 지난해 8월 말 구속 위기에 몰리자 돌연 단식을 선언했다. 그리고 성공했다. 유창훈 판사가 구속영장을 기각함으로써 위기를 돌파하고 재판 연기 효과도 봤다. 그리고 이번에도 우연치고는 발생 시점이 절묘하다는 느낌도 준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등판 이후 선거 판세가 바뀌고 법원에서 결정적으로 불리할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이 곧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또 일주일에 여러 번의 재판 출석에 따른 정치적·개인적 부담, 이낙연 신당으로 인한 당내 동요 등 부담도 컸을 것이다. 이런 국면에서 사건이 터진 것이다. 평소 신뢰를 상실한 상황에서 이런 사건이 터지면 억측을 막기 어렵다.

사건 이후 정치권에서는 증오 정치·극단 정치를 하지 말자면서 남의 탓으로 떠밀기에 골몰하고 있다. 혹시라도 표가 떨어질까 봐 전전긍긍이다. 그런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그동안 밥 먹듯이 해 온 소행도 생각해야 한다. 이름도 고약한 ‘개딸’을 앞세워 공격하고 배신자를 ‘처단’하자는 구호를 공공연히 외치고, 애먼 ‘수박’을 당내 반대자의 상징으로 설정하여 수박 박살내기 퍼포먼스를 벌이는가 하면 “버릇없는 놈” “머리에 물병을 던져 버리고 싶다”며 폭력을 선동하는 등 증오를 부추겨 온 사람들은 누구인가. 또 끔찍한 욕설 등 혐오 발언의 선두주자는 누구인가.

선거 정국이 혼탁한 가운데 북한도 슬슬 끼어들어 훼방을 놓기 시작했다. 그 끝이 어디일지는 모른다. 최근의 다목적 포격 시위에는 남한의 선거 프레임을 바꾸어놓으려는 속셈도 엿보인다. 선거가 한동훈과 이재명의 미래 권력 대결 구도가 되어 민주당에 불리하게 돌아가자 전쟁이냐 평화냐로 프레임을 바꾸려는 작업(Operation)이 꿈틀대는 것 같다. 민주당의 굴욕적인 평화 주장은 문재인 정권에서 지겹도록 겪어 보았다. 이재명도 같다. ‘더러운 평화’가 전쟁보다는 낫다는 주장이다. 위대한 커뮤니케이터라는 칭송을 듣는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일찍이 이런 비겁한 패배주의를 겨냥하여 “가장 쉬운 평화는 항복하는 것이고 그 다음에는 노예가 되는 것”이라고 설파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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