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용의 바른 보험] 보험사 의료자문 투명해질 수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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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자문 후 보험금 지급 거절당한 소비자는 어디에 하소연해야 하나

김덕용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2-20 09:50:35

보험회사가 보험 가입심사를 하거나 보험금 지급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조금 결정하기 어려운 질환 이력이 있을 경우 거치게 되는 과정이 있다. 바로 의료 자문이다. 말 그대로 자문이며 보다 더 정확한 의료 정보를 토대로 보험 가입을 허용할 것인지 또는 보험금을 지급해도 문제가 없는지 검토하기 위해 거치는 일련의 과정이라 보면 된다.

14년간 보험설계사로 일하며 보험회사가 의료자문을 하는 과정을 꽤나 많이 봐 왔는데 항상 느끼는 것이 있다. 너무 답답하다는 사실이다. 특히나 보험금 지급을 위한 의료 자문은 더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왜 이렇게 상호 소통 없는 ‘깜깜이 식’으로 진행해야 하며 고객의 입장에서 해석하는 의료 자문이 아니라 결국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려 하는 듯한, 그들을 위한 의료 자문이란 생각이 자꾸만 드는 것일까.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 보험금 청구를 하게 되면 보통 바로 보험금이 지급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간혹 피보험자 측의 주치의가 작성해 준 진단서 또는 기록한 차트상의 내용을 반박하며 보험사 측에서 자신들이 의료 자문을 받은 내용을 기준으로 일방적인 지급 거절 통보를 할 때가 종종 있다. 물론 형식상 제3의 기관을 선정해 추가적인 자문을 구해 볼 수 있다고 안내하지만 생업으로 바쁜 와중에 보험금 지급 하나 가지고 보험사와 티격태격 싸울 엄두를 못 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몰라 우왕좌왕하다가 끝이 나기도 한다.

소비자는 억울하다고 하소연을 늘어놓지만 어느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 보험설계사가 나서 줄 수 있지만 이 또한 꾸준히 관리해 주는 담당설계사가 있지 않은 이상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아쉬운 마음에 반박하고 싶어 보험사 측에 누가 의료 자문을 이렇게 했냐고 물어봐도 제공되는 정보는 지극히 제한적이다. 거짓으로 얘기하는지 진실인지 의심부터 가는 상황도 많다. 너무 불투명하고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일방적 통보를 하는 보험금 지급 의료 자문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란 말인가. 고액 지급건의 경우 손해사정사 또는 변호사를 선임이라도 할 수 있지만 소액건은 그냥 어찌할 바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보험 가입은 우연히 발생하는 상해·질병사고로 금전적 손실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적어도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 보상받을 수 있고 약관상 해석에서 벗어나지 않는 진단 내지는 수술을 받았음에도 항상 보험사에서 생각하는 기준을 내세워 보험금 지급을 보류하거나 거절한다면 도대체 소비자는 어디에다가 하소연을 해야 한단 말인가. 의료 자문서를 보여 줘도 누가 그런 의견을 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을 치료해 준 주치의에게 보여 준다고 한들 돌아오는 답변은 항상 “어이가 없다”로 일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험금을 지급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보험금을 왜 지급해 줘야 하는지 입증까지 해야 한다면 보험가입을 할 필요가 있을까. 현장에서 열심히 설명하고 최소한의 사후 수습까지 도와 주려는 보험설계사 입장에서는 보험회사에 한껏 목소리 높여 묻고 싶다. 비단 필자만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보다 더 투명해질 수는 없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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