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계가 좌편향된 게 아니면 어째서 저예산 다큐 영화 ‘건국전쟁’을 정부 지원을 받는 독립영화관에서 외면하느냐, ‘길위에 김대중’은 ‘독립’ 영화이고 ‘건국전쟁’은 ‘식민’ 영화인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찌감치 좌편향 논란에 휩싸여온 독립영화관들이 ‘이승만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다큐 영화 ‘건국전쟁’을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일부 복수 독립영화관에서는 지난달 10일 개봉한 ‘길위에 김대중’을 2월28일까지 상영하고 있지만 2월1일 개봉한 ‘건국전쟁’은 상영하는 곳을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달 초에 개봉한 김대중 영화는 두 달 동안 상영되는 반면에 ‘건국전쟁’은 단 한 차례의 상영 기회도 얻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뿐만 아니라 이승만 대통령 생애를 다룬 다큐 영화 ‘기적의 시작(감독 권순도)’은 지난해 10월 개봉한 이후 독립영화관 상영관조차 잡지 못했다. 해당 영화는 서울 시내 2곳의 중소 규모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전국 대형 교회 등에서 순회상영을 지속하다 설 연휴를 전후해 ‘이승만 신드롬’ 분위기를 타고 22일부터 전국 127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상영을 시작했다.
익명을 요구한 독립영화 관계자 A씨는 최근 기자와 만나 “정부 지원으로 운영되는 지방자치단체 독립영화관들이 ‘건국전쟁’을 상영하지 않고 있다”며 문화계의 오랜 좌편향 기류가 자치단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건국전쟁’을 만든 김덕영 감독의 2020년 작품 ‘김일성의 아이들’은 각종 국제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다수 수상했는데도 지자체 산하 독립영화관들이 모두 외면했다고 들었다”면서 “문화계는 해묵은 좌편향 문제에 대해 지적해도 시정이나 개선 의지조차 없고 그 이유를 물으면 ‘그걸 왜 묻냐’며 적반하장 식으로 냉대하기 일쑤였다”고 실태를 폭로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상영관들은 “상영 시간표는 정치 성향과 관계없이 구성된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독립영화 제작 지원도 우파 영화는 불이익
좌편향 기조 논란 일어도
시정·개선의지 전혀 없어
종북 내세워도 혜택 여전
독립·다큐멘터리 영화 등을 주로 상영해 주는 독립영화관은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로부터 영화관 입장료의 3%를 떼는 부과금 등으로 구성된 영화 발전 기금을 지원금으로 받아왔다. 영진위 홈페이지를 보면 △제작사 또는 개인(제작·감독) △배급사 또는 수입사 △독립·예술영화 전용상영관 등은 독립영화로 인정받을 경우 제작 지원 및 개봉지원 사업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독립영화 제작 지원 과정에서도 우파 영화는 제작 지원 과정에서도 불이익을 받는 게 현실이다. 독립영화 한 편당 지원 예산은 통상 2000만~3000만 원 선으로 정해진다. 이마저도 저예산 영화 제작자에겐 절박하다. 포스터와 예고편 등을 만들 수 있어서다. 영진위는 2015년 ‘예술영화전용관 유통배급 지원 사업’을 하면서 위원회 위탁단체 선정 영화를 매달 의무 상영할 경우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독립영화’의 경우 제작 과정부터 상영관 선정까지 영진위의 입김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영진위로부터 독립된 영화 선정이 가능한지에 따라 독립영화관의 명암이 엇갈린다는 것이다. 사실상 ‘정치적 중립’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영화 지원이 영진위 구조로는 불가능하다는 혹평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기적의시작’ 권순도 감독은 본지에 “영진위는 저예산 영화를 ‘독립영화’로 인정하는 혜택을 주는 곳인데 좌편향 정치 이슈를 다루면 독립영화로 인정받고 반대인 경우는 인정을 못 받는 사례가 많았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제주 4.3 사건’의 진실을 다룬 영화 ‘탐라의 봄’은 ‘남로당이 5월10일 제헌의원 선거를 방해하기 위해 일으킨 사건’의 관점으로 만들었다”며 “그러나 영진위는 본심과 재심에서 ‘독립영화’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반대로 ‘제주 4.3 사건’을 이승만과 군경이 일으킨 국가폭력이라는 관점에서 만든 작품들은 어떤 식으로라도 독립영화로 인정돼 제작비를 지원받더라”라고 털어놨다.
A씨는 “문제는 영화계 수뇌부가 사실상 ‘좌편향 인사’로 가득 채워진 점”이라며 “페미니즘·인권 등 좌파 영화를 제작하고 틀어줘야 정부 지원을 받고 영화계에서 배제당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독립영화의 경우 명줄을 잡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영진위 지원 사업이 철저한 배제와 검열 과정을 통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관리한다는 소문은 정권 별로 계속해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과거 조희문 인하대 연극영화과 교수(전 영화진흥위원장)도 영화계가 좌파를 장악했다는 취지의 논문인 ‘한국영화 : 문화와 운동, 정치의 경계’를 발표하고 “문화예술계는 좌파가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론 조작 등의 활동이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으며 필요할 때 필요한 곳에서 조직과 네트워크는 항상 가동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공연히 친북이나 종북을 외쳐도 비판은 고사하고 대놓고 언급하기도 어려운 현실에서 이들은 자신들이 뛰어난 영화인으로 대우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 뿐”이라며 “한국 영화계가 이념을 넘어 견제와 균형·조화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앞서 김 감독도 2021년 월간조선과 인터뷰에서 독립영화관에서 왜 자기 작품을 외면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김 감독은 “16년간 준비한 ‘김일성의 아이들’을 34개 독립영화관은 상영해 주지 않았다”며 “그런데 세월호·광주사태 관련 영화들은 매일 상영하더라”고 비판했다.
‘김일성의 아이들’은 6·25 전쟁 전후 이후 동유럽에 보내진 북한 전쟁고아들을 파헤친 다큐멘터리다. 김 감독이 직접 연출 및 작업한 이 영화는 뛰어난 작품성으로 큰 반향을 얻으며 2020년 로마국제영화제 다큐 부문 최우수 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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