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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재무금융) 교수
[人스토리] 김우진 교수 “거버넌스 개선과 투자자 보호, 모두 같은 얘기죠”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 거버넌스 문제를 연구하는 자본시장 전문가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01 00:05:00
▲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유학 생활 중 기업 거버넌스 이슈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20년 넘게 자본시장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남충수 기자 ⓒ스카이데일리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선 지배구조라고 하면 공정거래법에 나오는 순환출자·경제력집중 억제 등의 관점으로 보곤 했는데 그게 아니에요. 투자자 관점에서 ‘회사에 얼마를 투자해서 회사로부터 과실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 것인가’로 바라보는 게 거버넌스 이슈예요. 거버넌스 개선·투자자 보호·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모두 같은 얘기죠. 거버넌스 이슈를 대규모 기업집단 이슈보다는 자본시장 이슈·상장기업 이슈·투자자 이슈로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주식시장 열기가 뜨겁다. 연초 2400선까지 추락하던 코스피 지수가 1월 말부터 회복되면서 2500·2600선을 연달아 탈환했다. 금융당국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꺼낸 영향으로 풀이된다. 아직 첫걸음마다. 주요국 수준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 한참 남아 있다. 우리 자본시장의 모습을 돌아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54)는 20년 넘게 기업 거버넌스를 연구한 자본시장 전문가다. 학술 연구뿐 아니라 삼성준법감시위원회 등 거버넌스 문제 관련 외부활동도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우리 자본시장에 대해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서울대 연구실로 김 교수를 찾아갔다.
 
美 유학 중 거버넌스 문제에 관심 갖게 돼
 
IMF 외환위기로 뒤숭숭했던 1998년 김우진 교수는 공직자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사무관이었다. 기업들이 줄도산하면서 기업 구조조정이 중요 정책과제로 떠오른 시기였다. 김 교수는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그 장면을 목도했다.
 
3년 6개월이 쏜살같이 흘렀다. 그 사이 우리나라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받은 구제 금융을 모두 상환하고 외환위기를 극복했다. 김 교수의 삶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그는 공직생활을 잠시 멈추고 2001년 미국으로 국비유학을 떠났다. 그리고 일리노이 대학에서 재무학(석·박사)을 공부했다. 그는 당시 유학 생활을 하면서 거버넌스 등 자본시장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유학 생활을 할 때 거버넌스 관련 기존 연구 자료를 살펴봤는데 한국과 같이 재벌 구조를 가진 나라가 의외로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유학 가기 전에는 한국 고유의 문제인 줄 알았는데 연구 결과를 보니까 오히려 소유분산 기업이 많은 미국이 예외였죠. 스웨덴의 발렌베리·홍콩의 리카싱·캐나다의 봄바디어·이탈리아의 피아트·독일의 BMW 다 가족기업이에요.”
 
“한국 기업 거버넌스에 대해 관심이 있었지만 ‘이게 과연 국제적으로 관심을 끌만한 주제일까’ 고민했는데 한국만 특이한 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라는 걸 알고 나선 이걸 연구 주제로 삼아도 되겠다 싶었죠. 다른 나라 학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고 전 세계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해서 그때부터 계속 연구를 하게 됐어요.”
 
자본시장 전문가가 바라본 우리나라 증시의 문제점이 궁금했다. 김 교수는 펀더멘탈(기초체력)만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답했다. 일명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다. 그 배경으로는 주주환원 미흡 등과 같은 이슈보다 국내 기업들 대부분이 아직까지도 ‘주주가 회사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갖추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밸류업(기업가치 향상)이 회사의 목표인데도 국내 기업은 그걸 부담스러워 해요. 기업 목표와 주주가치 등에 대한 우리나라 재계의 인식이 글로벌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죠. 주주환원 미흡을 떠나서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기업의 목표’라는 인식이 없어요. 계속 성장하고 재투자하는 게 기업의 목표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 자체가 이슈죠.”
 
▲ 김 교수는 우리나라 증시의 문제점은 펀더멘탈만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답했다. ⓒ스카이데일리
 
정부가 추진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방안에 대해선 조금 아쉽다고 평가했다. 이전 정부에서 관심도 두지 않던 주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개별적인 정책을 내놓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는 굉장히 긍정적이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려 한다기보다는 임시방편적 측면이 없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공매도 거래 잠정 중단’의 실효성을 지적했다.  
 
“공매도 제도는 한 종목이 고평가돼 있을 때 펀더멘탈을 회복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굉장히 중요한 장치예요. 공매도가 없으면 작전을 막을 수 없죠. 예를 들어 기업가치가 1만 원인 종목이 ‘테마’에 걸려서 비정상적으로 5만~10만 원으로 올라간다고 칠 때 공매도가 있어야 원래 가치로 내려갈 수 있죠. 1만 원짜리는 1만 원짜리로 있는 게 맞잖아요? 투자자들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펀더멘탈에 근거해 투자하는 환경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가장 근본적으로는 지배주주인 창업주 가문이 기업가치를 올리는 걸 좋아하도록 만들어야 해요. 근데 지금 그게 안 되고 있죠. 오너라면 회사 가치가 올라가는 걸 좋아해야 하는데 우리 기업들은 싫어해요. 주가가 오를수록 상속세를 많이 내야 하기 때문이죠. 어차피 팔 수 있는 주식도 아니잖아요? 이를 고려하면 상속세 문제부터 근원적으로 해결해야 하죠.”
 
‘이재용 회장 승계 포기’ 이끈 게 기억에 남아
 
기업 스스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지 궁금했다. 김 교수는 ‘자본비용을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본비용은 자본을 제공한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수익률을 말한다. 우리 기업은 현재 자본비용에 대한 고려 없이 재투자를 결정하고 투자자들이 원하는 만큼 수익률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가라는 건 회사가 벌어들이는 것에 대해 현재 가치로 반영하는 거니까 영업이 잘되는 게 중요해요. 근데 우리 회사들은 자본비용에 대해 별로 인식이 없어요. 예를 들어 ‘100’을 투자해서 ‘101’을 벌면 1%인데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건 1%가 아니죠. 은행 금리보다는 더 나와야 할 것 아니에요? 위험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10%는 나와야죠.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수익률보다 회사가 더 벌 수 있는 것에 투자하고 그거보다 낮으면 투자하면 안 되죠.”
 
“자본비용을 고려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봐요. 투자자는 10%를 요구하는데 회사는 5%를 재투자하면서 5% 밖에 못 벌어오면 10%를 만들어 주기 위해 주가는 낮을 수밖에 없어요. 주식을 싸게 사야 투자자 입장에서 더 버는 게 있으니까요. 자본비용보다 높은 것에는 과감히 투자하고 낮은 것에는 투자하면 안 되죠. 오히려 그럴 때는 주주환원을 해야 합니다.”
 
▲ 김 교수는 학문 연구뿐 아니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국민연금기금 투자정책 전문위원회 위원 등 대외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상법에 명시된 이사의 충실의무를 개정하는 것도 기업가치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현행 상법은 이사의 충실의무와 관련해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최근 행동주의 펀드를 중심으로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회사를 위해’ 또는 ‘회사와 총주주를 위해’로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상황이다.
 
“법원 판례에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인정하지 않고 명확하지 않은 측면이 있는데 이를 상법에 집어넣으면 도움이 되겠죠. 다만 궁극적으로는 법 개정 등 입법적 노력과 아울러 민사 구제에 대한 법원의 전향적인 사법적 판단이 중요하다고 봐요. 정부가 할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법원에서 ‘이사들이 책임을 진다’고 하는 판례를 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야기하는 행동을 멈출 수 있어요.”
 
김 교수는 대주주 중심의 지배구조 자체가 국내 증시의 문제점이 아니라고 했다. 지배주주 체제는 자기 책임하에 장기적인 시야를 가질 수 있으므로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을 편취하는 문제만 해결된다면 나름대로의 장점도 있다는 입장이다. 스튜어드 의식(봉사 의식)을 가지고 회사를 이끌면 큰 문제는 없다.
 
“소유분산 기업이 무조건 좋다고 보는 건 잘못된 생각이에요. 전문경영인·대리인이 야기하는 문제는 더 많아요. 전문경영인 체제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에요. 미국 정도의 시스템을 갖춰야 하죠. 한국은 아직 시스템이 안 돼 있어 당분간 패밀리가 한 세대는 더 해야 해요. 주인 없는 기업이라고 하면 여기저기 다 달려들잖아요? 정치권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고요. 이사회 중심으로 갈 수 있는 정도가 돼야 전문경영인 체제가 되는 거예요. 우리는 아직 멀었죠. 다만 패밀리가 하되 지금처럼 오너 의식을 갖지 말고 스튜어드(봉사자)로서의 의식을 갖고 경영해야 해요.”
 
김 교수는 학문 연구뿐 아니라 대외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2020년부터 삼성 계열사의 준법 상황을 감시하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서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한국예탁결제원·한국거래소·국민연금공단 등의 기관에서도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간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승계 포기’를 이끌어 낸 것을 꼽았다.
 
“이재용 회장이 자녀에게 경영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대국민 발표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더 중요한 것은 삼성에서 준법 이슈를 굉장히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죠. 삼성이 많이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법을 제약 조건으로 생각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법을 제약 조건을 보고 있죠. 최근 베트남으로 현장실사를 다녀왔는데 거기선 컴플라이언스(준법 감시 체계)를 잘 갖춰 한국 기업이 아니라고 느껴졌죠. 수준이 많이 올라갔고 앞으로 더 좋아질 거라고 봐요.”
 
김 교수는 앞으로 학술연구와 아울러 정책연구에도 힘을 쏟을 생각이다. 한국의 자본시장이 전 세계 10등 안에 들 수 있도록 정책 방향 개선 등을 통해 기여하는  게 그의 목표다.
 
“위원회 등 외부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까 예전만큼 순수학술 연구에 시간을 쏟지 못해요. 그 대신 정책 연구에 더 많이 매진하고 있죠. 한국이 전 세계 10등 안에 드는데 자본시장은 국격에 맞지 않게 낙후돼 있잖아요. 다양한 정책연구·정책발향 개선 등을 통해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국격에 맞는 수준으로 올라가도록 기여하고 싶어요. 은퇴하기 전까지의 목표죠.” 
 
프로필
1996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1998  서울대 행정대학원 수료
1998∼2001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사무관
2003∼2006  미국 일리노이대 석사·박사학위 취득(재무학)
20062007.8 KDI 국제정책대학원 조교수 
2007.92011.8 고려대 경영대학 조교수 
2018.3∼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2022.2∼ 서울대 경영대학 학생부학장 
2023.10~ 한국예탁결제원 중요지표관리위원회 위원
2020 ~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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