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환의 시사저격] 한국 정치 수준 떨어뜨린 ‘이재명 심판’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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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독재·권모술수·숙청 공천으로 정권심판론 무색
이재명식 술수·선동·폭력성 도발 선거 분위기 위협

구월환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3-13 06:31:30

과거에도 정당 중진들이 무더기로 나가 떨어져 ‘악!’ 소리 나온 적이 적지 않았다. 2004년 17대 총선 때 당시 보수정당의 공천심사에서 거물 김윤환·이기택·신상우 등이 탈락한 소위 ‘금요일의 대학살’이란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이때는 그것을 국민적 여망을 반영한, 과감한 것으로 보는 여론이 많았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민주당의 임종석·홍영표·박용진 등 이재명 대표의 잠재적 경쟁자들이 제거된 공천과는 그 성격이나 차원이 다르다.

겉으로는 시스템 공천 결과라고 하지만 내막적으로는 이재명의 선별에 따라 결과를 산출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진행되었다는 여론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 바람에 평생 대학 강단에서 민주주의를 가르쳐 온 원로교수마저 공천위원장으로 불려와 남의 목을 치는 ‘망나니’라는 독설까지 듣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재명은 이런 권모술수가 빤한 공천을 놓고 공천 혁명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도대체 그의 현실 인식과 감각이 의심스럽다. 이렇게 어깃장을 놓아도 국민은 속아 넘어갈 것으로 본다는 말인가. 산전수전을 겪으며 오랜 세월 당을 지켜 온 중진들이 ‘피철갑 공천’ ‘개판 공천’ ‘이재명 본인이 감옥에 가지 않으려는 것만 생각한 공천’ ‘민주당은 죽었다’ 등등 심한 말까지 불사했다면 일단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하는 것이 마땅한 순서일텐데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다. 11일 밤 박용진 의원의 공천탈락 발표는 혹시나 하던 한 가닥 기대마저 끊어 버렸다.

사실 이재명은 개혁이란 말을 하기 전에 현역의원들에게 철저한 배려와 보상을 했어야 마땅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온갖 범법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아 온 그를 감싸 주기 위해 국민 대표로서의 직무 수행을 포기함으로써 온갖 비난과 불명예를 감수한 사람들이다. 과거에 ‘학살’이라는 비난을 들은 어떤 공천에서도 이번처럼 당 대표 한 사람의 이해관계가 노출된 적은 없었다. 하기는 대장동·백현동 사건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쉽지 않은 여러 혐의가 있음에도 당 대표까지 진출한다는 것은 정상적 상식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초현실적 정치 현상이 실제로 가능해진 것은 86주사파 운동권의 친북 노선과 권력 지상주의적 정치 문화 때문일 것이다. 즉 이들의 진영주의는 상대를 동지와 적으로 분류하고 아군이라면 일단 옹호하고, 적군이라면 무자비하게 공격하는 무조건적 성향을 갖고 있는데 이런 특성을 잘 활용하여 일개 지방 시장에서 대통령 후보가 되고 당권까지 거머쥔 사람에게 어처구니없게도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마키아벨리즘 리더에게서 볼 수 있는 무자비한 현상이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덕분(?)에 한동훈의 운동권 정치 청산 목표는 상당 부분 이뤄진 셈이다.

권모술수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공천 파동의 영향으로 4.10총선의 전망은 어둡다. 참패의 경고음이 요란한 가운데 이 대표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악재도 속출하고 있다. 그의 특기는 말재주이지만 말실수도 잇달아 벌써 두 번이나 사과하는 이변도 일어났다. 특히 ‘2찍’ 운운하며 윤석열에 투표한 국민을 모욕하는 저속한 표현을 씀으로써 양식 있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남들이 그런 표현을 써도 말려야 할 사람이 그렇게 한 것인데 이런 것이 그의 한계이기도 하다. 국민의힘에게 패륜 공천을 했다고 비난했는데 이것도 실수다. ‘형수 욕설’ 사건 등으로 ‘패륜’하면 생각나는 정치인이 바로 이재명 자신이기 때문이다. 공정이나 정의·양심·반칙·특권 같은 단어도 그가 앞세울 용어가 아니다.

숙청형 정략 공천의 후유증이 워낙 큰 탓에 정권 심판의 소리도 광범위한 거부반응의 소용돌이에 묻혀 버린 모양새다. 게다가 조국과 손을 잡는 바람에 범법자 연대라는 사상 초유의 부끄러운 사태를 빚었다. 이뿐이 아니다. 북한의 침략 노선을 추종해 온 세력까지 그의 주선으로 공천 연대를 만들어 국회 진출이 가능해졌다. 이 바람에 지난 2년간 한국 정치를 범죄 수준으로 형편없이 다운시킨 원죄와 더불어 ‘이재명 심판’의 소리가 높다.

그의 지역구 선거와 총선의 결과는 바로 그의 운명과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선거 열세 만회를 위한 필사의 노력은 앞으로 많은 풍파를 일으킬 것이다. 또 선거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그 배후가 심상치 않은 폭력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국회 과반수를 맘대로 휘두른 입법 독재로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은 그 명분이 많이 무색해졌다.

이른바 ‘명룡대전’이 벌어지고 있는 인천 계양을에서 물리적 폭력과 언어폭력 사건이 터졌고 대학생진보연합이라는 급진 좌파 세력이 여당 당사에 난입하는 등 선거판 분위기가 흐려지고 있다. ‘김건희 명품백’ 사건에 기대가 컸겠지만 북한을 들락거린 재미(在美) 목사가 파 놓은 함정이란 사실이 부각되는 바람에 기대했던 파괴력은 나오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남은 한 달은 짧고 한동훈 바람은 거세다. 이를 꺾기는 어렵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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