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View] 민주당 비례대표 공천의 바로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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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 생활경제부장·부국장대우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21 00:02:40

4.10총선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모두 공천작업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으나 그 후유증도 만만치 않은 모양새다.

특히 범야권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17일 4.10 총선 비례대표 순번을 발표하면서 민주당 내 소상공인 조직이 집단 탈당을 감행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민주당을 집단 탈당한 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민주당이 소상공인을 무시하고 외면한다며 탈당의 변을 밝히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21대 국회에서 소상공인 몫의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던 이동주 의원이 경선 끝에 공천에서 탈락했다. 이 의원의 경쟁 상대는 국가정보원 차장을 지낸 박선원 후보이고 박선원 후보의 후원회장을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맡고 있다.

민주당을 탈당한 소상공 인사들은 이 의원과 박 후보의 경선을 두고 ‘기울어진 운동장’도 아닌 ‘수직으로 선 운동장’이라는 비판을 하고 있다.

또한 민주당이 비례대표를 공모하면서 소상공인을 아예 배제해 버린 것에도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대부분 당내 소상공인위원회에 몸담고 있던 이들은 소상공인위원회 인사들이 공청 신청하는 길조차 막아 버렸다고 비판한다. 탈당 러시에 가담한 한 소상공인은 “민주당이 소상공인을 이용만 해먹고 버렸다”며 “앞으로 민주당이 소상공인을 들먹이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연합은 비례대표 7번으로 오세희 전 소상공인연합회장을 공천했다. 탈당 인사들은 오 전 회장을 공천한 데 대해서도 심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당내에 소상공인위원회를 만들고 당을 위해 헌신한 이들이 한 둘이 아닌데 외부 인사에게 소상공인이라는 타이틀을 씌워 주면서 공천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오 전 회장은 자신이 몸담고 있던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 내부에서조차 소상공인을 재벌 기업에 팔아먹었다는 비판을 받는 인물이다. 소공연 회장 재임 시절이던 지난해 재벌 자본과 동업 형태를 이루고 있는 전국편의점협의회(전편협)를 회원으로 가입시켜 내부 분란을 일으켰다. 당시 전편협의 회원 가입을 반대했던 한 인사는 “오 전 회장은 소공연을 재벌들의 놀이터로 만든 인물”이라고 비판한다.

오 전 회장에 대한 소상공업계의 비판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소공연 사무국 직원들의 오 전 회장에 대한 비판이 가장 뼈아프다. 소공연 사무국 다수의 직원들은 오 전 회장을 ‘고집불통’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한다. 도무지 직원들의 말을 경청하려 하지 않았고, 독단적인 판단만 앞세워 직원들과 전혀 소통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 전 회장은 비례대표 신청 직전에 소공연에서 온라인플랫폼 규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러나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에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한 소상공인 단체장과 오 전 회장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말다툼이 벌어졌다.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한 인사에 따르면 오 전 회장이 안하무인의 행태를 보이는 바람에 해당 단체장이 반발하며 고성이 오간 것이라고 한다. 그 단체장은 “오 전 회장이 남자였다면 멱살잡이를 하고 싶을 만큼 화가 났다”고 표현하며 “별 볼일도 없는 소공연 회장을 하면서도 저리 목에 힘을 주고 있는데 국회에 들어가면 얼마나 갑질을 해댈지 끔찍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 소상공인위원회에는 과거에 소공연에 몸 담고 있던 인사가 여럿 있다. 2018년 소공연 회장이던 최승재 의원과의 정치적 불화로 소공연에서 쫓겨나다시피 했던 인사들이다. 오 전 회장은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들을 소공연으로 복귀시키지 않았다. 오 전 회장의 비례대표 당선권 공천에 소상공인위원회가 반발하는 이유 중 하나다.

민주당을 탈당한 소상공인위원회 소속 당원들에게도 고집불통·안하무인으로 집약되는 오 전 회장의 인성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상황이다. 소상공업계의 한 인사는 오 전 회장의 공천 사실을 두고 “민주당에 얼마나 인물이 없으면 이런 인물을 당선 안정권에 공천하겠느냐”며 비꼬기도 한다.

탈당 러시가 이어지고 있는 민주당 소상공인위원회 소속 인사들이 시쳇말로 ‘쪽팔려서’라며 탈당하는 상황을 놓고 보면 오 전 회장에 대한 업계의 평판이 어느 정도 인지 가늠할 수 있다.

민주당은 오 전 회장을 공천하면서 그의 약력에 전(前)소상공인연합회장을 표시했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통상 700만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소상공인에게 표를 얻고 싶은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 비판적인 평판이 대세인 인물을 공천함으로써 집토끼인 당내 소상공인의 탈당 러시까지 감내해야 할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민주당의 비례대표 공천의 실상을 볼 수 있는 바로미터이다.

김흥수 생활경제부장·부국장대우 khsoo@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