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요?… 600만 자영업자에겐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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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출산지원금 등 저출산 지원책 직장인에 쏠려
韓 육아대책, 고용보험 기준… 자영업자 가입률 1% 미만

김기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24 11:09:29

600만 명에 육박하는 자영업자를 위한 출산 지원책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아동수당·부모급여 등의 재정 지원 확대 정책에서 자영업자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육아정책연구소가 24일 발간한 ‘평등한 돌봄권 보장을 위한 자녀 돌봄 시간정책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대다수는 건강보험 가입 여부가 출산휴가 급여의 자격 기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은 경제활동 여부를 기준으로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통상 고용보험보다 가입자가 더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 육아정책 대부분은 고용보험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고용보험기금에서 지출되는 육아휴직·급여 및 출산전후 휴가 급여는 고용보험 가입자가 혜택 대상이다.

따라서 자영업자의 대부분은 고용보험에 가입돼있지 않기 때문에 출산 지원을 받기 힘들다. 지난달 기준 국내 자영업자는 약 628만 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22.4%에 달한다. 하지만 고용보험 가입률은 2022년 기준 0.77%로 여전히 1%를 밑돈다.

한국의 육아휴직·출산휴가급여 등 저출산 지원책은 실업자 등 비경제활동인구나 자영업자는 원칙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없다. 그나마 출산휴가·급여는 2019년부터 1인 자영업자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직원을 단 1명이라도 고용하면 지원이 제한된다. 여전히 직장인이 중심으로 지원책이 마련돼있는 모습이다.

자영업자는 하루라도 영업을 쉬게 되면 적잖은 타격을 입는다. 아이를 돌보기 위해 하루라도 일을 쉰다면 대체근로를 투입해야 하는 등 인건비가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육아휴직·급여는 자영업자 사이에선 뜬구름 잡는 소리가 된 지 오래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임금근로자는 남녀고용평등법 등에 육아휴직 개념이 명시돼 있지만 자영업자는 업태가 다양해 통일된 휴직 개념이 없다”며 “당장 자영업자에 육아휴직 적용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시행·추진된 정책만 살펴봐도 주로 임금근로자를 위한 대책이 대다수다. 올해부터 ‘3+3 부모육아휴직제’는 ‘6+6’으로 확대 개편됐다. 생후 18개월 내 자녀를 둔 부모가 동시에 또는 차례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첫 6개월에 대한 육아휴직급여를 통상임금의 100%로 지원한다.

정부는 연초 경제정책방향에서 직장어린이집 위탁보육료 지원금을 비과세하기로 하고 1월 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반영했다.

공무원도 육아휴직수당을 기본급 수준으로 대폭 인상하고, 복직 후에도 인사상 불이익을 없애는 방안이 추진된다.

부영그룹이 쏘아 올린 ‘출산장려금 1억 원’으로 세제 당국은 5일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을 전액 비과세하겠다는 방침도 밝혀 자영업자는 해당되지 않는 출산 지원책만 최근 쏟아지고 있다.

반면 프랑스·독일 등 외국에서는 건강보험이나 부모보험 등에서 재원을 마련해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학생·실업자까지 폭넓게 지원하고 있다.

자영업뿐만 아니라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노동자)·프리랜서·시간제 등 고용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획일적 저출산 대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