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용의 바른 보험] 힘든 가계 상황, 보험 해지 전 옥석 한 번 가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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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급금 찾을 생각에 좋은 보장 모두 놓칠 수 있어

김덕용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3-25 16:25:49

수입은 제한적이고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항목은 갈수록 늘어난다. 고금리 대출이자 내기도 빠듯한 상황에서 가계의 지출이 줄어들지 않는 상황까지 겹치다 보니 많은 분들이 보험계약 해지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것은 어제오늘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더욱 많은 분들이 기존의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것 같다. 힘든 상황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악수가 악수를 낳을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기존에 가입하고 있는 보험 중 옥석을 가려 결정하기를 당부하고 싶다.

과거 가입한 보험계약 중 보험계약을 해지함으로써 해지환급금이 적잖게 나오는 상품으로는 대표적으로 생명보험사의 종신보험과 손해보험사의 순수보장형 건강보험 및 만기환급형 건강보험이 있다. 2016년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판매하고 있는 무해지환급형(납입기간 내 보험계약 해지 시 해지환급금 없음) 보험이 아니라면 사실 대부분의 보험상품은 해지환급금이 조금이나마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종신보험의 계약 해지가 개인적인 경험에 비췄을 때 다른 보험상품에 비해 비중이 높은 것 같다. 아무래도 일반적인 건강보험보다는 납입하는 보험료가 많다 보니 보험료 납입이 부담스럽고 해지환급금도 적잖게 나오게 돼 부족한 자금을 융통하기에 유리한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중 신중하게 접근했으면 하는 상품이 있다. 바로 2000년대 초반에 가입한 CI종신 보험과 만기환급형 보험이다.

보통 CI종신보험이라고 하면 중대한 질병을 보상해 주는 주계약(사망보험금)의 특성 때문에 많은 분들이 보상받기가 힘들어서 쓸모없는 보험이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극단적인 흑백논리가 될 수 있다. 우선 보험은 보상받으면 좋고 보상받지 못하면 나쁘다는 방식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무엇보다 보상받기가 얼마나 수월한지를 생각하고 접근하는 것이 좋다.

같은 질환에 대해 보상을 해준다고 할지라도 보험회사와 보험가입 시기에 따라 약관상에서 기재돼 있는 보장범위가 조금씩 다를 수 있는데 이러한 부분을 살펴봐야 한다. 그래서 말 그대로 내가 가입한 보장에 대해 보장범위가 넓은 것인지, 현재는 보장해 주지 않은 좋은 보장은 없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앞서 거론한 2000년대 초반 판매한 CI종신보험에서 중대한 질병 중 중대한 암에 대한 보장내용이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

갑상선으로부터 전이된 림프절암의 경우 원발암(최초암)이 갑상선임에도 불구하고 중대한 암으로 간주하고 보험금지급을 해주기 때문이다. 현재는 이를 보장해 주는 일반암(중대한암) 진단비는 없다. 그래서 보험계약을 해지하기보다는 암진단비 역할을 할 수 있게 특약을 삭제하고 주계약을 유지하거나 주계약을 조금 조정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좋다. 가입 시점으로부터 시간이 많이 흘러 납입이 끝난 경우도 이 부분에 대해 잘 모르고 꽤나 적잖은 목돈을 만질 수 있다는 생각 하나로 보험계약 해지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 2003년 판매된 CI종신보험(위)과 2011년 판매된 CI종신보험(아래) 약관내용. 필자 제공

한편 손해보험사 상품의 경우 만기환급형상품을 가입하고 있다면 일단 적립보험료를 최소로 줄이고 보장성보험료만 납입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순수보장형보험을 비롯해 보험료 납입 자체가 부담스럽다면 보험계약 해지부터 하지 말고 일단 진단금을 제외한 나머지 작은 보상금액을 보장하는 항목들을 모두 제외하고 유지하는 것을 추천한다. 아무래도 진단금의 경우 추후 보험 가입을 다시 하려고 하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납입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눈앞의 해지환급금에 현혹되지 말고 굵직한 주요 보장만큼은 지킬 수 있는 방향성을 가지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보험계약 해지의 문제는 본인의 선택이기에 필자가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시간과 돈을 쓴 것에 비하면 보험계약 해지는 너무도 아까운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고 조언하고 싶다. 물론 갱신형보험을 가입해 너무 큰 보험료 인상이 있어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다시 비갱신형보험으로 가입한다면 몰라도 비갱신형보험을 가입하고 10년 내외의 납입기간을 유지해오며 잘 가입된 보험상품을 해지하는 것은 보험설계사 입장에서 보기엔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가계경제에 보탬이 되고자 보험계약 해지를 고민하고 있다면 좀 더 현명한 방법이 있을 수도 있는 만큼 더 신중하게 판단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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