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채용 약속 안 했다던 파주시… 법원 판결로 ‘거짓’ 들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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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시 임기제 공무원, 시장의 ‘7급 승진’ 약속에 고용 미연장
정작 면접에선 탈락… 법원 “특정인 합격 약속은 법률에 위배”
A씨 “판결문 근거로 손해배상 청구 등 민사소송 진행할 것”

김준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25 12:49:00

▲ 파주시장 비서실 관계자가 “파주시장이 A씨를 7급으로 승진시켜 주라고 했다”며 A씨에게 보낸 카톡 내용.

전직 파주시 지방임기제 공무원이 파주시장의 승진 채용 약속만 믿고 사표를 냈다가 면접에서 불합격 처분을 받았다. 파주시는 관련 보도 직후 시장이 이 같은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법원은 시장이 해당 의사표시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의정부지방법원은 최근 전직 파주시 임기제 9급 공무원이 김경일 파주시장과 파주시 인사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공무원 임용 불합격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인 A씨의 주장에 대해 각하 및 기각 결정을 내렸다. 행정심판에서 각하 처분은 본안 심의에 앞서 심판청구의 요건이 불충분하다고 판단돼 접수 자체를 거부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파주시장의 승진 채용 약속에 대해선 해당 사실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A씨에 따르면 그는 파주시 지방임기제 ‘옥외광고물 안전관리 담당’ 9급 공무원으로 재직 중 전국 최초로 드론을 활용해 옥외광고물 안전점검을 실시해 여러 언론에서 우수사례로 이를 보도했다.

이후 2022년 8월께 김경일 파주시장의 비서로부터 “파주시장이 A씨를 7급으로 승진시키라고 지시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당시 시장실로 불려 간 A씨 상관이던 담당 팀장도 법원에 제출한 사실 확인서를 통해 “시장이 광고물관리팀 업무성과를 칭찬했으며, A씨가 나이도 많고 성과도 있으니 빨리 7급으로 승진시키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 A씨 담당 팀장이 “파주시장이 광고물관리팀 업무성과를 칭찬했으며, A씨가 나이도 많고 성과도 있으니 빨리 7급으로 승진시키라고 지시했다”며 지난해 11월10일 법원에 제출한 사실 확인서

A씨는 같은 해 11월 임기제 9급 공무원 고용 미연장 공문을 제출하고 작년 1월3일 사직을 한 후 같은 해 2월10일 면접시험에 응시했다. 하지만 그는 4일 후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A씨는 시장이 했던 약속만 믿고 공무원을 그만 둔 후 시험에 응시했지만, 시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의정부 지방법원은 A씨의 불합격 결정을 다툴 적격자는 인사위원회 위원장 뿐이라며 파주시장에 대한 청구는 피고적격 없는 자에 대한 것으로 부적합하다고 판결했다. 시장이 독단적으로 승진 인사를 결정할 자격이 없다는 취지다.

하지만 법원은 파주시장이 A씨에게 7급 임기제 공무원으로 임용해 주겠다고 약속한 점에 대해선 사실인 것으로 판단했다. 법원은 시장 비서가 A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와 파주시 공무원 노조에서 파주시의 임기제 공무원 모집공고를 철회하란 성명서를 발표한 점을 이유로 들었다. 법원은 A씨의 상급자였던 담당 팀장이 제출한 사실 확인서도 인정했다.

법원은 다만 “지자체장이 소속 공무원의 임용권자라고 하더라도 특정인을 공개경쟁 임용시험에서 합격하도록 해주겠단 것은 법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원고는 이를 정당하다고 신뢰했기 때문에 원고에게 귀책 사유가 있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언론보도 직후 파주시의 ‘거짓 해명’은 계속 논란이 될 전망이다.

시는 지난해 11월8일 연합뉴스의 ‘승진 약속 안 지켰다… 전 직원이 파주시장 상대로 소송’ 제하의 기사와 관련해 “시에서는 관련 절차를 준수해 대학교수 등 외부 위원이 과반수 포함된 면접위원회를 구성해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면접을 진행해 합격자를 결정하므로 파주시장이 특정인의 채용 당락을 결정할 수 없는 구조”라며 “파주시장이 승진 채용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님을 알려 드린다”고 해명했다.

시는 또 지난해 6월23일 법원에 “피고 파주시장은 원고에 대한 7급 임용을 약속한 바 없습니다”라는 내용의 준비서면도 제출했다.

▲“파주시장은 A씨에게 7급 임용을 약속한 적이 없다”며 지난해 6월23일 파주시가 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 자료.

결국 법원의 판결로 파주시가 그동안 거짓 주장을 해 온 것이 들통난 셈이다. A씨는 김경일 파주시장을 상대로 이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파주시의 거짓 해명자료 논란에 대해 시 소통홍보관실 관계자는 “설령 시장이 승진시켜 주겠다고 했더라도 채용 절차 과정에서 이 사람은 적합하지 않아 심사위원들이 부적격 판정을 한 것”이라며 “심사위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시장이 승진채용을 시켰다고 하면 이게 더 큰 문제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시 인사팀 관계자는 “그 자리는 원래 임기제 9급 자리인데 7급으로 상향 후 공고를 내고 A씨에게 기회를 주라는 의미인 것으로 안다”며 “또 시장 비서가 A씨에게 카톡을 보낸 것은 채용 절차에 대해 무지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김준구 기자 jk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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