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택 칼럼] 총선서 유권자의 매운맛 보여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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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01 00:02:40

4월이다. 영국 시인 T.S. 엘리엇은 장시(長詩) ‘황무지’에서 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우리 한국인이 기억하는 4월엔 민족사의 아픔이 적잖다. 무엇보다 ‘혁명’으로 그 성격을 규정을 하기도 하는 ‘4·19 의거’를 꼽을 수 있다.

여하튼 ‘혁명’처럼 결의에 찬 구호도 없다. 혁명 주체들은 신동엽 시인의 말처럼 ‘껍데기는 가라!’고 외친다. 집단 마취에 빠지고 역사가는 그것을 미화시키곤 한다. 대부분 피비린내 나는 과정을 수반한다.

‘서경’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중국 최초의 혁명 주인공은 탕왕이다. 그는 하나라의 폭군 걸왕을 몰아내고 황하 유역을 장악한다. 훗날 순자가 지도자를 배에, 백성을 물에 빗대 “물은 배를 띄우기도 뒤집을 수도 있다(水則載舟水則覆舟)”고 경계한 것은 탕서와 궤를 같이 한다.

제22대 국회를 이끌 국민의 대표자들을 뽑는 총선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정당과 후보들은 ‘선거 혁명’을 이루겠다며 올인하고 있다. 특히 당락 여부에 따라 정치적 운명이 뒤바뀔 빅 매치(Big Match)에 국민적 시선이 쏠려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인천 계양을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국민의힘 원희룡 전 장관이 격돌하는 이른바 ‘명룡 대전’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여권의 전통적 강세 지역인 부산·경남(PK) 지역에 속하면서도 야권 우위가 지속되고 있는 ‘낙동강 벨트’ 5곳(김해 갑·을·양산을·부산 사하갑·북구)의 탈환에 집중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전직 경남지사가 맞붙은 경남 양산을이 주목된다. 양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상징적인 지역이다. 이곳에 현역인 민주당 김두관 의원에 맞서 국민의힘 김태호 의원이 지역구를 바꿔 출사표를 던졌다.

서울 지역구 48곳 중 한강에 인접한 선거구 12곳을 한강 벨트라고 한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역구를 옮겨 현역이 없는 중·성동갑은 중량급 여성 정치인이 대결하는 빅 매치 지역으로 부상했다. 국민의힘은 ‘나는 임차인입니다’로 유명한 윤희숙 전의원을, 민주당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배제하고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 공천했다.

선거 결과가 초미의 관심사다. 원희룡 후보가 승리할 경우 단번에 차기 대권 후보로 등극하고, 총선 후 치러질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서도 유력 후보로 떠오를 것이다. 이재명 대표가 패배하면 거취를 고민해야 할지 모른다. 올 8월에 치러질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친문 세력의 대반격이 있을 수 있다. 컷오프(공천 배제)로 탈락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박용진 의원 같은 ‘비명·친문’ 의원들이 ‘비명횡사 공천’으로 경선에서 패배했지만 탈당하지 않고 권토중래를 노리는 배경도 이런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것으로 봐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조국혁신당이 비례대표 선거에서 제3당으로 부상할 경우 진보 진영 내에서 ‘친명 대 친문 간의 대충돌’이 예상된다. 그 이후 차기 대권을 둘러싼 이재명(친명) 대 조국(친문) 간의 주도권 싸움은 정해진 수순이다. 김태호·김두관 두 후보 모두 총선 결과에 따라 차기 대권 주자로 언제든지 발돋움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민심을 얻으면 천하를 얻고 민심을 잃으면 천하를 잃는다”고 했다. 과연 ‘3대 빅 매치’ 지역구에서 누가 민심을 얻을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정약용의 목민심서 경책은 오늘에도 살아 숨 쉰다. 다산은 힘주어 말했다. “천하고 호소할 데 없는 이들이 백성이다. 그러나 가장 존엄하고 산처럼 무거운 사람 또한 백성이다”고.

그렇다. 민주주의의 주인인 국민이 존재의 힘을 보여 줘야 한다. “부추와 머리털은 아무리 잘라도 또 자란다네. 수탉과 지도자는 아무리 목을 잘라도 또 나타나 때를 알린다네. 관리 따위를 겁내지 말자. 우리 민초들은 살아 있다네!”

3세기 초 후한 말기에 썩어 빠진 위정자들에 반기를 들고 곳곳에서 일어났던 민초들이 불렀다는 노래다. 죽은 듯, 순종적인 듯해도 민초는 반드시 일어선다. 그것이 생명이다. 그렇게 부추는 새파랗게 자라고, 얼어붙은 땅에서 라일락꽃은 핀다. 비틀스 노래 제목 ‘오블라디 오블라다(Obladi Oblada·Life goes on)’처럼 삶은 그렇게 계속된다.

어느 시대에든 국민을 위한 대표자의 책무는 무겁고 크다. 그 대표자를 뽑는 선거 열기가 이 땅을 달구고 있다. 유권자는 인물과 정책을 꼼꼼히 살펴 제대로 된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솥 안의 고인 물을 쏟아 내고 새롭게 채우는 또 다른 혁명, 즉 혁정취신(革鼎就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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