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이번 총선 시대정신 ‘국가 미래 좌표’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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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에서 불 지핀 ‘아르헨티나’ 이슈 총선 뇌관으로
정치판에 몰려드는 인물들 자질 평균에도 못 미쳐
한국 아직 ‘바닥’ 아니고 더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도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4-02 06:31:30

이번 총선은 대한민국호(號)의 미래 좌표 설정이라는 엄중한 시대정신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얄팍한 진영 논리에 사로잡혀 수준 이하 촌극과 별별 꼴불견이 난무하면서 이를 비켜 나가고 있다. 정치에 혐오감을 가진 중도층이나 심지어 진영에 속해 있는 지지층들마저 선거의 결과가 미치는 국가 장래에 대해 심각한 의문 부호를 던진다. 유권자들이 현명하다지만 부화뇌동하면서 시류에 편승하여 현상에 끌려 가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점진적으로 삶이 팍팍해지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접게 된다. 이런 차원에서 최선은 아니더라도 주어진 여건하에서 그나마 나은 대안 세력을 선택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판단은 개개인의 몫이고, 투표가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하더라도 책임도 그 못지않게 중하다.

정권 심판의 기치를 내건 야당 대표가 유세 중 한국이 아르헨티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해 듣는 사람을 어리둥절케 한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경제 부국이던 아르헨티나는 수십 년 동안 독재와 ‘페로니즘’이라는 무분별한 대중 영합적 퍼주기가 국가를 주저앉게 한 대표적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아시아권에서 한때 우리보다 잘살았던 필리핀을 비롯해 최근에도 그리스나 베네수엘라 등에서 사악한 정치 집단이 정권 연장을 위해 포퓰리즘을 연발하여 엄청난 대가를 치렀거나 아직도 그 여진으로 고전 중이다. 따지고 보면 자칭 진보 진영이라는 현 야당 세력이 선동적 퍼주기에 훨씬 더 적극적이다. 이번에도 추경으로 13조 원의 민생 회복 지원금을 충당하여 1인당 25만 원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달콤한 얘기지만 결국 유권자들이 갚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정치가 왜 삼류나 사류밖에 되지 않는지, 그리고 국가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지를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안다. 그렇지만 힘없이 이들의 난폭 주행에 끌려가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고 속수무책 당하기만 한다. 비록 전부는 아니라고 해도 유권자의 심판을 받겠다고 나선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가히 천태만상이다. 3명 중 1명꼴로 전과자에다 부정·비리·편법에 더해 신분 세탁 혹은 위장까지 이루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의 정보들이 넘쳐난다. 결국 이들이 배지를 달고 나면 오히려 고위 공직자 청문회장에서 남의 허물에 대해선 거침없이 공격할 장면을 떠올리면 그저 기가 찰 따름이다. 정치가 전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정치판에 몰려드는 인물들의 자질이 우리 내부의 평균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아르헨티나 이슈로 돌아가 누가 과연 국가의 추락을 멈춰 세울 수 있을까에 선택의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물가를 비롯해 당면한 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는 점도 쟁점이지만 국가의 지속 가능성, 다시 말해 국가 위상이 여기서 더 추락하느냐 아니면 추락을 멈출 수 있느냐 하는 이슈 또한 선거를 통해 우리가 짚어 봐야 할, 방치할 수 없는 이슈다. 정점으로 올라가다가 하향하는 대다수 국가가 정치 포퓰리즘에 함몰되어 30년·50년·70년의 잃어버린 긴 세월을 경험하고 있는 현상을 목격한다. 그건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앞에 실시간으로 닥치고 있는 현안들의 무게감을 보면 어느 하나도 만만한 것이 없다. 정치에 극도로 민감한 한국적 현실이 오히려 해법을 찾는 데 장애나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국내·외 다수 전문가들로부터 현재의 한국 상황에 대해 아직 ‘바닥’이 아니고 더 내려갈 수 있다는 경고가 계속 나오고 있다. 더 추락해 봐야 정신을 차릴 것이라는 비관론마저 대두한다. 이것은 우리가 처한 현주소가 매우 위중함을 정확하게 대변한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통해 절반의 성공을 달성했지만 이 프레임만으로는 국가 도약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어 대전환 시기라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수긍을 한다. 그래서인지 이번 총선에서도 국가 정상화라는 화두가 양 진영에서 동시에 나오고 자신들이 적임자라고 호소한다. 선택은 유권자가 하지만 심판을 외치는 목청만 두드러질 뿐 구체적인 비전과 청사진은 잘 보이지 않는다. 결국 캐스팅 보트를 쥔 중도층이 이에 대해 신중하게 고려하면서 선거 결과를 만들어 낼 것으로 예상된다.

아르헨티나와 같은 나라가 왜 정상에서 나락으로 떨어졌는지, 정상적인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정치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가 선거판 쟁점 이슈로 부상했다. 잘된 일이지만 이에 대한 정책이나 공약의 수준을 보면 유치하고 저급하다. 바램이라면 남은 기간 국회 이전을 통한 여의도 정치 개혁과 같은 이슈 선점 경쟁을 보고 싶다.

깨끗한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범죄자 혹은 재판 계류 중인 자나 국민 평균 눈높이에 맞지 않는 도덕적 결함을 가진 자들의 정치 접근 제한이 필요하다. 지난 7·8년의 정치 파행과 격한 진영 대립으로 한국의 잃어버린 세월이 이미 진행 중이 아닌지 신중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30년 이상을 허송한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현명한 국민적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