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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감정들이 있다. 그래픽 노블 ‘로봇 드림’은 대사 없이 독자의 감정을 건드린다. 선과 면·감탄사만으로 흘러가는 이 이야기는,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한 여운까지 섬세하게 담아낸다.
적막한 도시에 사는 ‘개’는 손수 조립한 ‘로봇’과 둘도 없는 단짝이 된다. 그러나 여름 해변에서 둘은 뜻하지 않은 이별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바닷물에 녹슬게 된 로봇이 꼼짝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개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도시로 돌아간다.
다시 친구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도 잠시, 돌아온 해변은 이미 폐장되어 들어갈 수조차 없다. 로봇을 해변에 남겨둔 채 계절은 흐른다. 오리 가족과 개미핥기 듀오가 개 앞에 나타나지만 새로운 우정을 쌓는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해변에 홀로 남은 로봇에게도 다양한 인연이 오고 간다. 자기를 좀먹는 관계더라도 순간의 기대는 로봇을 버틸 수 있게 해준다. 행복했던 찰나의 기억만 간직한 채 서로에게 닿지 못하는 개와 로봇. 둘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우정은 계속될 수 있을까?
한껏 타올랐다가 한순간 깨져버리는 ‘사랑’과 달리 ‘우정’은 섬세하고 순도 높은 감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죽고 못 살던 단짝도 자의로든 타의로든 헤어져야 하는 순간이 온다. 모든 이별의 순간은 고통스럽다. 그러나 그 터널을 빠져나온 사람들은 안다. 그 경험이 자신을 성장시켰음을.
어리숙했지만 진실했던 그 감정에 제대로 된 작별 인사를 남기고 싶다면, 관계의 끝을 뒤로 하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면 이 책이 작은 디딤돌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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