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연금 개혁 21대 국회에서 매듭지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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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22대 국회로 넘기고 임기 내 확정”
개혁 1년 지체 때마다 국가재정 50조 원 소요
김진표 의장·한덕수 총리가 마무리하길 당부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5-10 00:02:02

윤석열정부와 국회의 ‘직무유기’가 도를 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 “21대 국회 연금특위에서 실적이나 성과로서 마무리할 것이 아니라 22대 국회로 넘기고, 다만 제 임기 안에는 확정될 수 있도록 정부도 적극 협력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안이하게 대할 사안이 아니다. 국민연금 적립금(4월 말)은 1069.7조 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45%에 이른다. 문제는 2041년 1778조 원까지 기금액이 불어나다가 2042년 적자로 돌아서 2057년에는 바닥을 드러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55년에 국민연금 수령 자격(2033년부터 만 65세 수급 개시)이 생기는 1990년생 이후부터는 국민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해 보험료를 거둬 그해 연금을 주려면 미래 세대는 월급의 40% 정도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

하루라도 미룰 수 없는 국민적 과제인데도 3주 남은 21대 국회에서 국민연금 개혁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여야는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는 데는 합의했다. 하지만 소득대체율(가입기간 평균소득 대비 연금액·2028년 40%)을 얼마나 올릴지를 놓고 국민의힘은 재정 안정을 위해 43%를 제시한 반면 민주당은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45%는 돼야 한다고 주장해 끝내 협상이 결렬됐다. 1998년 1차 개혁·2007년 2차 개혁 이후 17년 만에 어렵사리 입법 문턱까지 다다른 연금 개혁 논의가 2%p 차이에 발목이 잡혀 무위로 돌아간 것이다.

사실 연금개혁 실패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발표하면서 기금 고갈 시기 및 노후소득과 맞물린 보험료율·소득대체율·연금수급연령 등 이른바 ‘모수(母數)개혁’이라 불리는 중요한 목표치는 모두 비워 놨다. 정부가 개혁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고 책임을 국회로 떠넘겼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지난달 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 숙의토론에 참여한 시민대표단은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는 1안과 △보험료율을 12%로 올리되 소득대체율은 현행 40%를 유지하는 2안 중에 1안(56%)을 선호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재정을 더 어렵게 하고 미래세대 부담을 키울 수 있다”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했다. 정부가 연금개혁 목표를 재정 안정에 뒀다면 처음부터 구체적인 수치를 제안하고 국회를 설득했어야 했다.

국회도 시간만 축냈다. 연금특위가 공론화 자리를 마련하는 데 2년 가까이 걸렸다. 21대 국회 종료를 불과 두 달 남겨둔 시점이었다.

연금개혁 논의는 22대 국회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국회가 원 구성 등에 바빠 연금특위 구성 등은 후순위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2026년에는 지방선거가, 2027년에는 대통령선거가 있어 사실상 2025년부터는 선거 정국으로 들어서게 된다. 언제 연금개혁이 이뤄질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김진표 국회의장과 한덕수 총리가 국가에 ‘마지막 봉사’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21대 국회의 남은 기간만에라도 힘써 연금개혁을 마무리 짓기를 당부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연금개혁이 1년 지체될 때마다 필요한 국가재정이 5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개혁의 긴급함을 말해 주는 것이다. 국민연금 개혁을 이번 국회에서 매듭짓고, 22대 국회에선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 개혁에 나서야 한다. 정부가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에 준 보전금은 매해 4조여 원에 이른다. 국민 혈세다. 연금개혁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인식 전환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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