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정오경 도쿄에서 독일의 수도 베를린의 수장이 ‘소녀상’ 문제를 언급해 주목된다. 독일 내 이른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한 소녀상 4개 중 하나가 베를린에 있으며 수도 한복판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베를린-도쿄 자매도시 30주년 행사 등 공무로 방일한 카이 베그너 베를린 시장은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과 회담하면서 ‘2025 오사카 엑스포’ ‘우크라이나 및 동북아 현안’ 관련해 의견을 나누다 이 문제를 거론했다.
“변화가 중요하다.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을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겠다”는 베그너 시장 발언에 소녀상 건립을 주도한 재독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KoreaVerband)가 즉각 “철거를 시사한 발언”이라며 반발했다. 코리아협의회는 18일(현지시간) 입장문을 내고 “평화의 소녀상이란 이미 분쟁 지역 성폭력에 반대하는 보편적 기념물”이라며 베그너 시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일명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 즉 치마저고리 차림의 단발머리 소녀 동상은 2011년 12월 주한 일본대사관 앞 수요집회 1000회’를 기념하며 처음 세워졌다. 한때 국내 144개, 해외 9개국 32개(2021년 집계)에 이르렀으나 외교문제를 불러일으키면서 약간의 부침을 겪었다.
독일에선 2017년 3월 유럽 최초로 남부 바이에른주 레겐스부르크 인근 비젠트 공원, 2020년 3월 프랑크푸르트 한인교회(라인마인한인교회), 그해 9월 베를린 미테구(區), 2022년 7월 중부 카셀 주립대학의 본관 앞에 소녀상이 세워졌다. 코리아협의회는 미테구 소녀상 인근에서 ‘일본군 위안부 박물관’도 운영해 왔다.
2020년 9월25일 베를린 중심가 미테구에 1년 기한으로 설치된 소녀상이 일본 정부의 항의로 2주 만에 관할 구청으로부터 철거 명령을 받았을 때 코리아협의회는 철거명령 효력 집행정지 신청으로 맞섰다. 서명운동과 항의시위도 벌여 국내외 여론을 움직인 결과, 2021년 설치기한 1년 연장에 성공했으며 작년 11월 다시 2년 연장됐다. ‘영구 존치’의 길이 열린 분위기였다.
코리아협의회는 독일 내 소녀상 설치를 주도한 단체, 대표가 현지 교포인 듯한 한정화 씨라는 것 외엔 알려진 게 없다. 홈페이지 구성이 ‘위안부 문제’ 중심인 것으로 보아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후신)와의 연관성 내지 협력관계에 대해 충분히 합리적인 추론이 가능하다.
베그너 시장의 소녀상 관련 ‘변화’ 발언은 실제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정의연 활동 공로에 따른 국회 입성’으로 평가되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둘러싸고 갖가지 불편한 진실이 드러나 국내 여론 역시 과거와 달라진 상태다. 피소되는 등 각종 불이익에 시달리며 ‘정의연식(式) 위안부 서사의 허구성’을 규명한 몇몇 학자들의 노력도 지대했다.
18일(현지시간) 전해진 베를린시의 16일자 보도자료에 따르면 여성에 대한 폭력에 반대하는 기념물엔 찬성하지만 더 이상 ‘일방적 표현’이 있어선 안 된다는 게 베그너 시장의 견해다. 아울러 베를린시는 관할 구청과 연방정부를 포함한 모든 관련 당사자와 대화 중이며 주독일 일본 대사도 논의에 참여시킬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세계 각지 소녀상이 ‘한국의 일방적 시각을 담았다’며 철거를 주장해왔다. 한국의 시각이라기보단 사실상 ‘정의연의 시각’이었다. 본인 및 친권자(부친 등 집안 남자 어른) 등이 취업 사기를 당한 경우 이외의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정의연은 ‘총칼 앞세운 일본군·경이 10대 중후반 조선 소녀들을 끌고가 성노예로 삼았다’는 이미지를 꾸준히 유포시켰고, 일부 오피니언리더·학자들이 가담해 이를 ‘팩트·상식’으로 만들어 버렸다.
유엔 인권위원회 쿠마라스와미 특별보고관의 1996년 보고서 부속문서 ‘전시(戰時) 군(軍)성노예 문제에 관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대한민국‧일본 방문조사’는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인정했으나, 이후 피해자들의 사연이 자세히 파악되면서 보고서 판단의 근본 전제(강제연행 및 성노예)가 무너져 보고서 의의는 상당 부분 유명무실해졌다.
요컨대 소녀상이 상징하는 ‘치마저고리 차림의 10대 중반 소녀’가 일본 군‧경에게 납치 내지 강제연행돼 위안부로 일한 예는 확인된 바 없다. 슈테파니 렘링어 미테구 구청장이 2022년 소녀상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전시 성폭력 피해를 상징한 기념물을 베를린시 차원에서 공모해 보편적 전시공간으로 확장할 것을 제안했으나 구체적 논의는 아직 지지부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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