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명사들] 불닭볶음면 성공 주역 김정수… 삼양식품 창사 이래 최대 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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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이동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6-04 18:00:43

삼양식품을 주축으로 한 삼양식품그룹은 우리나라 라면의 원조 격인 삼양라면을 국내 처음 제조해 국민의 배고픔 해소에 일조했다는 평을 받는다.

삼양식품그룹의 창업주인 전중윤 명예회장은 과거 남대문에서 배고픔을 호소하는 아이들의 허기를 달래고자 라면 사업을 결정했다.

일본의 라면 회사에서 전수받은 기술을 바탕으로 삼양식품공업을 설립했다. 1963년 출시한 삼양라면은 당시 한국인에게 가장 부족했던 단백질 보충을 위해 소고기 원료를 이용한 스프와 당시 비교적 높은 가격의 소 우지(기름)로 튀긴 면이 사용됐다. 인간존중 원칙을 앞세워 삼양라면을 만든 전 명예회장의 진심이 전해져 높은 인기를 끌었다.

삼양라면은 그 뒤 수많은 경쟁 업체의 도전을 이겨내며 업계 점유율 1위를 지켜냈다. 하지만 1980년대 신라면을 앞세운 농심에 밀려 업계 2위로 추락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89년 우지파동으로 소고기 원료가 주 성분인 삼양라면은 급격한 매출 하락을 겪었다.

급기야 1990년대 후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을 신청하는 상황에 이르렀으며 1998년 부도 직전까지 내몰렸다. 삼양식품은 법원에 화의를 신청해 같은 해 채권단이 수용해 화의에 들어갔다.

화의가 종결된 2005년 삼양식품 오너 일가는 경영권을 되찾았다. 과정에서 전중윤 명예회장의 맏며느리이자 전인장 회장의 아내 김정수 사장·전인장 전 삼양식품 회장·장남 전병우 삼양스퀘어라운드 전무 등 특수관계인들이 지분을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당시 개인 최대주주로 김정수 사장(현 부회장)을 앞세웠던 이유는 경영권 회복 전까지 사장을 맡았던 전인장 회장이 경영 실적 악화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상황이어서 대외적인 명분상의 행동으로 해석됐다. 삼양식품 오너 일가는 그 후에도 꾸준히 지분을 매입해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삼양식품의 대표 제품에 올라선 ‘불닭볶음면’을 개발한 인물로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1994년 삼양식품 오너 2세 전인장 전 회장과 결혼해 전업주부로 살았다.

그러다 1998년 삼양식품이 위기에 처하자 남편을 돕고자 영업본부장 전무이사·부사장·각자 대표이사 사장 등을 맡아 부부경영을 했다.

경영 안정화 후 2006년 구성된 신제품 위원회를 주도해 여러 히트 제품을 탄생시켰으며 2012년에는 화제의 불닭볶음면을 세상에 선보였다.

이 부회장은 2010년 산책하다 길게 줄이 늘어선 아주 매운 불닭집을 발견하고 힌트를 얻어 화끈하게 매운 라면을 개발하기로 결심한 것이 불닭볶음면의 탄생 일화다.

각국의 매운 소스와 매운 고추·조미료를 직접 공수해 맛있고 매운 소스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고 약 2년 후 라면을 세상에 선보였다. 엄청 매운 라면으로 소비자 이목을 끌었으나 매출 증대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2016년 삼양식품의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은 4위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K푸드 인기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유튜브 등을 통해 불닭볶음면이 전 세계적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한 영상에서 까르보 불닭볶음면을 선물로 받은 소녀가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영상의 조회 수가 1억 회를 넘었다.

해외 수출액의 증가로 지난해 매출 1조 원·영업이익 1000억 원을 넘겨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렸다. 2023년 매출 1조1929억 원·영업이익 1468억 원으로 전년 대비 31%, 영업이익은 62% 상승했고 농심의 시가총액을 넘어서는 등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라면 시장을 크게 뒤흔든 김 부회장의 부동산 재력이 화제다. 그는 서울 종로구 가회동 소재 단독주택 한 채를 2020년 7월 43억 원에 매입해 소유 중이다.

514.1㎡(약 155.51평) 대지 위에 두 건물이 있으며 각각 연면적 173.73㎡(약 52.55평) ·41.37㎡(약 12.51평) 규모다. 주변 시세와 비교해 보면 김 부회장의 소유 토지 시세는 평당 3000만 원 후반~4000만 원 가량이다. 대입해 계산하면 토지 시세는 55억~60억 원 초반이나 건물 가치를 합하면 더 높은 가격에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원 기자 dwl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