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지 않는 산재死… 중처법 개폐론 빗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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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혹은 전치 6개월 이상 부상자 2명 발생 때 CEO 등 형사책임
법 시행된 지 2년 반이 돼 가지만 사망사고 줄지 않아
“회사 대표에까지 형사책임 씌우는 건 회사 문 닫으라는 것”

김준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6-09 11:38:31

▲ 배조웅 중소기업중앙회 수석부회장이 4월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중대채해처벌법 헌법소원심판 청구 기자회견을 마친 뒤 민원실에 청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해 제정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2년 반이 돼 가지만 현장에선 사망사고가 줄지 않고 있다. 사업주나 경영자들은 해당 법이 역효과만 내고 있다며 전면적인 개정이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에 따르면 1분기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는 138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명이 늘어난 수치다.

이 중 50인 미만 사업장은 78명으로 전년 대비 1명이 감소했지만, 50인 이상 사업장에선 11명이 늘어난 60명으로 집계됐다.

중대재해법은 2022년 1월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된 이후 올해부터는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됐다.

이 법은 사망자 혹은 전치 6개월 이상 부상자 2명 이상 등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경영 책임자 등에게 직접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게 했다. 여기서 경영 책임자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뿐 아니라 경영에 관여하는 지배주주도 포함된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경영 책임자 등이 1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거액의 징벌적 손해배상도 부담할 수 있다.

하지만 법이 시행된 지 3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사망사고는 줄지 않고 있어 실효성 논란도 나온다. 특히 50인 미만 사업장들은 규모가 영세해 중대재해처벌법 요구 기준조차 충족하기 어렵다며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달 22일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466개 기업을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준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77%는 ‘아직도 법 의무 준수를 완료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의무 준수가 어려운 이유 중에는 ‘전문인력이 없어 사업주 혼자 안전 업무를 수행해서’라는 응답이 47%로 가장 많았다.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만 줄이고 있단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대재해 발생 위험이 있는 사업은 아예 포기를 하거나 사업장을 해외로 옮기는 경우도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중소기업중앙회 등 중소기업 단체들은 최근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법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불명확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다 책임에 비해 과도한 형벌을 규정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천에서 한 중소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 대표는 본지와 통화에서 “아무리 안전 의무를 철저하게 지켜도 산업재해는 뜻하지 않게 발생하는데 회사 대표에까지 형사책임을 씌우는 것은 지나치게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 대표는 “법대로라면 결국 회사 대표도 구속이나 실형을 살아야 할 텐데, 그렇게 되면 회사 문 닫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반문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실효성 논란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최근 사망사고 통계만으로 중대재해법 시행이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며 “취약 업종 중심으로 철저한 기본 안전수칙 준수를 중점 지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준구 기자 jk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