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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가게 기획 시리즈]⑭ 전라도의 맛을 찾아서… 2대에 걸쳐 44년 된 새집추어탕
“정성과 장맛이 우선이라는 철학을 앞으로도 이어 갈 것”
김나윤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6-17 00:05:01
▲ 추어탕집이 많기로 유명한 남원시에서도 으뜸의 맛을 자랑하는 새집추어탕의 서정심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스카이데일리
 
[편집자주] 글로벌시장에서 K푸드 열풍이 확산되면서 그 열기가 국내 외식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K푸드의 진원지이자 뿌리라 할 수 있는 한국의 맛집 백년가게를 발굴해 알리는 백년가게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
 
전라북도 남원시에 있는 새집추어탕은 남원의 음식 문화를 알고 싶으면 새집추어탕에 가 보라고 할 정도로 유명한 집이다. 40년 전에 창업자인 서삼례 씨(고모)가 문을 열어 지금은 친정 조카딸 서정심 대표가 대물림해 운영하고 있다
서 대표는 17년 동안이나 새집주방에서 요리를 배우고 솜씨를 익혀 왔다. 오늘은 추어탕집이 많기로 유명한 남원시에서도 으뜸의 맛을 자랑하는 새집추어탕의 서정심(64)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 봤다.
 
정성과 장맛은 기본남원시에서도 맛집으로 유명
 
우연한 계기로 친정 고모가 운영하는 새집추어탕에서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서삼례 고모가 운영하는 가게가 맛집으로 소문나면서 가게가 커지며 일손이 부족하다 보니 누군가 와서 계산이라도 해 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아버지가 저를 보내셨어요. 그때는 잠깐 가서 도와줘야지 생각했는데 이렇게 평생 직업이 돼서 추어탕을 만들고 있어요.”
 
남원은 전라도 고유의 한정식과 요천강 맑은 물에서 건져 올린 싱싱한 민물고기 요리 등이 유독 발달한 곳이다. 그중에서도 미꾸라지를 이용한 추어탕숙회’가 남원의 대표 음식으로 특히 유명하다. 44년 전통을 자랑하는 추어 전문 음식점인 새집추어탕은 미꾸라지 요리의 대명사처럼 통하는 곳이다.
 
미꾸라지는 양질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영양 성분을 골고루 가지고 있어 강장·강정 식품으로 정평이 나 있다.
 
▲ 미꾸라지를 이용한 새집추어탕의 요리 가운데 ‘미꾸라지 숙회’도 인기가 많다. ⓒ스카이데일리
 
저희 가게는 365일 하루도 문을 닫은 적이 없어요. 또 음식에 들어가는 간장과 된장도 직접 담가서 사용해요. ‘새집추어탕운영의 원조인 서삼례 고모 밑에서 장 담그는 법도 배우고, 요리도 배웠어요. 고모는 매년 콩 수확 때면 햇콩을 사다가 메주를 빚어서 띄웠어요. 그리고 그 메주로 된장·고추장·간장을 담그셨죠
 
고모는 늘 제게 음식 맛의 기본이 되는 간장과 된장을 직접 담그지 않으면 식당을 물려줄 이유가 없다고 말씀하셨어요. 고모의 음식 철학을 이어받아 저도 매년 간장과 된장을 담그고 있어요. 고모한테서 전수받은 비법에 더해 제가 밤을 새우며 연구한 레시피를 사용해 음식을 만들고 있습니다.”
 
새집추어탕은 지리산 자락에서 잡은 자연산 토종 미꾸리와 양식장에서 잡은 미꾸리로 추어탕·추어숙회·미꾸리튀김 등의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추어탕은 특히 미꾸라지를 해감시킨 다음 된장을 듬뿍 풀고 들깨를 갈아 부은 물에 표고버섯과 함께 갈아 넣고 시래기·토란대·감자대 등을 넣어 오랜 시간 끓여 구수한 맛을 냈다.
 
또 미꾸라지를 깻잎으로 돌돌 말아 튀긴 미꾸라지 튀김과 남원 목기에 정성껏 담아낸 갓김치·콩나물·녹두나물 등 10여 가지의 밑반찬도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저희 가게에선 추어탕이 제일 잘 나가는 음식 가운데 하나예요. 서삼례 고모가 초창기 장사를 시작할 때부터 찾아왔던 손님들이 지금은 손녀·손자와 손잡고 와서 식사하고 가시죠. 단골손님들이 웃으면서 새집 기둥 하나는 본인이 세웠다고 말하곤 해요. 동네 주민들도 그렇고 다른 지역 사람들도 추어탕 맛이 일품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더라구요. 그럴 때마다 요리하는 기쁨을 느끼고 있어요.”
 
미꾸라지를 이용한 새집추어탕의 요리로는 미꾸라지 숙회도 인기가 많다. 미꾸라지에 물을 자작하게 부어 익힌 다음 파·고춧가루 등으로 양념한 후 푹 끓여 두부와 계란 들깨가루를 푼 국물을 술술 뿌려 졸인다. 이를 전북 장수산 곱들판에 옮겨 담아 참기름·깨소금·당근·파 등으로 양념해 찌듯이 무쳐 낸 것이 바로 숙회다. 이때 돌판에 양파와 표고버섯을 미리 깔아 조리하는 것이 미꾸라지를 눌지 않게 하고 비린내를 없애는 비법이다.
 
지역사회에 도움 주는 일을 계속할 거예요
 
▲ 44년 전통을 자랑하는 추어 전문 음식점인 새집추어탕은 ‘미꾸라지 요리’의 대명사처럼 통하는 곳이다. 특히 새집정식은 손님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서삼례 고모는 처음에 포장마차로 장사를 시작했어요. 손님이 남원 요천에서 은어나 미꾸라지를 잡아 오면 요리해 주고, 국도 끓여 줬어요. 고모가 솜씨가 좋아서 손님들이 가져오는 해산물로 요리를 해 주면 손님들도 맛나게 먹었어요. 고모의 요리 솜씨가 유명해지면서 도청 간부들이 식사하러 왔는데, 하루는 비가 와서 손님들 바지가 다 젖은 거예요. 그때 그걸 보고 고모가 우리집에 찾아오는 귀한 손님들이 편하게 음식을 드시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대요. 그래서 포장마차를 뜯어 허물고 그 자리에 합판으로 새집을 지어서 장사를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동네 주민들이 포장마차가 하루아침에 가게로 변신하니 새집이라고 불렀답니다.”
 
새집이란 따뜻한 봉사와 신토불이의 정신으로 자연산 미꾸라지와 토종 재료를 사용해 우리 것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고, 미꾸라지 요리 한 가지로 승부를 걸겠다는 강한 집념과 함께 편안하게 우리의 전통음식을 즐길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마음을 담아 붙인 억새풀집(초가집)이라는 의미의 순우리말 이름이다.
 
미꾸라지로 불리는 추어탕의 재료가 미꾸리와 미꾸라지로 나뉘어요. 이 중 미꾸리는 순수 토종으로, 모양이 둥글고 뼈가 연하며 담백한 맛이 나요. 미꾸라지는 겉모양이 미꾸리와 비슷하지만 눕혀 보면 미꾸리에 비해 납작하고 뼈가 억세며 쓴맛이 강해요. 제가 처음 식당 일을 시작할 때 남원 지역에서는 미꾸리만 잡혔는데 갈수록 미꾸라지가 늘어나 요즘 잡아오는 것들은 오히려 미꾸라지가 더 많아요. 그래도 저희 가게에선 미꾸리와 미꾸라지를 모두 사용해 요리를 만들고 있어요.
 
일반인들은 미꾸리와 미꾸라지의 차이를 잘 모른다. 하지만 추어탕을 하는 사람이라면 두 가지 재료의 맛 차이를 알아야 한다고 서 대표는 말한다. 새들도 미꾸라지는 안 먹고 미꾸리만 쪼아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맛의 차이가 확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중에서 팔리는 것은 대부분 미꾸라지이고 미꾸리는 미꾸라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전문 식당에만 공급된다.
 
목기가 고가이지만 목기에 음식을 담으면 음식이 고급스럽게 보여요. 목기를 쓰면 서민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식당이라는 대중성과 함께 품격을 더 높여 주는 것 같아요.”
 
서 대표는 친절함과 청결함·새로운 메뉴 개발에 진심이다. 특히 서민들이 즐겨 찾는 음식이지만 고급화된 이미지를 더하고자 목기를 음식 담는 그릇으로 사용하고 있다. 남원이 목기로 유명해 지역 이미지도 살리면서 식당의 이미지에도 고급스러움을 더할 수 있다.
 
서삼례 고모는 음식 장사를 하면서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에게는 무료로 식사를 대접했어요. 돈이 없어 학업을 포기해야 하는 학생들에게는 학비도 선뜻 대 주었고,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돌봐 주기도 했어요. 1985년부터는 남원여고·용성여중 등 남원 시내 몇몇 중·고등학교에 피아노를 한 대씩 기증하기도 했어요. 돈이 생기면 꼭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장학금을 내놓았죠.”
 
마지막으로 서 대표는 정성과 장맛이 우선이다는 철학을 앞으로도 실천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한 앞으로도 서삼례 고모의 뒤를 이어 초··고등학교에 교육 지원 등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이어 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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