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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유사 시 러시아 개입 길 열렸다… 요동치는 한반도
남·북 충돌 또는 북한의 공격으로 인한 한·미 반격 시 개입
냉전 시대로 관계 회복… 미국 주도 세계질서에 도전하는 것
안보전문가들, 북한의 우크라이나전 군사 투입 가능성 거론
곽수연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6-20 19:08:01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평양 정상회담에서 “협정 당사자 중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4조)는 내용이 담긴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협정에 서명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평양 정상회담에서 협정 당사자 중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4)는 내용이 담긴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협정에 서명했다. 우리 정부는 이번 북·러 협정에 대해 일단 1961유사시 자동군사개입조항의 부활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북·러 협정으로 한반도와 동북아를 넘어 국제 안보까지 위험해졌다는 안보전문가의 진단이 나왔다.
 
자세한 언급이 없지만 러시아와 북한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밝힌 상호 지원조항은 과거 1961년 북한과 옛 소련의 동맹조약에 담긴 쌍방 중 한 곳이 무력 침공당해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지체 없이 군사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조항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협정 당사자 중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양국 협정에 포함됐다고 밝히자 우리 두 나라 사이 관계는 동맹 관계라는 새로운 높은 수준에 올라섰다고 목소리 높였다.
 
김정은은 이어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불패의 동맹 관계를 끊임없이 발전시키기 위해 앞으로의 전 행정에서 조약적 의무에 언제나 충실할 것이라며 침략 시 상호 지원이 문서상이 아닌 실제 행동으로 이뤄질 것임을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번 북·러 협정에 대해 일단 1961유사시 자동군사개입조항의 부활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정부 관계자는 언론인터뷰에서 엄밀히 말하면 유사시 자동군사개입으로 볼 수 없다누군가가 북한이나 러시아를 침략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했는데,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을 일로 보인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확률로 약속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중인 러시아가 러시아 본토 공격 시 보복을 공언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이번 협정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개입할 길이 열린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끼치는 영향이나 장기적 관점에서는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남·북 충돌이나 북한의 공격으로 인한 한·미의 반격 등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의 개입 길을 텄다는 점에서 한국 안보에 직접적인 새로운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미국의소리와 인터뷰에서 북한은 한반도에서의 어려움과 위기 상황에서 (러시아로부터) 도움을 보장받게 될 것으로 여길 수 있다이로 인해 더 대담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와일더 전 보좌관은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는 이제 막 시작된 단계라면서 북·러 관계가 미·한 혹은 미·일 동맹과 달리 단순히 거래적일 수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푸틴이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도 북·러가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맺은 것과 관련해 두 나라가 냉전 수준으로 관계를 회복한 것이 분명하다며 한반도 안보가 위기에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다만 한쪽이 공격 당하면 지원한다는 문구가 중요하다면서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경우 러시아가 약속을 준수하지 않아도 되는 빠져나갈 구멍이라고 분석했다.
 
·러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맺은 것은 미국 주도 국제질서에 도전하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스콧 스나이더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북한과 러시아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도전한다는 면에서 전략적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본토 공격 때 북한이 포탄 지원을 넘어 북한군 투입 등 직접 전쟁에 개입할 경우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 차원을 넘어 국제 안보 정세를 뒤흔들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군사 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푸틴이 병합한 4개 주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반격을 가한다면 이는 러시아에 대한 공격으로 여겨질 것이고, 푸틴 입장에선 북한에게 병력을 포함한 군사지원을 요청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베넷 선임연구원은 이번 조약을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의 덫에 걸려든 것으로 해석하면서 김 위원장이 이를 놓치는 실수를 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협정을 계기로 북한의 무기가 더 고도화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면서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상당한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이미 (무기 기술과 관련해) 북한을 지원하고 있고, 이번 협정은 이것이 더 늘어날 것임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새 협정을 토대로 러시아와 북한이 군사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며 군사 기술 협력을 발전시키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다. 향후 러시아의 대북 핵미사일 기술 관련 지원 가능성도 열어둔 것이다.
 
특히 이날 양 정상은 금수산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통역관만 배석시킨 채 단독 회담을 진행했다. 앞서 크렘린궁은 이 회담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들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일각에선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용 북한 포탄 제공 확대는 물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이나 전략핵추진잠수함 등 게임 체인저급 러시아 군사기술 전수를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밖에 전문가들은 북·러 간 새로운 협정으로 한반도 비핵화노력이 더 힘들어졌다고 판단했다.
 
와일더 전 보좌관은 이제 러시아와 더 강력한 관계를 맺게 된 북한 입장에선 핵무기에 대한 협상 의지가 더욱 약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역내 불안정한 상황을 원치 않는 중국과 달리 우크라이나에서 사실상 미국과 대리전을 치르는 푸틴은 “(북한이) 미국에게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좋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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