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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숙의 프랑스명소산책] 고독한 루소를 행복 넘치게 만든 샤르메트
높은 언덕 사이로 협곡이 이어지는 자연 그대로의 땅
루소를 경외하는 사람들의 제1 순례지
최인숙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7-10 06:31:00
▲ 최인숙 문화칼럼니스트·정치학박사
장 자크 루소의 인생 2막은 1736년부터 6년간 샤르메트에서 펼쳐졌다. 숲이 우거진 샹베리 남쪽 계곡에 자리한 샤르메트. 두 개의 꽤 높은 언덕 사이로 협곡이 이어지는 자연 그대로의 땅이다. 이곳은 콩지에 후작의 영지로, 그가 소유한 여러 개의 작은 농장이 있었다. 스물 네 살의 청년 루소는 그중 하나인 레빌(Revil) 농장에 바랑 부인과 함께 정착했다. 
 
이 집은 위대한 작가의 내면에 개성이 깊이 뿌리내리게 한 훈련의 장소였다. 전형적인 사부아 건축양식으로 지은 이 소박한 집은 프랑스식 정원과 과수원, 그리고 포도밭 언덕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루소는 “여기서 내 인생의 짧은 행복이 시작되었다. 내가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평화롭지만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 순간들이 여기에 있다. 나는 해와 함께 일어나서 행복했고, 산책을 나가서 행복했고, 마망(바랑 부인)을 보면서 행복했다. 숲과 언덕을 거닐고, 책을 읽고, 빈둥거리다가 정원에서 일하고, 과일을 따고, 집안일을 도왔다. 행복은 어디든 나를 따라다녔고, 단 한순간도 나를 떠나지 않았다”고 자신의 고백록에서 밝히고 있다.
그가 살았던 농장은 부유하지 않았다. 1738년 7월 임대 계약서에는 “소 두 마리·암소와 양 열 마리·암탉 일곱 마리·수탉 한 마리·쟁기·써레 모두 매우 낡고 거의 고장”이라고 기록돼 있다. 루소와 농부들은 여기서 밀·호밀·보리·콩·메밀을 재배했고 사부아에 새로 들여온 터키 밀을 재배하기도 했다. 바랑 부인은 하인들에게 감자를 쪄 주었다.
 
▲ 루소와 바랑 부인이 살았던 샤르메트의 집, 현재는 루소박물관이다. 위키피디아
 
루소는 비둘기와 벌을 키웠다. 그는 음악·기하학·역사·지리·천문학·물리학·화학 등에 심한 갈증을 느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그는 책을 사러 다니고, 바이요 서점에 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또 친구 콩지에의 서재와 샹베리의 예수회 도서관에 틀어박혀 연구에 매진했다.
루소는 ‘아이디어 창고’라 부르는 것을 구성했고 자신의 세계관을 발전시킬 수 있는 온갖 지식을 습득했다. “내 머릿속이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아이디어로 가득 찰 때까지 참이든 거짓이든 명확한 아이디어 창고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인간은 천성적으로 선하지만 사회가 그를 타락 시킨다”는 그의 사상은 이곳의 자연과 식물 속에서 깨우친 것이었다. 그는 실제로 큰 정원과 샤르메트 골짜기를 산책하면서 생각에 잠기는 것을 즐겼다. 그리고 볼테르의 저서뿐만 아니라 과학 서적이나 소설을 읽음으로써 자신만의 사고를 구축해 나갔다. 수많은 독서를 통해 그는 결국 몇 년 후 자신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샤르메트에서 루소는 첫 에세이와 시를 썼고, 특히 ‘바랑 부인의 목동’과 ‘파리조의 편지’를 위한 자료를 수집했다. 또한 희곡과 오페라를 집필했다. 과학서와 새로운 음악 표기법 초안도 준비했다. 루소는 이 원고뭉치를 과학 아카데미에 제출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해 파리로 떠날 때 챙겨 갔지만 신은 아직 그에게 은총을 베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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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르트뢰즈 언덕에 펼쳐진 샤르메트이 풍경. 위키피디아
 
1737년 9월 루소는 바랑 부인의 주선으로 심장 치료차 몽펠리에를 여행했다. 6개월 후 샤르메트로 돌아와 보니 그의 빈자리를 장 사뮤엘이 차지하고 있었다. 젊은 이 남자가 바랑 부인 곁에 있는 것을 보고 루소는 자신의 자리가 없어졌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때부터 이 고독한 철학자는 ‘마망’을 자주 만나지 않고 혼자 지내며 독서와 글쓰기에 몰입했다. 1740년 4월 리옹으로 떠나 약 1년의 시간을 보내고 1741년 5월 다시 샤르메트로 돌아왔다. 1742년 7월 파리로 떠날 때까지 그는 이곳을 잠시도 떠나지 않았다.
루소는 자신을 성숙하게 해 준 샤르메트를 영원히 잊지 못했다. 그는 저서 고백록 5장과 6장에서 샤르메트의 추억을 이야기했고, 1778년 그가 죽기 직전에 쓴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의 열 번째 산책을 바랑 부인과 샤르메트에 바쳤다. “편안함과 부드러움으로 가득 찬 한 여성의 사랑을 받은 이 짧은 세월 동안,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했고, 되고 싶은 내가 되기 위한 일을 했다.” 그의 이 보금자리는 혁명기부터 많은 이들의 순례지로 각광받기 시작됐다. 
 
루소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던 혁명가들은 너도나도 이곳으로 몰려갔다. 일반인은 물론 유명 인사들도 위대한 철학자가 살았던 이 집을 보고 싶어 했다. 이곳을 찾았던 유명한 인물로는 혁명기 정치인 세셀과 라마르틴, 그리고 낭만주의 작가 조르주 상드와 스탕달 등이 있다. 1980년대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은 바댕테르 법무부장관을 데리고 이곳을 사적으로 방문했다. 
 
오늘날에는 루소를 사모하는 사람들이 세계 각지에서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다. 니볼레 산을 마주보고 있는 과수원과 포도밭, 그리고 정원은 청년 루소가 자연 속을 거닐며 영감을 얻었던 그 당시의 환경을 연상시킨다. 그가 바랑 부인과 함께 살았던 집은 1905년에 역사적 기념물로 지정됐고 샤르메트 정원은 18세기에 그랬던 것처럼 각종 약용 식물·채소·과일·조미료의 보고로 여전히 싱그러운 초원의 초록빛을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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