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큰 금계국의 과유불급(過猶不及)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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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환경정책 사후약방문 격

이찬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11 16:29:32

▲ 이찬희 전국본부 기자

화훼농가들이 겨우내 애지중지 키운 꽃밭을 갈아엎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이를 인위적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다면 팔도강산을 금빛으로 물들여 놓은 ‘큰 금계국은 자연적 과유불급으로 현재 우리 식물생태계를 교란하고 있으나 환경당국의 관리는 속수무책이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큰 금계국(학명 Coreopsis lanceolata L.)은 6∼8월에 꽃을 피우는 다년초로 척박한 야지에서도 왕성한 번식력으로 우리 국토 전역을 금색으로 물들여 놓았다.

이 식물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1950~1963년 사이로 추정되며 1980년대 들어 지자체들이 꽃길 조성사업과 관광지 조성사업으로 이 식물을 대량 식재하면서 현재는 처치난관의 과유불급사태를 낳은 것이다.

최근 큰 금계국의 확산으로 우리 식물생태계는 일대 비상이 걸렸다. 이 식물의 높은 번식률이 토종식물을 멸종시키고 있다는 유해성은 그동안 많은 매스컴과 학계를 통해서도 지적을 받아온 바 있다.

앞서 일본 환경협회는 큰 금계국을 최악의 번식종에 포함시켜 국가적 제거(有償)에 힘을 쏟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 국민들에게 알려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립생태원이 2018년에 이 식물을 외래식물 유해성 2등급으로 지정한 후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어 지속적 감시가 필요하다’는 평가에 머문 상태지만 지자체들은 식재가능식물로 유통이 된 탓에 현재 전국 산하의 토종식물 터전을 잠식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경상북도 구미시 해평 습지를 가득 메운 큰 금계국이 최근 들어 매스컴에 조명되면서 생태환경보존을 위한 제거작업이 시급해졌지만 환경부는 물론 구미시가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어 시민들에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환경부장관은 2024년 1월 환경부 주요정책 추진계획 브리핑에서 ‘자연환경 자산관리와 우수 자연자산을 가진 지역을 보호지역 또는 자연공존지역으로 지정 관리해 국가주도의 훼손지역 복원사업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연 환경조사와 멸종위기 식물보존·복원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국립생태원 관계자는 “큰 금계국은 인위적 식재로 확산됐다는 근거를 가지고 있다”면서 “내년 12월이 되어야 이 종에 대한 위해성 평가계획 여부가 정해지는 만큼 현재는 식재를 자제시킬 수 있도록 적극 교육·홍보하는 방안만이 우선과제”라고 말했다.

구미시민들은 ‘정부정책이 사후약방문격’이라며 “전국의 산하가 외래식물로 잠식당하기까지 식재방지를 유보시켜온 우리 환경당국의 혜안이 이웃나라 일본에 비춰 국민적 수치심을 촉발시키는 단계”라며 질책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큰 금계국이 구미 해평 습지에 자리 잡아 토종식물의 씨를 말리고 있기 때문이다.

구미시 하천과 관계자는 낙동강 둔치(해평·강정습지 포함) 전체면적은 14제곱킬로미터(㎢)이며 큰 금계국이 확산된 면적은 약 1.4제곱킬로미터(㎢)라고만 말했다.

그는 “낙동강체육공원 자전거 대여점에서 수자원공사 가는 길 위에 유채꽃과 메밀들을 심기 위해 큰 금계국 제거작업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순차적 로터리 작업은 신중하게 검토해 보겠지만 1개 과가 전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시 환경국은 “환경부에서 가시박처럼 생태교란 종으로 지정되면 국비예산으로 제거할 수 있다”면서 “현재는 별도 조치 없이 예찰을 하고 있지만 분포된 면적으로 볼 때 식물을 뽑아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는 답변을 내놨다.

구미시 당국 관계자의 답변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큰 금계국을 제거하는 예산이 없다는 것이다. 또 환경 당국이 위해식물로 지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자체가 앞서 이 식물을 제거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이야기였다.

본보가 인근 지자체를 취재한 결과 지자체마다 큰 금계국에 대한 시각을 달리 했다. 최근 경북 안동시와 김천시 율곡동의 경우 가시박과 함께 큰 금계국을 뿌리째 뽑아내는 자체 자연환경보호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토종식물 보호와 생태복원을 위해 구슬땀을 쏟고 있다.

외래종 식물에 의해 지역 토종식물의 종과 씨가 말라가고 있어도 정부방침과 예산타령을 앞세워 외래종 유해식물 하나 제거하지 못하는 대한민국 일부 공무원들의 안일무사가 환경시민단체의 냉소를 사고 있다.

이들 공무원의 안일무사는 국경일에 태극기를 내 걸지 않는 공동주택단지 주민들의 “태극기가 없어 못 단다”는 타령(변명)과 무엇이 다를까. 매스컴과 환경전문가들의 지적을 듣고도 내 몰라 방임하는 환경당국공무원들은 아마도 집단휴가라도 떠난 것으로 보인다.

이찬희 기자 chlee2@skyedaily.com / nimacho0719@daum.net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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