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강민석 경기도 대변인이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 밝혀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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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29 17:30:32

김동연 경기도지사로부터 임명받은 지 이제 갓 한 달쯤 된 강민석 경기도 대변인이 29일 오후 출입기자들과 처음 간담회 성격의 소통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오전 기자실 게시판을 통해 공지는 됐으나 다소 의외였다. 자신이 과거 문재인정부 당시 청와대 대변인으로 있을 때와 비교해 우선은 체급을 많이 낮춰 김동연계로 들어온 것도 의아했고 많이 ‘불편’할 수도 있을 법하다.

웬만하면 서면 브리핑으로 가름할 사안이련만 굳이 대면해 간담회를 가진 것은 분명 그가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의지로 보아 무방할 수 있다. 그런데 좀 의아하긴 했다. 김동연 지사가 오늘부터 하계 휴가에 들어가 ‘동심’을 전할 이슈나 사안도 없는 마당에 굳이 이날을 택해 브리핑을 명목으로 한 소통간담의 시간을 갖고자 했을까? 그것도 일주일 가까이 묵은 ‘지나간 사안’을 두고서 말이다.

우선 그는 이날 자리를 마련한 이유가 “브리핑 내용이 23일 경기도 대학생 리더와의 만남 뒷얘기에서 느낀 감동을 공유했으면 한다”는 입장 설명으로 대신했다. 이어 “이거를 그냥 흘려보내는 게 나을 건지 이제 고민 끝에 이러한 대변인 브리핑으로 내용을 담아내려고 한다”며 “당시 시간 관계상 채 모두를 전해드리지 못한 스토리성 내용과 김 지사께서 당시 언급한 불평등을 주제로 한 다양한 대화내용 등을 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 대변인은 이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첫 만남 때의 일화를 소개했다. “제가 경제부총리가 돼서 임명장을 받는 날 대통령하고 그 당시 청와대 스태프들하고 차를 한잔했다. 벌써 7년전 얘기네요. 대통령하고 차를 마시는데 모 청와대 수석이 대통령께 그러더라. ‘김동연 부총리는 교육전문가입니다. 대학총장(아주대)도 하셨고’ 그러자 대통령이 뭐라고 농담을 하셨을까요? ‘경제부총리 하고 나서 다음에는 교육부총리하시면 되겠네요.’ 그래서 제가 뭐라고 했을까? ‘교육부총리가 교육 못 바꿉니다’ 했습니다.”

김 지사의 말귀는 ‘교육은 정권으로부터 완전 분리된, 제대로된 사람들이 만드는 긴 시계에서의 교육정책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라는 얘기였다는 것이 강 대변인의 설명이다. 그러지 않고 정권 바뀔 때마다 바뀌면 온탕 냉탕 오가는 꼴밖에 안된다는 의미다.

더 큰 화두는 이제 나온다. ‘술집에 빌 게이츠가 들어온다면 술집 평균 소득은 얼마나 될까’하는 김 지사의 언급에 한 대학생은 “지금 한국사회는 불평등 사회다. 대학이 너무 서열화돼 청년들은 대학을 나오고나서 일자리를 가질 때까지 수도 없이 고민한다”고 했다. 이에 김 지사는 “어떤 술집에 있는 손님들 평균 소득이 빌 게이츠가 들어오면서 엄청 올라갈 것이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 소득이 올라가는 건 아니지 않는가. 지금은 우리가 평균의 오류에 빠져 있다 평균을 보면 좋아지는 것 같지만 실제로 사회는 병리현상에 빠진 것”이라고 진단했다고 했다.

이날 강 대변인의 이같은 백블성 뒷얘기는 대부분 서면으로 제공됐으나 정작 현장에서는 날카로운 질문이 예봉처럼 날아들었다. “대변인이 부임하시고 언론담당관실에서 기자단 운영과 관련해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가.” 대변인은 당연히 금시초문이란 반응이었다. 기자회견 때나 정책브리핑 등을 할 때 질문권을 박탈당하지 않도록 각 매체에 고루 적용해달라는 주문보다 더 얘리하게 들린 것은 그 질문이 기자단 운영과 관리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금세 알 법하기 때문이었다.

지사 휴가 중에 잘해 보려고 한 첫 소통간담회장에서 맞닥뜨린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아는가’ 하는 질문을 받고 당황스럽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1410만 전국 최대 광역지방정부를 이끄는 김 경기도지사는 경기도를 중간 스테이션 삼아 대권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은 세 살 먹은 아이들도 아는 사실이다. 그러한 큰 그림을 그리는 경기지사가 출입기자단에 대해 블랙리스트 얘기가 나올 만큼 벌써 편가르고 광고로 관리하려 들지는 않으리라 믿는다.

마찬가지로, 재하자들이 혹여라도 그러한 우를 범하다면 ‘주군’에 대한 불충으로 비칠 수 있음도 알아야 할 것이다. 지사의 복심으로 온 마당이라면 대변인은 바로 이 부분을 확인해봐야 할 것이라 충고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종래의 도지사들에 비해 ‘역대급’으로 많은 정무라인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하는 소리다.

강재규 기자 jk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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