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학가 ‘마약 연합동아리’ 3년간 방치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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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마약과의 전쟁’ 선포했지만 마약사범은 폭증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국내 마약 인구 100만 명”
맞춤형 예방 활동과 중독 청소년 치료·상담 필요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08 00:02:01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명문대를 비롯해 수도권 대학 13곳의 연합동아리 회원 14명이 집단으로 마약을 유통·투약한 혐의로 검찰에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명문대 재학생과 의대·약대 재입학 준비생 등을 동아리 회원으로 가입하도록 한 후 마약을 권유한 대학생 6명이 기소되고, 단순 마약 투약 대학생 8명은 기소유예 처분됐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가 이미 ‘마약 청정국’이 아니라는 경고를 다시 한 번 일깨우게 했다.

연합동아리 회장인 주범 A씨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대학원을 다니다 제적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2021년 고급 호텔과 레스토랑 등에서 호화 술자리를 제공한다는 걸 미끼로 회원 300여 명을 단기간에 모집했고, 회원들에게 대마를 비롯해 MDMA·LSD·케타민·사일로시빈·필로폰·합성 대마 등 온갖 종류의 마약을 투약하도록 유도했다. 중독된 회원들에게는 텔레그램·암호화폐를 이용해 고가에 마약을 팔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이 충격적인 것은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갈 엘리트 계층에 속하는 대학생들로 구성된 마약 조직이 대학가를 뒤흔들어 놓았다는 점이다. 문제의 동아리는 회원이 300명이 넘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연합동아리로 알려져 있다. 지성의 산실로 일컬어지는 대학 캠퍼스에 마약 조직이 3년간 횡행하도록 방치됐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마약 범죄 암약에 취약한 환경인지를 보여 준다.

올해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가 발간한 ‘2023 마약류 범죄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 사범은 2만76111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도(1만8395명)와 비교하면 50.1% 증가한 수치다.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의 결의가 무색해지는 결과다.

특기할 만한 사실은 마약 사범 가운데 10대가 급증했다는 점이다. 10대 마약 사범은 1477명으로 전년도(481명) 대비 거의 3배 증가했다. 숫자상으로는 20대 마약 사범이 압도적으로 많아서 지난해 8368명으로 전년(5804명) 대비 44.2% 늘었다. 마약 사범 전체 연령대 중에서 10대와 2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35.6%나 된다.

10·20대 청소년층의 마약 사범이 증가한 것은 쉽게 마약에 손 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 대학 마약 동아리 사건에서도 마약 1회분이 10만 원대에 거래됐다고 한다. 검찰은 이 사건을 계기로 대학가는 물론 일선 초·중·고를 대상으로 하는 마약 단속·수사를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또 한 가지 주목되는 점은 청소년 중에서도 여성 청소년의 마약 범죄가 폭증했다는 점이다. 서울경찰청과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의 마약 청소년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검거된 서울 지역 청소년 마약 사범 249명 중 여성 청소년이 184명으로 전체의 73.9%를 차지했다.

여성 청소년의 마약 흡취·투약 유형은 대마(14.5%)나 마약(0.8%)보다 식욕억제제나 신경안정제 등 향정신성의약품 비율이 84.7%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관계 당국은 맞춤형 예방 활동을 전개하고 중독 청소년에 대한 치료와 상담이 적시에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 따르면 국내 마약 인구는 약 100만 명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수사기관에 적발된 마약사범은 2%가 채 안 된다고 한다. 미진한 것은 단속뿐이 아니다. 기소유예율이 20%·집행유예 비율도 40%가 넘어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약은 임계점을 넘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다. 강력한 단속과 수사, 그리고 엄한 처벌과 함께 예방 교육 등 전방위로 대응해 마약 확산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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