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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검색 엔진 구글이 미국 법무부가 제기한 반독점 소송 1심 재판에서 패소했다는 소식에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최근 미국 워싱턴 연방법원이 “구글은 독점기업”이라고 판시한 것이다. 앞으로 상급심에서 어떤 판결이 내려질지는 알 수 없으나 일단 혁신기업의 반(反)독점을 규정하는 첫 미국 판결이라는 의미에서 그 영향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빅테크 기업도 예외일 수 없다. 글로벌 흐름에 따르는 법규 제정과 기업 윤리 확립을 서둘러야 한다.
미 법무부는 2020년 구글이 미국 검색시장의 90%를 차지하는 과정에서 반독점법(셔먼법)을 위반했다고 제소했다. 이후 4년간의 소송 끝에 이 같은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미 법원은 “구글이 스마트폰 웹 브라우저에 자사의 검색 엔진을 기본으로 설정하는 사용자들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게 한 것은 셔먼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글은 아이폰·아이패드에서 점유율 독점을 위해 애플에 상당한 대가를 지불했다. 2020년에 약 100억 달러, 2022년엔 그 두 배인 200억 달러(약 27조 원)를 지불했는데, 법원은 이를 독점을 위한 불법 지원금으로 봤다. 구글은 글로벌 검색 점유율 89.2%, 모바일 기기만 놓고 보면 94.9%라는 막강한 지배력을 지니고 있다.
이번 판결로 과거 마이크로소프트(MS)가 반독점 소송으로 큰 타격을 받았던 사례가 재소환되고 있다. 1998년 MS는 경쟁 웹브라우저인 넷스케이프를 견제하기 위해 익스플로러를 윈도우에 무료로 끼워 넣었는데, 미 법무부는 이를 두고 MS가 셔먼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MS는 익스플로러를 윈도우에 무료로 넣은 덕분에 대중이 인터넷을 이용하게 됐다며 반발했다.
하지만 법원은 MS의 반경쟁 행위가 경쟁사를 방해하지 않았다면 인터넷 혁신이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되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미 법원의 판단은 인터넷 시대에 가격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혁신’이라고 못 박은 셈이다. 이 같은 판단 기준은 향후 빅테크 기업이 지향해야 하는 바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일로 MS는 빌 게이츠 CEO가 물러나는 등의 타격을 받았다.
이번 구글 반독점 소송도 MS의 경우에 못지않은 파장을 가져올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특히 미국·유럽의 경쟁 당국이 애플·아마존·메타 등 빅테크들을 겨냥해 추진 중인 반독점 소송에서 지금까지의 판도를 뒤엎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그렇다면 국내 상황은 어떤가. 미국이나 유럽의 시장·업체와 비교할 때 우리의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 네이버·카카오·티몬·위메프 등 국내 플랫폼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 하지만 혁신에 역행하는 반(反)경쟁적 행태가 벌어진다면, 그리고 이에 대해 적절한 제재가 내려지지 않는다면 결국 그 피해가 소비자의 몫이 된다는 점을 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유튜브·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의 일방적 지배에 대한 대응책 또한 아직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2021년 세계 최초로 ‘구글 갑질 방지법’을 도입해 구글·애플이 특정 결제수단을 강제하는 것에 제동을 걸었으나 실질적인 효력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곧바로 규제를 우회하는 구글·애플의 꼼수에 즉각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빅테크의 순기능은 인정하지만 독점 횡포는 막아야 한다. 빅테크 기업이 전 세계인의 일상을 개혁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이를 미끼로 한 플랫폼 독점 등의 횡포를 막기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법과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글로벌 빅테크를 상대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미국·일본·유럽 등과 빅테크 규제를 위한 공동 대응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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