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산주기 단축 서두르는 정부… 중소 플랫폼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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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주기 40일 이내·에스크로 방식 의무화 방안 검토
티메프 사태 이후 안전한 대형 이커머스로 몰려
현금 적은 중소플랫폼 정산주기 짧아지면 치명타

김나윤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25 13:39:09

▲ 정부가 6일 정산 기한 지정과 에스크로 도입 등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정부가 티메프(티몬·위메프)의 피해 규모가 커지자 대책마련의 일환으로 판매대금 정산 주기 단축을 검토 중이다. 판매자들은 정산주기 단축을 환영하는 분위기이지만 대형 이커머스 쏠림에 대한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6일 정산 기한 지정과 에스크로 도입 등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최대 60일에 달하는 이커머스 정산 기한을 40일 이내로 단축하고, 에스크로(Escrow) 방식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에스크로란 플랫폼 업체가 결제 대금을 은행 등 제3자에게 입금해 중개 지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판매자에게 직접 결제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제2의 티메프 사태를 막을 방법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부가 정산주기 단축 등 제도개선에 나서자 이커머스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정산 주기를 앞당기는 분위기다.

11번가는 정산일정을 앞당긴 ‘11번가 안심정산’ 서비스를 내놨다. 안심정산은 배송완료 다음날 정산금의 70%를 먼저 지급하도록 한다. 고객 결제 2~3일 만에 정산이 시작돼 판매자 입장에서 기존보다 일주일 정도 앞당겨 판매대금의 대부분을 받는 셈이다. 나머지 30%는 고객이 구매 확정한 다음날 지급된다.

또 티메프 사태에도 배송 약속을 끝까지 지킨 기업들을 소개하는 ‘안심쇼핑 착한기업’ 기획전도 준비했다. 다음달 8일까지 총 55곳 셀러의 100만 개 상품이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시선집중’ ‘타임딜’ 등 고객 주목도가 높은 판매 코너에 노출을 지원하고 참여 기업들의 상품이 부각되도록 제품명 앞에 ‘착한기업’ 플래그를 단다.

SK스타아도 ‘고객사 케어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자체 재원으로 마련한 예치금을 기반으로 정산 주기를 기존 열흘에서 3일로 단축한다. 방송고객사는 물론 온라인몰 입점 고객사도 포함된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 알리익스프레스(알리)는 매달 1일과 15일에 정산을 진행한다. 소비자가 상품을 받고 구매를 확정한 후 7일이 지난 판매 대금을 영업일(월~금) 기준 2일 이내 지급한다. 알리도 일부 셀러를 대상으로 영업일 기준 2일 이내 대금 일부를 지급하는 ‘조기 정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쿠팡은 긴 정산 주기로 판매자들의 원성을 받는 일이 잦다. 쿠팡의 정산 방식은 주정산과 월정산으로 나뉜다. 주정산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출을 기준으로 15영업일이 지난 후 70%를 정산하고 두 달 후 나머지 30%를 준다. 정산 완료까지 40~50일이 걸리는 셈이다.

월정산은 상품이 판매된 달의 마지막 날을 기준으로 15영업일 후 판매 대금의 100%를 정산해 준다. 정산 완료까지 60여 일이 걸린다.

그러나 실제로 쿠팡 입점 판매자가 주 정산으로 정산대금을 모두 받기까지는 3개월이 걸렸다.

입점 판매자 A씨는 “정산주기가 짧으면 돈을 융통하는데 도움이 된다”면서 “티메프 사태를 겪으면서 정산주기 필요성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티메프 사태’이후 불안감이 커진 소비자들이 가격 경쟁력 대신 상대적으로 재무 건전성이 뛰어난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산 주기를 단축할 경우 상대적으로 현금 보유량이 적은 중소 플랫폼에게는 위기가 닥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나윤 기자 ny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