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대구 고모역 인근 경부고속철도 선로에서 KTX-산천이 탈선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서울·부산을 운행하는 KTX는 밀양과 구포를 경유해 부산으로 우회했고 본래 밀양을 경유하는 서울·진주 KTX도 이 사고의 여파를 맞았다.
이날 상당수 KTX가 운행 중지됐고 이 여파로 부산이나 동대구 등 주요 역들에서는 승객들이 언제 출발할지 모르는 KTX를 하염없이 기다리며 무작정 대기해야 했다. 푹푹 찌는 여름 날씨까지 더해져 많은 인파가 몰린 역에서는 습도와 온도가 올라가 불쾌감을 더욱 가중시켰다.
KTX-산천이 탈선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 정확한 진단은 나오지 않았지만 차축의 과열로 바퀴가 이탈한 것이라는 추측이 가장 신빙성이 높다. 고모역 인근이면 KTX가 본격적으로 가속하기 전으로 그나마 천만다행인 셈이다.
KTX-산천이 탈선한 것은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다. 2022년 1월에도 KTX-산천이 경부고속철도 노선상의 영동군 소재 터널에서 탈선했다. 바퀴가 불량한 것이 이유였다. 이 밖에 강릉선과 광명역 등에서도 탈선했다.
강릉선과 광명역의 사고는 선로 정비를 잘못한 탓에 일어난 것이었다. 하지만 2022년과 이달 발생한 탈선 사고는 KTX-산천 차체의 결함이 원인이었다.
KTX-산천에 대해선 오래 전부터 말이 많았다. 프랑스산 KTX에 비해 잔고장이 잦았고 지연으로 피해를 입은 승객들이 분통을 터뜨리곤 했다.
2008∼2011년에 도입된 초기형(101~123호기) KTX-산천은 모터 결함이나 차축의 녹 발생·요댐퍼 지지대 균열 현상 등 다양한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충격적인 사진도 발견됐는데 바로 브레이크가 가뭄에 땅이 쩍쩍 갈라진 듯한 모습으로 훼손돼 있는 것이었다. 코레일은 이런 열차를 가지고 시속 300km/h로 승객을 실어 나르고 있었던 것이다.
코레일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제작사인 현대로템에 리콜을 요청함과 동시에 소송을 걸었다. 이에 코레일이 승소해 현대로템으로부터 69억3000만 원을 받았다. 이것이 2014년의 일이다.
하지만 현대로템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2022년 1월에 사고가 난 후기형(401~415호기) KTX-산천은 2018년 평창올림픽에 대비한 열차로 투입됐다. 이 차량들은 2016년부터 2017년까지 도입됐다. 즉 소송 이후에 도입된 열차로, 그만큼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후 시속 260km로 운행하는 KTX-이음과 300km/h로 운행하는 KTX-청룡이 도입됐다. KTX-이음 역시 엄청난 진동 때문에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승객이 대부분이었다. 결국 이 또한 차체 결함 문제로 코레일은 골머리를 앓았다.
현재 KTX는 현대로템이 사실상 독점으로 납품하고 있다. 얼마 전 국내 모 회사와 스페인 고속철도 제작 회사가 고속철도 입찰에 참여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지만 결국 물 건너갔다.
항간에는 현대로펌이 어차피 낙찰받을 것이니 적당히 가격을 후려쳐서 고속철도 차량을 만들어 납품하는 게 아니냐는 소리도 있다. 덕분에 KTX를 이용하는 승객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철도커뮤니티 등 사이트에 들어가면 프랑스산 KTX보다 현대로템이 만든 KTX 차량이 승차감이 매우 안 좋다는 평이 많다. 즉 20여 년 전 프랑스 알스톰이 가진 기술력을 현대로템이 따라잡으려면 한참 멀었다는 소리다.
현대로템에게 일감 몰아주기를 하기보다는 다른 기업을 키우거나 해외 고속철도 업체를 적극적으로 입찰에 참가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독점 체계는 상품의 질을 저하시키기 마련이다. 부디 안심하고 탈 수 있는 고속철도가 운행되길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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