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군 환자들 속탄다“ 코로나 약 부족… 의료현장 비상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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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치료제 수요 예측 빗나가
시민단체, 정부 대응 부족 비판

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27 14:59:36

▲약국에 붙은 치료제 조제 안내문. 코로나19 재유행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고령층 또는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에 속하는 환자들이 치료제를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코로나19 재유행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고령층 또는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에 속하는 환자들이 치료제를 공급받지 못해 불안에 떨고 있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치료제 공급량을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으나 현장에서는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의료 파업이 7개월째 이어지면서 전국 의료 현장은 그야말로 ‘빨간불’이 켜졌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7월 3주 차 코로나19 입원 환자는 전국에서 229명이었지만 여름 휴가철이 시작된 8월 1주 차에는 879명, 2주 차에는 1359명으로 폭증했다. 해당 수치는 전국 급성호흡기감염증 표본감시사업 참여 의료기관 220곳의 표본 결과를 종합한 것이라 실제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A(56)씨는 최근 고령의 어머니가 코로나19 진단을 받았지만 제대로 된 치료도 처방도 받지 못했다며 착잡함을 토로했다. A씨는 “어머니가 80세 고령자인데 당뇨증에 합병증까지 있어 코로나19로 언제 어떻게 잘못될지 모르는데 의료 파업으로 응급실 입원도 어렵다니 속이 탄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도 코로나19 치료제를 구하지 못한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네티즌은 “동네 내과에 가 3만원을 주고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지만 약이 없다고 했다”며 “약도 없이 무의미한 검사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 진단을 받았는데 약이 없어 감기약만 타 왔다” “이 지역에는 치료제가 없다고 한다”는 글도 눈에 띄었다.

각 지자체 보건소 홈페이지에는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공급약국' 리스트가 올라와 있다. 하지만 재고를 보유한 곳은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치료제 부족 현상에 대해 지자체 한 관계자는 “약국마다 일일이 전화를 걸어 치료제 재고량을 확인하고 있다”면서 “약사들 단톡방에 ‘어떤 약이 필요하다’는 글을 올려 여유 물량이 있는 약국을 찾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약국에서 구할 수 있는 코로나19 치료제에는 미국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와 미국 MSD의 라게브리오가 있다. 기본적으로는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지만 기존 복용약과 팍스로비드를 함께 먹을 수 없는 경우에는 라게브리오를 처방받기도 한다.

팍스로비드는 항바이러스제인 니르마트렐비르와 리토나비르 성분을 결합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약이다. 주로 증상 초기, 고위험군 환자에게 사용된다.

라게브리오는 몰누피라비르 성분의 코로나19 치료제다. 바이러스의 유전자 복제를 방해해 감염을 막는다. 경증 환자에 주로 사용된다.

감염내과 한 전문가는 “정부가 코로나19 치료제 수요 예측을 잘 못하고 구매 시기도 늦어 치료약 부족 현상이 나오고 있다“며 ”휴가철과 명절 등을 지나면 감염병 유행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어 추석 이후까지 확산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짚었다.

질병청의 코로나19 치료제 예산은 1798억 원으로 지난해(3843억 원)보다 53.2% 줄었다. 감염병 위기대응 종합관리 예산도 13억36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절반 넘게 줄었다.

시민단체는 정부가 감염병 예방과 치료에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무상의료운동본부 등은 27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코로나19 진단과 치료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들 시민단체는 “5월에 진단 검사 비용 지원을 줄이면서 많은 이들이 증상이 있어도 비싼 검사 비용 때문에 검사 자체를 포기하고 있다”며 “정부가 치료제를 제대로 확보하지 않아서 고위험군은 더 많이 입원하거나 중환자가 되고 있고, 정부가 치료제 비용까지 높여서 서민들의 부담은 가중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응급실 환자가 몰리는 추석 명절이 의료 현장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추석 연휴에는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많게는 2배 가까이 늘어난다.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2022년 추석 연휴(9월 9∼12일)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166곳의 환자 내원 건수는 약 9만건으로 하루 평균 약 2만3000건 꼴이었다.

명절 기간 동안 응급의료센터 이용이 가장 많았던 날은 추석 당일(2만5000건)과 그 다음 날(2만4000건)로, 평소 평일보다 1.9배나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임한상 기자 hsr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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