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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임금체불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한 가운데 외국인 근로자에게 발생한 임금체불도 7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근로자의 생계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중대한 민생 문제로 내국인과 외국인 구분 없이 모두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특히 30인 미만의 소규모 제조업과 건설업에서 임금체불이 집중적으로 발생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특별한 대책이 시급하다.
8일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외국인 근로자 임금체불 금액은 총 699억3900만 원이다. 4124개 사업장에서 외국인 근로자 1만4913명의 임금을 제대로 주지 못했다. 같은 기간 내외국인을 합친 전체 체불금액은 1조2261억 원이다.
상반기까지 1조436억 원으로 반기 기준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선 뒤 7월 한 달 1800억 원 이상 더 늘었다. 피해 근로자는 17만5317명이다. 이같은 추세가 지속하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체불액(1조7845억 원)을 훌쩍 뛰어넘어 올해 2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
전체 임금체불에서 외국인 근로자 체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액수로는 5.7%, 피해 근로자로는 8.5%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외국인 취업자 수는 92만3000명이다. 전체 취업자(2841만6000명)의 3.2%를 차지한다. 단순 비교하면 외국인이 내국인보다 임금체불을 겪는 비율이 더 높았다. 최근 5년간을 보면 매년 1200억 원 안팎의 외국인 임금체불이 일어났다.
올해 1∼7월 기준 외국인 근로자 임금체불액은 30인 미만 사업장(5인 미만 343억 원·5∼29일 283억 원)에서 90%가 발생했고, 업종별로는 제조업(307억 원)과 건설업(267억 원)에 집중됐다.
이런 배경에는 고용허가제 비자(E-9) 등으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들이 불경기에 허덕이고 있는 소규모 제조업·건설업에 종사하기 때문이다. E-9는 한국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를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제도다. 주로 제조업·건설업·농어업 등 인력 부족이 심각한 중소기업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 제도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근로 계약서 작성·임금 지급·근로 조건 등의 권리를 보장받으며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최장 4년10개월까지 한국에서 일할 수 있게 허용한다. 주로 비전문 직종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며 불법 고용을 방지하고 근로자의 권익 보호를 목표로 한다.
하지만 최근 시범사업을 시작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에 대해서 8월 지급될 교육수당이 제때 지급되지 않아 임금체불 논란이 불거지면서 실효성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가사관리사들과 근로계약을 맺은 정부 인증 가사서비스업체 2곳이 1인당 95만 원의 수당을 미리 지급한 후 노동부에 유급휴가훈련지원을 신청해 훈련비를 지원받게 돼 있었는데 업체들이 유동성을 이유로 제때 지급하지 않았다. 노동계에서는 ‘국제적 망신’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결국 노동부와 협의 끝에 업체가 두 차례로 나눠 이달 초까지 수당을 전액 지급하면서 일단락됐다.
정부도 임금체불 증가세에 주목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노동부는 올해 상반기 1만1964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벌여 체불임금 390억 원(5만8000명)을 적발해 272억 원(69.7%)을 청산했다. 다만 정부의 단속에도 체불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솜방망이 처벌과 불경기가 주된 요인이다.
체불된 임금을 받기 위해서는 법적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특히 한국어에 능숙하지 않거나 법적 지식이 부족한 외국인 노동자에겐 하늘의 별따기다.
한편 상습적인 체불 사업주를 실질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임금체불방지법안은 21대 국회서 폐기됐다. 이 법은 재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미지급 임금에 대해서도 지연이자를 부과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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