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용자도 대출절벽... 중·저 신용자 돈줄 말라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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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은행 10곳 대출 신용점수 평균 911점으로 작년 말比 15점 ↑
은행 대출 막히자 2금융권으로 이동… 저축銀 고신용자 30% 육박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9-19 09:00:00

▲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KB국민은행 등 주요 은행 11곳의 7월 말 일반신용대출(신규취급액 기준) 취급 신용점수는 평균 911.7점으로 지난해 말(896.5점) 대비 15.2점 올라갔다. 서울 시내 한 은행의 개인대출 창구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작년 말 800점대였던 주요 은행의 신용대출 평균 신용점수는 7개월 만에 900점대로 급증했다. 은행들이 건전성 관리에 나선 가운데 정부가 가계부채 억제 정책을 주문한 결과로 분석된다. 문제는 풍선효과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 이들이 2금융권으로 향하면서 중·저신용자들이 제도권 밖으로 밀려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19일 은행연합회 대출 공시를 확인한 결과,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SC제일·iM)·특수은행(NH농협·Sh수협)·인터넷전문은행(카카오·케이·토스) 등 11개 은행의 7월 말 일반신용대출(신규취급액 기준) 취급 신용점수는 평균 911.7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896.5점)과 비교해 15점 이상 올라간 수치다. 6월 말(910.3점) 대비로도 한 달 새 1.4점 상승했다.

은행별로 보면 Sh수협은행이 948점으로 가장 컸다. 이어 △우리은행 938.54점 △토스뱅크 937점 △하나은행 930점 △카카오뱅크 925점 △농협은행 924.58점 △신한은행 922.8점 △SC제일은행 919점 △KB국민은행 918점 △iM뱅크 858.44점 △케이뱅크 807.87점 순이었다.

신용평가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는 신용등급을 △942~1000점 1등급 △891~941점 2등급 △832~890점 3등급 △768~831점 4등급 △698~767점 5등급 등으로 구분한다. 고신용자는 3등급까지다. 이를 고려하면 고신용자라도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기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대출 문턱을 높인 것은 건전성 관리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 말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은 0.42%로 전년동기(0.35%) 대비 0.07%p 올라갔다.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연체율은 2022년 6월 0.20%까지 내려갔다가 2년 넘게 지속 우상향 중이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도 한몫했다. 금융당국은 상반기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7월 초부터 은행권에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한 바 있다. 은행이 대출 규모를 줄이려면 대출 금리 및 신용점수 기준을 높이거나 대출 한도를 축소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대다수 은행은 금리를 인상하는 동시에 대출 심사도 900점 이상 고신용자 위주로 까다롭게 임한 것으로 추측된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장선희 기자] ⓒ스카이데일리

문제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는 이들이 2금융권으로 넘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가계신용대출 상품 78개의 900점 초과 및 801~900점 대출 취급 비중은 평균 각각 3.6%·23.4%로 지난해 8월(81개, 2.5%·18.2%) 대비 1.1%p·5.2%p씩 늘어났다. 신용점수 801점 이상 취급 비중이 40% 이상인 상품도 ‘DreamBig 신용대출’ 등 10개에 달했다.

불황형 대출도 늘어나는 추세다. 해약환급금을 담보로 빌리는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6월 말 70조2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조3000억 원 증가했다. 카드사 9곳의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잔액도 7월 말 41조2266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였던 전월(40조6059억 원) 기록을 갈아치웠다.

고·중신용자들이 2금융권으로 몰려오면서 중·저신용자의 운신은 좁아지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공시를 확인한 결과, 8월 기준 가계신용대출을 신용점수 500점 이하 차주에게 내준 저축은행은 웰컴·세람·스타 3곳에 그쳤다. 1년 전 8곳에서 취급한 것과 비교해 3분의 2 쪼그라들었다. 600점 이하에게 내준 저축은행도 지난해 8월 13곳에서 올 8월 10곳으로 3개 감소했다.

제도권 금융의 마지노선인 대부업체도 대출 한도를 축소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14조5921억 원이었던 대부업 대출잔액은 그해 말 12조5146억 원으로 14.2% 감소했다.

2·3금융권에서 대출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면서 중·저신용자들이 제도권 금융 밖으로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민금융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부업체에서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이동한 저신용자(6~10등급)는 5만3000~9만1000명, 사금융 조달 금액은 8300억~1조4300억 원으로 추정됐다. 1년 전(최대 7만1000명, 1조2300억 원) 대비 크게 불어난 규모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