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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통일’ 프레임에서 벗어나 연일 ‘2국가론’을 주장하고 나서는 가운데, 뜬금없이 불거진 그의 ‘반(反)통일’ 주장에 국민은 물론 여야 정치권도 어리둥절한 모습이다. 심지어는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한동안 중앙 정치에서 소외됐던 임 전 비서실장이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한다.
임종석이 누구인가. 1989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의장 시절 임수경 씨를 평양에 보내는 일을 주도했고, 방북 이후 임수경은 ‘통일의 꽃’으로 불렸다. 그는 당시 운동권에서 반미자주통일을 추구하는 민족해방(NL) 계열의 대표적 인물로 꼽혔다. 30년 넘게 통일운동가를 자처해 온 그는 문재인정부에서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후에는 “원래 자리로 돌아가 통일 운동에 매진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그랬던 임종석이 최근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통일, 하지 말자.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는 주장을 펴 이목을 집중시켰다. 뿐만 아니라 그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시된 헌법 3조를 삭제 또는 개정하자고 주장하는가 하면 국가보안법과 통일부 폐지도 거론하고 나섰다. 이에 수많은 언론이 그의 발언을 주요 기사로 다뤘고 여야 정치권과 대통령실에서도 즉각 반응을 보였다.
임 전 비서실장은 “통일 강박관념을 내려놓자”며 “당위와 관성으로 통일을 이야기하지 말자”고 주장하면서 ‘2국가론’을 내세우고 있다. 많은 언론과 논객들이 지적하는 바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부터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통일 관련한 모든 흔적 지우기에 나선 데 호응하는 제스처가 아니냐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임 전 실장이 30년 이상 내세웠던 ‘통일 정체성’은 ‘북한 바라기’에 불과한 것이 아니었냐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는 정황이다.
실제로 올 초부터 반(反)통일 정책을 펴고 있는 북한에서는 주민들에게 자녀 이름을 ‘통일’ ‘하나’ ‘한국’ 등으로 짓지 말라는 금지령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대남기구를 개편하고 각종 홈페이지를 정리하면서 남북관계나 통일을 연상케 하는 용어를 통제하고 한반도 조형물도 제거하는 등 대남흔적 지우기를 지속하고 있다고 한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분석은 임 전 실장이 연일 ‘평화적 2국가론’을 들고 나오면서 오히려 적반하장 격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끌어들이는 등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듯한 태도와 관련된다.
임 전 실장은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윤 대통령의 인식은 정말 최악”이라며 “힘에 의한 흡수통일을 추진하겠다는 인식”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23일에도 “윤석열정부야말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에 정확하게 동조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내부의 반응이 흥미롭다. 오랫동안 중앙 정치에서 소외돼 세간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져 있던 임 전 실장이 ‘반(反)통일’ ‘2국가론’을 들고 나와 대통령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에 대해 자신의 정치적 활로를 모색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만일 임 전 실장이 얻으려 했던 것이 그런 것이었다면 그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논란을 일으켜 정치적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북한이 핵 공격도 불사하겠다며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평화적 두 국가론이 과연 가능이나 한 얘기인가”라는 윤 대통령의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 대다수 국민이 바보가 아닌 한 똑같은 지적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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