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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젊은 버락 오바마’로 각광받던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사임하기로 한 후 그의 집권 9년간이 새삼 도마에 올랐다. 2019년부터 트뤼도의 ‘자유당’은 소수 여당 신세다. 1970·80년대 캐나다 정계를 장악했던 피에르 트뤼도 전 총리의 아들이자 참신한 정치인으로서 진보적인 정책을 약속하며 등장한 인물이지만 지지율 17% 성적표를 받아들고 퇴장하게 됐다. 아들 트뤼도의 집권을 거치며 캐나다는 확실히 ‘선망의 이민국가’ 이미지를 잃었다.
현재 제1야당인 보수당이 지난 수개월간 여론 조사에서 줄곧 자유당을 두 자릿수로 크게 앞서고 있어 당장 총선을 치를 경우 참패가 예상된다. 이제 자유당은 10월20일이나 그보다 앞당겨 치러질 선거를 이끌 새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 블로크 케베쿠아당의 이브-프랑수아 블랑셰 대표 역시 언론 인터뷰에서 자유당 새 대표가 선출되는 대로 조기 총선을 원한다고 밝혔다.
6일(현지시간) 사임 발표로 ‘임시 총리’ 입장이 됐음에도 트뤼도는 ‘미국 편입’을 종용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발언에 날카롭게 반응했다.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음을 “(뜨거운) 지옥 불의 눈덩이”에 비유하며 “양국 노동자와 지역사회가 피차 최대 무역 및 안보 파트너로서 혜택을 입어 왔다”고 엑스 글에서 말했다. ‘국가 합병’ 제안에 멜라니 졸리 외무장관과 ‘보수당’의 피에르 포일리에브르 대표 또한 불쾌감과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일반 시민들은 담담한데 정치인들만 반발한 모습이다. 심지어 트뤼도보다 트럼프 호감도가 높게 나온 여론 조사 결과도 있다.
이날 트럼프는 트루스소셜 글을 통해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는 게 좋을 캐나다인들이 많다”고 말했으며, 이튿날 자택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기자회견에선 캐나다가 국경문제와 대미 무역수지 불균형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취임 당일부터 모든 캐나다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국경문제 해결을 요구한 것은 불법입국과 마약·범죄 유입시 기존 통로인 남부 국경 대신 캐나다를 이용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자신의 꾸준한 관세 압박이 트뤼도 총리의 사임으로 이어졌다며 “미국과 합병하면 관세가 없어지고 세금이 훨씬 낮아질 것” “주변 러시아와 중국 선박의 지속적 위협으로부터 완!전!히! 안전할 것”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캐나다·미국 합병이란 주권 침탈이 아니라 시장 통합 등 편의 측면에서 생각할 문제라는 뜻이다.
떠나는 트뤼도를 향해 사칫 메흐라 자유당 총재는 당원들의 이름으로 감사를 표했다. “그의 비전은 캐나다인들에게 혁신적인 발전을 안겨다 주었다”면서 자녀양육 수당·치과비용 지원, 일부 의약품 보험 적용 등을 꼽았다. 반면 피에르 포일리에브 보수당 대표는 “당분간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자유당 의원들과 지도부가 그간 트뤼도의 정책을 지지해 오지 않았나. 국민들에게서 계속 뜯어내고자 당의 얼굴만 바꿔 유권자들을 속이려 든다”고 강하게 꼬집었다.
오랜 동지였던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부총리가 작년 돌연 물러나 트뤼도 입지가 더욱 어려워졌다. 프릴랜드는 공개 서한에서 트럼프의 관세 위협 등에 제대로 대응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사실상 트뤼도가 그간 애쓴 것은 여성할당제(내각의 50%) 등 성평등 추구, 국가 차원의 탄소세·자녀양육 수당 도입, 기호용 대마초 합법화 등 정치적올바름주의에 충실한 사안들이다. 피부색을 어둡게 분장한 채 원주민 행사에 참석할 만큼 비판적 인종이론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런 동안 주거비용과 식료품 가격이 치솟았고 공공서비스가 열악해지며 캐나다는 살기 힘든 나라로 변해 갔다. 역이민을 고민 중이라는 한국계 젊은 캐나다인들 유튜브도 많이 늘었다. 다문화주의를 캐나다 정체성의 핵심으로 삼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트뤼도는 경제성장 촉진을 야심찬 이민 정책에 의존해 왔다. 캐나다는 개방적이면서 잘 규제된 이민시스템으로 고평가를 받아 온 나라였으나 다 옛말이다.
1977년 이래 캐나다 이민의식을 추적해 온 엔바이로닉스연구소의 작년 9월 조사에선 25년 만에 처음으로 과반수 이상의 캐나다인이 이민 과잉이라고 답했다. 미국·캐나다·멕시코 자유무역협정(USMCA)에 따라 2016년 멕시코 관광객 비자가 불필요해지자 망명신청이 급증해 올해 초 비자를 부활시켜야 했다. 캐나다 언론은 일부 유학생이 임시 비자를 이용해 캐나다 영주권을 요구한다고 보도했으며, 마크 밀러 연방이민 장관도 이를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이런 현실은 즉각 주택 부족으로 이어졌다. 임대료와 집값 상승 속에 생활고 가중이란 자연스런 결과다. 캐나다국제교육기구에 따르면 유학생 수가 2022~23년 사이 약 30% 증가했으며 그 중 인도인이 40%일 정도로 편중도 심하다. 정부 데이터엔 지난 5년간 2배 늘어난 임시 외국인 노동자 통계를 볼 수 있다. 캐나다 이민시스템이 신뢰를 잃어 가면서 현지 삶의 질 저하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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