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 줄이기 나선 은행들… 한 달 새 100개 넘게 문 닫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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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부터 신한銀 34개 우리銀 26개 농협銀 38개 점포 통폐합
디지털화에 따른 비용 효율화 차원… 점포 축소에도 판관비 급증세
금융 취약계층 소외는 풀어야 할 숙제… 은행대리업 대안으로 부상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1-09 11:22:41

▲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iM뱅크는 작년 12월부터 최근 한 달간 총 102개 영업점을 인근 지점과 통폐합했다. 서울 시내 설치된 주요 은행들 ATM 기기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주요 시중은행들이 최근 한 달간 100개 넘게 점포를 정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의 지적에 주춤했던 ‘점포 통폐합 현상’이 작년 말부터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판매·관리비를 줄이기 위한 전략이지만 금융소외계층을 외면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일각에선 은행 대리업 제도 등을 통해 은행·소비자 간 입장 차를 절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7일 방배기업금융센터 등 전국 26개 기업금융센터를 인근 영업점과 통합했다. 작년 12월9일 8개 기업금융센터를 근처 영업점과 통합한 것을 고려하면 한 달 새 34개 영업점을 닫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최근 신한은행은 4월7일 13개 영업점을 인근 지점과 통합 대형화해 운영한다고 공지했다. 선유도역 등 일반 영업점도 포함된다.

우리은행도 점포 줄이기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6일 영업점 23곳과 출장소 3곳을 인근 영업점과 통합했다. 우리은행이 영업점을 감축한 건 작년 7월 이후 6개월 만이다. NH농협은행도 작년 12월13일·31일 두 차례에 걸쳐 전국 38개 영업점을 통폐합했다. 시중은행으로 승격한 iM뱅크는 전달 서울·경기에 2개 영업점을 새로 개점하고 이달 2일 대구에 소재한 영업점 4개를 폐쇄했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2023년 4월 ‘은행 점포 폐쇄 내실화 방안’을 도입하면서 점포 폐쇄에 살짝 주춤했다. 영업점 폐쇄 전 고객 의견을 수렴하고 폐쇄 시 대체 수단을 마련하는 등 점포 폐쇄 절차를 까다롭게 만든 것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9월 말 5754개였던 은행 점포(출장소 포함)는 작년 9월 말 5694개로 1년 새 60개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전 4년간(2019~2023년) 9월 기준 연평균 244개 줄어드는 것과 차이가 컸다.

은행들이 대규모 점포 정리에 다시 나선 것은 비대면 금융이 자리 잡은 상황에서 비싼 돈을 들여가면서 오프라인 점포를 운영할 필요가 없어져서다. 판관비 부담이 작지 않다. 금감원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누적 국내은행 21곳의 판관비는 19조4416억 원으로 5년 전인 2019년(16조8151억 원)보다 15.6% 불어났다. 점포를 줄여나갔음에도 은행들의 전체 임차료는 2021년 2187억 원·2022년 2324억 원·2023년 2545억 원·2024년 2638억 원 등 지속 커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금융으로 전환되는 시대적 흐름에서 점포 여러 곳을 운영하기엔 비용 부담이 크다”며 “비용 효율화 차원에서 영업점을 통합 대형화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문제는 은행 점포 폐쇄 과정에서 비대면 금융에 적응하지 못한 금융 취약계층이 소외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발간한 ‘2023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고령층·농어민의 온라인 금융거래 서비스를 이용률은 각각 54%·54%·55%로 일반 국민 평균(69%)보다 15%p 이상 낮았다. 특히 고령층이 열악하다. 2023년 금융위원회 조사 결과 은행 고객 중 60대 이상 비중은 21.2%였지만 모바일뱅킹 이용자 비중은 10.3%에 불과했다.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비수도권의 은행 폐쇄는 더 민감하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에서 은행 영업점을 이용하려면 평균 432m 이동하면 되지만 강원(6.47km)·경북(6.10㎞)·전남(5.71㎞)·충북(4.80㎞)·충남(4.52㎞) 등 지방은 은행을 이용하려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이에 은행의 비용 부담과 금융 취약계층 편의를 고려해 은행대리업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은행대리업은 은행이 아닌 업체가 은행의 일부 업무를 대행하는 활동을 뜻한다. 금융위는 전날 2025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 우체국 등에 은행대리업을 허용해 우체국에서 예금개설이나 대출 등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시범 운영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대리업은 은행 예·적금이나 대출 업무를 위탁해 주는 것인데 우체국 점포는 전국에 3000여개로 많아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일본도 우체국을 통해 은행대리점을 활용하는 등 성공 사례도 있어 접근성 개선에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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