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대 5년제’ 방안은 성급한 편법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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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공급 부족 ‘의료 질 저하’로 메우려나
일부 선진국 의대 교육과정 8년 운영하기도
임기응변식 땜질 처방 전에 먼저 공론화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10 00:02:02

정부가 최근 의대 교육과정을 현행 6년에서 5년으로 줄이는 방안을 발표하자 의료계에서 거센 비판과 반발이 나오면서 의대 증원 정책으로 빚어진 사태는 오히려 점점 더 꼬이는 모양새다. 정부가 의료계 인력 양성의 공백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라고 내놓은 방안이 상식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커져 버린 의대 문제를 표면적으로만 봉합하려는 성급한 처사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항의해 의대생들이 집단 휴학계를 제출했고 이로 인한 신규 의사 배출에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러자 교육부는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을 발표하고 교육 과정 단축·탄력 운영 방향을 밝혔다. 이 내용 중 교육 과정을 6년에서 5년으로 줄이는 방안에 대해 비판이 쏟아진 것이다.

교육부가 이 같은 무리수를 둔 것은 학교를 떠났던 의대생들이 복귀했을 때 운영하는 과정에서 인력 양성의 공백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강구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내년뿐만 아니라 제도화를 통해 학사 운영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지만 당장 내년에 의사 배출이 어려운 현실에 대한 임기응변식 처방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2월 전국 40개 의대를 다니던 학생 다수가 ‘휴학’을 신청했다. 당장 내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더 늘리겠다는 정부 발표가 나온 데 대한 반응이었다. 전공의와 의대생 공백으로 인한 의료대란의 우려가 팽배했고 국민의 불편과 불안도 커졌다. 올해 2학기가 돼도 학생들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있다. 전국 40개 의대 2학기 수업 출석률은 2.8%에 그치고 있다는 통계만 전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예과 2년·본과 4년 등 현행 6년의 의대 학사 일정을 그대로 유지하면 앞으로 신규 의사 배출에 공백이 생길 것은 자명하다. 매년 의대 졸업생 등 3000여 명이 신규 의사로 나와야 하는데, 올해 본과 4학년 학생 대부분이 집단으로 휴학계를 제출하면서 내년 신규 의사 배출에 차질이 생기게 된 것이다. 이에 정부가 ‘의대 5년제’ 방안을 들고 나왔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우선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본과 4학년인 한 학생은 “8월부터는 아예 포기하는 분위기였다. 추후 보충으로 채울 수 있는 분량이 아니다”라며 “특히 실습 학년은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 배출을 위해 교육과정을 줄인다면 ‘의료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은 불 보듯 훤하다.

교육부가 내놓은 ‘전국 국·사립 의대 군 휴학 허가 인원’을 보면 지난달 23일 기준으로 37개 의대에서 1059명이 군 휴학 허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해 휴학하면서 군의관을 포기하고 현역 입대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학생들이 당장 지금 복귀한다 해도 놓쳐버린 교육과정 공백을 메우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게 중론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의대 5년제’ 방안 발표는 좀더 신중했어야 하지 않을까. 교육부는 발표 후 비판이 잇따르자 “의무화가 아니라 대학 선택”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처럼 중요한 교육과정을 발표하면서 대학의 재량에 맡기겠다는 건 정부가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상식적으로 봐도 수의대도 6년을 공부하는데 의대 과정을 5년 공부로 끝낼 수 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해외에서는 의대 교육과정이 대부분 6년이고 일부에서는 8년까지 운영되기도 한다. 의대 문제 해결이 아무리 조급한 상황이어도 정부는 해결방안에 신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임기응변식 땜질 처방을 내리기 전에 먼저 공론화를 통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