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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 시기에 금리가 가계와 기업 부채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고 적절히 대비해야겠다. 한국은행이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긴축 기조를 완화했다. 물가상승률이 하락하고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해지면서 금리를 내릴 공간이 확보됐다는 판단에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현재 연 3.50%인 기준금리를 연 3.25%로 0.25%p 낮췄다.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0.25%p 올리며 긴축에 들어선 이후 첫 방향 전환이다. 2020년 5월 이후 4년 5개월 만의 금리인하이기도 하다. 2021년 8월 0.25%p 인상과 함께 시작된 통화 긴축 기조가 3년 2개월 만에 완화 쪽으로 돌아서는 통화정책 전환(pivot·피벗)이 실현된 것이다.
금통위의 인하 결정으로 미국과의 금리 격차(한국 3.25%·미국 4.75∼5.00%)는 최고 1.75%p로 벌어졌다. 금통위는 “물가 상승률이 뚜렷한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하기 시작했고, 외환시장 리스크도 다소 완화됐다”며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이처럼 한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은 민간 소비·투자 등 내수에 숨통을 틔워 주기 위해서다. 내수 침체가 길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낮춰 소비·투자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집값·가계부채를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보다 내수 진작이 중요하다는 데 방점을 두었다.
앞서 지난달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빅컷’(기준금리 0.50%p 인하)을 단행했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전년 동기 대비 1.6% 오르는 데 그치면서 3년 6개월 만에 1%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은의 정책 목표인 ‘2% 소비자물가 상승률’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금리인하는 가계 빚과 부동산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딜레마다. 9월 말 기준 예금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35조7000억 원으로, 전월보다 5조7000억 원 증가했다. 증가폭은 줄었지만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하루 평균 3934억 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정책 당국의 희망과는 달리 풀린 돈은 달리 부동산 투자에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주택가격 상승률은 대출 금리보다 높다. 주택 구매 시에 신용이 창출되고 팽창한 유동성은 다시 주택 구매에 사용되면서 돈이 풀린다. 돈의 흐름이 주택 구매에 집중되면, 버블이 터질 때까지 악순환은 멈추지 않는다. 투자가 아니라 투기가 자산시장을 지배한다.
신용 창출과 주택 가격 상승을 제어하는 수단은 대출 제한이나 금리인상이다. 일본에서 사용된 대출 제한은 1990년대 일본의 부동산 버블을 제거하는 데에 유용했으나, 급격한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경제가 침체했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정부는 과격한 대출 총량 제한이나 가격 통제가 아니라 주택 공급 증가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금리인하는 여러 우려에도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데에 필요한 조치다. 금리인하는 공급망 대응에 필요한 자원 개발과 대규모 설비투자를 가능하게 한다. 반도체 분야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투자도 필요하다. 자동차 분야에서도 대규모 변화가 예상되고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벤처 투자도 활성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금리 정상화가 핵심 정책이다. 자금이 건설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금리 정상화의 기반을 준비해야 한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돈의 흐름을 정상화해 기업이 혁신을 통해 장기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기업들은 공급망 문제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새로운 무역 체제에서 선도적 위치를 점령해야 한다. 금리 정상화 시기에 기업의 장기적 활로를 열어 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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