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한의 중국고전] 서울교육감 보선과 공손찬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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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이 뭘 원하는지 못 읽은 공손찬
민심이 뭘 원하는지 못 읽은 보수 캠프

오주한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0-21 06:30:30

▲ 고대 중국 북방 유목민족인 선비족 탁발부의 의장 행렬을 묘사한 도용(陶俑). 연합뉴스

공손찬(公孫瓚)은 후한(後漢) 말의 군벌이다. 북방의 패권을 두고 대립한 라이벌 원소(袁紹)의 실책을 토대로 하북의 패자(霸者)가 될 수 있었으나 더 큰 실책으로 패망한 인물이다.

원소는 동탁(董卓)이 헌제(獻帝)를 허수아비 황제로 옹립하고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萬人之上)의 권세를 누리자 질투심에 사로잡혔다. 원소는 헌제의 정통성을 부정하면서 황족인 유우(劉虞)를 또 다른 황제로 세우려 했다. 유우를 꼭두각시 황제로 추대한 뒤 원소 자신이 제2의 동탁이 되려는 음모였다.

종묘사직을 욕보이는 원소를 바라보는 민심은 악화됐다. 혈통으로 따지면 헌제가 유우보다 훨씬 적통이었다. 제2의 동탁이 되려는 원소의 속셈은 알 사람은 알았다. 게다가 유우가 일언지하에 거절함에 따라 황제를 옆구리에 끼고 천하를 호령하려던 원소의 계획도 무산됐다.

이에 수많은 의사(義士)들이 공손찬에게 모여들었다. 그의 세력은 동탁·조조(曹操)마저도 두려워할 정도로 커졌다. 전원 백마 탄 기병으로 이뤄진 공손찬의 백마의종(白馬義從)은 특히 정예군으로서 천하에 이름을 떨쳤다.

공손찬은 응당 “원소는 민심에 역행하는 역적이고 나는 민심에 순응하는 충신”이라는 프레임 확산에 주력해 원소와의 표심 쟁탈전에 종지부를 찍었어야 했다. 그런데 공손찬은 어처구니없는 역풍을 자초했다. ‘황족’ 유우와의 갈등이 생기자 망설임 없이 죽여 버린 것이다. 그것도 저잣거리에서 조리돌림 한 뒤 “한 겨울에 비가 내리면 살려 주겠다”는 모욕·조롱까지 섞어서 말이다.

믿었던 이에게 배신당한 민심이 떠나가면서 공손찬은 급속도로 몰락했다. 전해(田楷)·조자룡(趙子龍) 등은 공손찬을 떠난 뒤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공손찬은 관정(關靖) 등 간신들의 말만 듣고서 백성의 고혈을 빨아 축조한 거대 요새 역경루(易京樓)에 틀어박혀 4년간 최후의 항전에 돌입했다. 그러나 장졸들이 줄줄이 탈영하고 원소군이 코앞까지 밀고 들어오자 거처에 불을 지르고 일가족과 함께 비참하게 분사(焚死)했다.

10.16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서 보수 진영이 패했다. 반대 진영의 귀책사유로 벌어진 보선이었고 모처럼 보수 후보 단일화도 이뤄 냈으나 결과는 많은 보수층에게 절망을 안겼다.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민심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제대로 읽지 못하고 더 큰 실망을 유권자들에게 던진 탓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차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심기일전하는 보수가 돼야 한다.

오주한 정치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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