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경제포커스] 3분기 GDP 성장률 0.1% ‘쇼크’ 경기침체의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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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경제성장률 한은 전망치(2.4%)보다 낮아질 것
부진 흐름 되돌릴 방법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

오정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0-28 06:30:40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1% 성장하는 데 그쳤다. 내수도 부진한 가운데 경제를 지탱하던 수출마저 둔화되어 재화와 서비스의 수출 증가율이 전기 대비 –0.4%로 추락한 탓이 컸다. 재화와 서비스 수출의 전기 대비 증가율은 1분기 1.8%·2분기 1.2%에 이어 3분기에는 –0.4%로 낙폭이 확대되며 아예 마이너스로 주저앉았다. 그 결과 당초 0.5% 예상했던 한은 전망의 ‘5분의 1’ 토막이 나는 성장률 ‘쇼크’가 발생하면서 연간 성장률 전망도 대폭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앞으로도 중국 성장 둔화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수출 전망이 밝지 않아서 경기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경고가 대내외에서 나오고 있다.

지출 항목별로 보면 민간 소비는 0.5% 증가했다. 승용차와 통신기기 등 재화 소비와 의료·운수 등 서비스 소비가 모두 증가했다. 정부 소비는 건강보험 급여를 중심으로 0.6%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기계류와 운송장비가 늘면서 6.9% 늘었으나, 건설투자는 건물 건설과 토목 건설이 모두 줄면서 2.8% 감소했다.

연초에 태영건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이 드러나면서 문제가 크다는 것이 확인된 부동산 PF 규모도 당초 134조 원에서 23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나고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부실이 증가하면서 건설 경기가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부동산 PF 사업장의 자금 경색이 심화되는 가운데 정부와 금융권이 21조 원이 넘는 자금을 추가 투입해 막힌 ‘돈줄’을 완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1년이 가까워지는 지금도 해결되지 못하고 건설 경기 위축의 원인이 되고 있어 걱정이다.

건설 경기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올해 내수용 시멘트 출하량이 외환위기 당시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24일 한국시멘트협회가 발표한 올해 시멘트 수급 전망에 따르면 1~3분기 내수 출하량은 3222만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 감소했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하면 올해 총 내수 출하량은 4400만t에 그칠 전망이다. 지난해보다 12.4% 줄어든 것으로 1997년 외환위기 당시와 같은 수준이다. 수출용 출하량까지 포함해도 작년보다 10.1% 줄어든 4704만t으로 최근 10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 경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 주는 대목이다.

수출도 문제다. 수출은 전기 대비 0.4% 감소하면서 2분기(1.2%) 대비 크게 꺾였다. 수출 증가율(분기 기준)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22년 4분기(-3.7%)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반도체 수출 증가세 둔화와 함께 자동차를 비롯한 비(非)IT 품목의 수출 실적이 예상보다 크게 나빴다. 한국GM 등 완성차 부품업체의 파업으로 생산 물량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전기차 수요 감소로 배터리·소재 관련 화학제품의 수출도 쪼그라들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미국 경기만 ‘나 홀로 호황’일 뿐, 독일 등 글로벌 제조업 국가들의 경제 상황이 침체일로인 데다 중국 경제가 내수를 중심으로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경제성장률은 지난 8월 한은이 발표한 전망치(2.4%)보다 낮아질 것이 확실시된다. 한은에 따르면 4분기 성장률(전기 대비)이 1.2%를 기록해야 연간 2.4%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부진 흐름을 되돌릴 뾰족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수가 부진하면 금리인하 등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가계부채 증가 우려로 이마저도 망설이고 있는 실정이다. 금리를 더 내렸다가 지금도 뛰고 있는 환율이 더 오르면 수입물가가 급등하면서 GDP에는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순수출 악화에 따른 성장 정체는 대응이 어렵지만 미국 대선 후 예상되는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대한 선제적이고 치밀한 대응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4분기다.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내수 낙수효과를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미국 대선 리스크와 중국의 경제침체 여파로 수출 호조세가 계속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경제전망에 대한 전면 수정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내년 2.1% 성장률 가능 여부도 미궁에 빠졌다. 한은은 “2024~2025년 성장률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내수 회복 속도·주요국 경기와 IT 사이클·글로벌 교역 조건의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해 다음달 다시 경제에 관해 전망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의 1.4% 성장이라는 침체에 이어 금년에도 경기가 부진하면 어려워지고 있는 민생이 더욱 도탄에 빠질 수밖에 없다. 연이은 경기침체로 민생 어려움이 지속되면 그토록 문재인정부 비판하면서 이루어 낸 정권 교체의 명분도 약화되고 그러면 다음 대선도 어려워진다. 보다 다방면에 발상을 전환하는 적극적인 대책이 절실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