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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2대 국회 개원식에 이어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도 불참했다. 국무총리가 현직 대통령 대신 시정연설을 대독한 건 11년 만이다. 윤 대통령 행보를 두고 정치권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보라색 넥타이를 맨 한덕수 총리는 4일 오전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대신 읽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올랐다. 한 총리가 허리 숙여 인사하자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 오라고 하세요”라고 소리 질렀다. 약 28분간의 한 총리 대독 중에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여당 측에서는 세 차례의 박수가 나왔다.
국민의힘 친한계와 민주당은 대독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입 모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대독은) 아쉽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친한계인 배현진 의원도 자신의 SNS에서 “대통령은 오늘 시정연설에 나와야 했다. 국회 개원식에 이어 두 번째로 국회를 패싱하는 모습이 대다수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칠지 냉철하게 판단했어야만 했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같은 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 운영 방식을 입법기관이자 예산 심사 권한을 가진 국회에 보고하고 협조를 구하는 건 당연한 것이다. 이건 서비스가 아니라 삼권분립 민주공화국에서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해야 할 책임”이라며 “책임을 저버리는 것에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민주공화국 대통령 자격이 없다. ‘장님 무사’는 이제 그 칼을 내려놓으라”고 했다.
대통령 탄핵을 벼르고 있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국민의 대표자를 만날 용기조차 없는 쫄보”라고 윤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민주당 출신인 우원식 국회의장은 “불가피한 사유 없이 대통령 시정연설을 마다한 건 온당치 않다”고 했다.
반면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불참이 불가피했을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거리에 나서는 상황인데 차분한 시정연설이 되겠나”며 “정쟁의 한 장면을 연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해서 총리가 대독하는 방향으로 잡고 있는 걸로 안다”고 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야당의 김건희 여사 특검법 추진 및 명태균 씨 통화 녹취 공개 등 와중에 대통령의 국회 방문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정치권 모두의 자중을 요구하는 듯한 목소리도 나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4일 SNS에서 “3金(김) 시대 말미에 정계에 들어온 나로선 참 그때가 그립다. 나라에 혼란이 생기면 거목들이 대화·타협으로 혼란을 수습하곤 했는데 (지금은) 잡목들만 우후죽순 혼란을 부채질하니 나라가 혼란스럽지 않을 수 있나”고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한 총리가 대독한 시정연설에서 △굳건한 한미동맹 및 긴밀한 한미일 삼각 협력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 실현 △연금·노동·교육·의료 등 4대 개혁 완수 △저출생수석실 및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맞춤형 약자 복지 확충 △경제 활력 확산 △경제 체질 개선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금 50% 인상 △내년부터 사병 봉급(병장 기준) 205만 원으로 인상 등 계획을 내놨다. 민주당은 내년도 정부 예산 심사에서 이른바 ‘김건희·윤석열표 예산’ 대폭 삭감을 예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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