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금 비대면 가입이 대부분… 금융소외 우려 커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은행

기준금리 초과 정기예금 24개 중 영업점 가입 가능 상품은 고작 8개
고령층 등 금융 취약계층 비대면 이용률 50%로 혜택 소외 가능성 커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05 12:26:00

▲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고 우대금리 기준 한국은행 기준금리(연 3.25%)를 웃도는 정기예금 24개 중 영업점에서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은 8개에 불과했다. 12개 상품은 스마트폰 등 비대면 채널에서만 가입하는 게 가능하다. 서울 시내 한 은행의 영업 창구 모습. 연합뉴스

은행 고금리 예금 상품 대부분이 비대면으로만 가입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점 상품이라도 비대면 가입 시엔 우대금리 혜택을 부여한다. 이는 비대면 금융 이용 증가 및 비용 절감에 따른 결과다. 문제는 금융 취약계층이 모바일·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아 비대면 금융 혜택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면·비대면 간 혜택 차이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카이데일리가 5일 금융감독원 금융상품통합공시에서 확인한 결과 최고 우대금리 기준 한국은행 기준금리(연 3.25%)를 웃도는 정기예금 상품 24개 가운데 영업점에서 가입할 수 있는 정기예금 상품은 8개에 불과했다. 16개 상품은 스마트폰 등 비대면 채널에서만 가입이 가능하다.

영업점 가입 가능 상품이라도 비대면 가입 시 우대금리를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iM뱅크의 ‘iM주거래우대예금(첫만남고객형)’은 인터넷 또는 모바일 앱으로 가입하면 최대 연 0.20%p의 금리를 더 얹어 준다. iM뱅크의 ‘iM함께예금’와 제주은행의 ‘J정기예금(만기지급식)’도 인터넷·모바일뱅킹 가입 시 각각 연 0.05~0.10%p·0.3%p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이를 고려하면 24개 은행 정기예금 중 5개만이 대면·비대면 간 혜택 차이를 두지 않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적금도 상황이 비슷하다. 최고 우대금리 기준 상위 10개 적금 중 은행 영업점에서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은 제주은행의 MZ 플랜적금 등 4개에 그쳤다. 상위 1~3위인 △KB차차차 적금(연 8%) △BNK아기천사적금(연 8%) △IBK탄소제로적금(연 7%) 모두 스마트폰 전용 상품이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은행들이 예·적금 상품을 비대면 중심으로 내놓고 있는 것은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비대면 금융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1분기 국내 상위 5대 은행의 적립식 예금 신규 가입 중 비대면 비중은 82.0%로 2019년 1분기(60.0%) 대비 5년 만에 20%p 이상 올라갔다. 영업점 축소 및 서류·인건비 절약 등 비용 절감을 위해 비대면 영업을 확대하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은행의 비대면 상품 혜택이 모바일·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은 금융 취약계층에 ‘그림의 떡’일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올해 3월 발간한 ‘2023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고령층·농어민이 1개월 내 온라인 금융거래 서비스를 이용한 비율은 각각 53.8%·54.4%·54.9%로 일반국민 이용률(69.1%)보다 10%p 이상 낮았다.

특히 고령층의 비대면 비율이 낮았다. 한국갤럽이 작년 2~7월 전국(제주 제외) 만 13세 이상 52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금융·쇼핑·생활편의·미용 서비스 19종 이용률’에 따르면 60대 이상의 1년 내 인터넷/PC뱅킹 이용률은 23%로 30대(69%) 등 타 연령대를 크게 밑돌았다. 모바일/스마트폰 뱅킹 이용률은 49%로 절반 아래였다. 90%대인 타 연령대에 비해 현저히 적다.

이는 상품 비교만 해도 알 수 있다. 비대면 상품 중 금리가 가장 높은 수협은행의 ‘Sh첫만남우대예금’(연 3.60%)의 50대 이상 가입 비중은 17.48%(남·여 단순 합계 평균)로 20·30·40·50대 중 가장 저조했다. 반면 영업점 가입 가능 상품 중 금리가 두 번째로 높은 NH농협은행의 ‘NH고향사랑기부예금’(연 3.55%)의 50대 이상 비중은 61%로 연령별에서 최상위 수준이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상품 자체를 비대면으로만 파는 게 근본적인 문제”리며 “고령층 등 인터넷 이용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비대면 상품도 영업점에서 다 가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부회장은 “영업점 상품 가입자들은 교통비 등을 써가며 방문하므로 대면·비대면 상품 간 차별해선 안 되고 디지털 금융 취약계층을 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