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에도 ‘정치금융’ 압박에 웃지 못하는 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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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지주 올해 순이익 총 17조 원 전망… 전년比 12%↑
정치권, 가산금리 내역 공개 법안 및 상생금융으로 압박 시작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2-23 10:19:00

▲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4대 금융지주의 순이익 전망치는 총 16조9245억 원으로 작년 순이익(15조1367억 원)을 11.8% 넘어서는 규모다. 한 시민이 서울의 한 건물에 설치된 은행 ATM기를 이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은행권이 역대급 실적 전망에도 웃지 못하고 있다. 이자이익을 많이 낸 만큼 정치권의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이미 시작됐다. 야당은 가산금리 산정 내역을 공개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정부는 은행이 7000억 원을 부담하는 소상공인 대상 ‘상생금융’을 꺼내 들었다. ‘횡재세’ 도입도 여전히 위험 요인이다. 실적 저하기를 앞둔 은행에 부담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23일 스카이데일리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를 확인한 결과 올해 4대 금융지주의 순이익 전망치는 총 16조9245억 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순이익(15조1367억 원)을 11.8% 넘어선 규모다. 지주별로 KB금융 5조654억 원·신한금융 4조8577억 원·하나금융 3조8691억 원우리금융 3조1323억 원이다. 1년 전보다 각각 11%·8.5%·11.6%·19.2%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자수익이 실적을 주도한 듯하다. 이자수익 합계 전망치는 104조9917억 원으로 작년 말(100조6418억 원)보다 4조 원 이상 불어났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방침에 따라 가산금리를 높게 유지하면서 예대마진을 확대한 결과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예대금리차는 7월 0.43%p에서 8월 0.58%p·9월 0.74%p·10월 1.05%p로 석 달 연속 껑충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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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기반 호실적 행진에 정치권은 규제의 칼을 들이대고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가산금리 산정 세부내역을 공시하도록 하는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자율 영역에 맡겨 은행들이 알아서 정하는 가산금리 책정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은행은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 등을 반영한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다음 우대금리 등 가감조정금리를 빼 대출금리를 산출한다. 가산금리는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비용(리스크·유동성·신용프리미엄) △대출 취급에 쓰이는 비용(업무원가·법적비용) △은행 자체 마진율(기대수익률) 등으로 구성되는데 어떤 근거로 책정했는지는 영업기밀이란 이유로 공시하지 않고 있다.

박 의원은 “은행의 대출금리 산정 체계에 대한 공시제도를 법률로 규정해 은행의 목표이익률 등 가산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세부항목을 주기적으로 공시하도록 해 금리 산정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은행 간 경쟁을 유도해 대출수요자를 보호하고자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차원으로도 ‘가산금리 원가 공개’를 당내 기구인 민생경제회복단의 검토 과제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주의를 표방하는 현 정부도 은행을 비틀기는 마찬가지다. 금융당국은 이날 은행들이 6000억~7000억 원을 부담하는 ‘은행권 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은행이 대출 이자부담 경감으로 4260억 원을 지원하고 신규 자금공급 재원으로 2000억 원을 출연하도록 할 계획이다.

야당 중심으로 횡재세를 발의할 수 있는 점도 여전히 크다. 민주당은 작년 11월 금융사의 순이자이익이 직전 5년 평균의 120%를 넘을 시 초과 금액의 최대 40%까지 기여금으로 징수하는 내용의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올해 22대 총선 전후 횡재세 재추진을 움직임을 보였는데 대통령 궐위인 상태라서 민주당이 횡재세 법안을 다시 추진할 수 있다.

문제는 정치권 압박이 가뜩이나 어려운 내년 은행 실적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내년 국내은행의 순이익 전망치는 22조5000억 원으로 올해 전망치(23조5000억 원)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는 은행의 내년 실적 전망에 대해 ‘저하’를 제시했고 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는 은행업 사업환경에 대해 ‘중립’을 전망했다.

업계 반응은 부정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대출계수는 조절이 필요할 때 우대금리를 줄이거나 가산금리를 올려 조절하고 있어 가산금리 원가 공개는 큰 실익이 없을 뿐 아니라 은행에 부담을 가중시킨다”며 “횡재세의 경우에도 시장을 역행하는 법안이다. 금리라는 게 올라갈 때가 있고 낮아질 때가 있는데 현재처럼 금리가 인하되는 시기에는 적절한 법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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