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근칼럼] 트럼프는 왜 한국에 美군함 건조 부탁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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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1-29 00:02:55

미국 국민이 도널드 트럼프를 당선시킨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세계 패권국으로서 미국의 위상이 최근 급격하게 실추되었다는 사실이다. 패권국이란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물론 군사적인 측면에서도 세계를 지배하고 이끌어 나가는 나라를 의미하는데 최근 미국의 군사력이 과거와 같지 못하다. 허약해진 미국을 우습게 아니까 하마스도 설치고, 러시아도 설쳤다. 조 바이든에게서 후보 자리를 이어받은 카멀라 해리스가 당선되었다면 시진핑은 대만을 공격할 절호의 찬스가 왔다고 생각하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지도 모른다.

트럼프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책엔 당연히 미국의 군사력을 대폭 증강시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트럼프는 군사력 중에서도 해군력을 대폭 증강시키려 한다. 지구가 하나의 단위로 인식되기 시작한 서기 1500년 이래 포르투갈·네덜란드·스페인·영국 그리고 미국이 지구적 패권(Global Hegemony)의 지위를 가졌던 나라들인데 모두 세계의 바다를 제패했던 막강 해군을 보유했던 나라라는 공통점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의 패권을 이어받은 미국은 5대양 6대주를 제패하는 막강한 해군으로 세계의 자유무역 질서를 보장할 수 있었고, 그럼으로써 진영의 리더 역할을 할 수 있었다. 미국의 해군은 해군력이 없는 나라들의 유조선과 상선·화물선들이 세계의 모든 바다를 자유롭게 항해하며 무역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조지 프리드만 박사는 2009년 ‘앞으로 100년’이라는 저서에서 “전 세계를 항해하는 각종 선박들은 미국의 인공위성에 의해 그 위치가 모두 파악되고 있으며 그 배들이 지속적으로 항해할 수 있을 것이냐 혹은 항해가 차단당할 것이냐의 여부는 미국 해군이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말했을 정도로 미국 해군은 강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의 국방차관을 역임했던 하버드 대학의 조지프 나이 교수도 2015년 간행된 ‘미국의 세기는 끝났는가?’라는 저서에서 “2014년 현재 미국 해군은 미국 다음 17개국의 해군을 합쳐 놓은 것만큼 막강하다”고 언급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미국의 국력이 너무 막강해서 오히려 세계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믿는 미국 좌파를 대표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해군을 줄이기로 작정한 것이다. 오바마는 취임 당시 282척이던 군함을 260척으로 줄이려 했다. 해군의 거센 반대 때문에 오바마가 물러날 당시 미국 해군 군함은 275척이었다. 8년 동안 7척이 줄었다.

2016년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트럼프는 미국 해군의 군사력을 제1차 세계대전 당시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형편 없게 만들어 놓았다며 오바마를 격렬하게 비난했다.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 해군을 350척 함대로 증강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트럼프가 당선되자마자 미국 해군은 총 355척의 군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임기 중 해군력 증강을 위해 노력한 트럼프는 4년 동안 21척의 군함을 건조, 미국 해군을 296척 함대로 증강시켰다. 예산 부족과 의회 및 민주당의 반대 때문에 350척 미국 해군을 만들지는 못했다.

바이든은 임기 시작 후 2년 동안 다시 5척의 군함을 폐기, 미국 해군은 2022년 현재 291척의 함대로 축소되고 말았다. 문제는 같은 기간 동안 중국 해군이 너무나도 급속한 속도로 증강되었다는 점이다. 2008년 262척이었던 중국 해군은 오바마 재임 중인 2014년 미국 해군을 양적으로 앞서기 시작했고 바이든 2년 차인 2022년에는 328척으로 증강, 미국보다 39척 많은 군함을 보유하게 되었다. 현재 속도라면 2030년의 중국 해군은 미국 해군보다 131척 더 많은 군함을 보유할 것이며, 이는 질적 요소를 고려한다 해도 미국 해군을 압도하게 될 것이다. 2030년은 중국이 세계의 바다를 제패, 세계의 패권국으로 등극하는 해가 될 것이다.

물론 트럼프는 중국이 패권국이 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는 1기의 실패를 교훈 삼아 해군력 증강에 발동을 걸 것이며, 중국은 1980년대 소련이 레이건의 군비 증강 계획에 대응하다가 국가 몰락의 운명에 처한 꼴을 똑같이 당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하나 있다. 현재 미국의 조선산업이 사실상 붕괴 상태라는 점이다. 미국도 천천히 질 좋은 군함을 만들 수는 있지만 전문가들은 현 상황은 군함을 천천히 건조하는 등의 사치를 부릴 처지가 아니며 군함을 빨리, 많이 만드는 일은 미국에게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라고 말한다.

트럼프가 발견한 해결책이 있다. 2023년 6월 CNN이 보도한 것처럼 대한민국은 미국 수준의 군함을 중국만큼 빠른 속도로 만드는 나라다. 헤리티지재단은 2024년 보고서에서 한국에게 미국 군함의 건조를 부탁하라고 조언했다. 트럼프의 해군력 증강 정책에 협조할 경우 대한민국에겐 역사 이래 최대의 전략적 반대급부를 챙길 절호의 기회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이춘근 필진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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